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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식기와 격식 차린 코스 요리. 한때 최고급 다이닝의 상징이었던 파인 다이닝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 미식 트렌드의 키워드는 이제 '캐주얼 럭셔리'. 익숙한 프라이드치킨 위에 캐비아를 올리고, 어둠 속에서 미각에만 집중하는 다크 다이닝이 미식가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시대가 열렸다.
메리어트 인터내셜은 14일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식문화 변화를 분석한 '식문화의 미래 2026(The Future of Food 2026)' 보고서를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이 보고서는 아시아 태평양 20개 시장 270개 호텔의 F&B 팀 설문과 30명 이상의 셰프, 믹솔로지스트, 업계 전문가 인터뷰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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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식보다 편안함… 파인 캐주얼의 부상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편안함'이 새로운 럭셔리로 자리잡았다는 점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아시아 태평양 메리어트 호텔의 59%가 전년 대비 고객들이 격식 있는 정찬보다 캐주얼한 다이닝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싱가포르에서 도쿄까지 셰프들은 형식에 얽매이지 않으면서도 세련된 '파인 캐주얼'을 추구하고 있다. 일상적인 메뉴를 파인다이닝의 정교함으로 재해석하거나, 고객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단품 메뉴를 확대하는 식이다.
단순한 식사를 넘어 '몰입형 경험'으로
다이닝은 이제 모든 감각을 자극하는 경험으로 진화하고 있다. 응답자의 48%가 전년 대비 인터랙티브 다이닝을 찾는 고객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어둠 속에서 미각에만 집중하는 '다크 다이닝'부터 '먹을 수 있는 예술'까지, 스토리텔링과 엔터테인먼트가 결합된 다감각 경험이 확산되고 있다.
지역 식재료의 재발견도 주목할 만한 트렌드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 메리어트 호텔의 85%가 이미 현지 식재료를 활용한 메뉴를 제공 중이다. 발효 조미료, 전통 식초, 천일염 등 잊혀졌던 전통 재료가 셰프들의 창의적 해석을 통해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AI 기술 접목… 76% 예약관리 시스템 도입
기술의 발전도 미식 산업을 바꾸고 있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 호텔의 76%가 AI 기반 예약 관리 시스템을 도입했으며, 75%는 소셜 미디어가 고객의 레스토랑 예약 결정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AI 기반 메뉴 엔지니어링을 통해 실시간 피드백 반영과 요리 조합, 가격 최적화가 가능해졌다.
3세대 아시안 셰프, 전통과 혁신 잇는다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에서 수련한 3세대 아시안 셰프들의 부상도 눈에 띈다. 이들은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현대적 기술로 재해석하며 문화적 대사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창의성은 길거리 음식으로도 확산돼 '호커프리너(Hawkerpreneur, 노점 창업자)'들이 락사에 고급스러움을, 사테에 재치를 더하며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한편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중국 본토가 다채로운 식문화를 바탕으로 글로벌 미식 무대의 새로운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터 라바 메리어트 인터내셔널 아시아 태평양 F&B 부문 부사장은 "파인 다이닝에서 캐주얼 럭셔리로, 단순한 식사에서 경험 중심으로의 전환은 오늘날 고객들이 미식적 완성도뿐 아니라 감정적 연결과 공감의 경험을 추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 서미영 기자 pepero99@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