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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년간 미성년자에게 처방된 ‘프로프라놀롤(상품명 인데놀)’이 130만 건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등학생 연령대(15~18세)와 여학생을 중심으로 사용이 급증하면서, 청소년 대상 약물 관리 체계의 점검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보윤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8월까지 만 19세 미만 소아·청소년에게 인데놀 성분 의약품이 총 131만 9,000건 처방됐다. 연도별로는 2020년 15만 4,737건에서 2024년 29만 379건으로 약 8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여학생은 63만 9,000건으로 남학생(38만 건)보다 약 1.7배 많았다. 올해 8월까지도 19만 건이 넘게 처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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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프라놀롤은 심박수와 혈압을 낮추는 베타차단제로, 원래 고혈압·부정맥 등 심혈관계 질환 치료에 사용된다. 하지만 보건복지부 고시로 불안 증상 완화나 편두통 예방에도 급여가 허용되면서, 최근 청소년과 청년층 사이에서 ‘면접 대비용 약물’로 불릴 만큼 사용이 확산하고 있다.
해당 약물은 일시적인 긴장 완화에는 도움이 되지만, 장기간 복용 시 저혈압·피로·어지럼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 신중한 처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6월까지 인데놀 복용 후 보고된 이상 사례는 총 1,175건이었다. 주요 부작용으로는 어지럼, 졸림, 두통, 저혈압 등이 보고됐다.
문제는 제품 설명서에는 ‘만 19세 미만에게 투여하지 말 것’이라고 명시돼 있음에도, 의약품안전관리원이 운영하는 DUR(의약품 적정사용정보) 시스템에는 해당 금기 정보가 반영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청소년에게 처방 시 별도의 경고 알림이 뜨지 않아 시스템상 안전장치가 작동하지 않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최보윤 의원은 “치료제를 ‘시험 대비약’으로 여기는 잘못된 인식이 소아·청소년들을 약물 오남용으로 내몰고 있다”며 "식약처가 스스로 소아 금기라고 적어놓고도 이를 현장 시스템에 반영하지 않은 것은 국민 안전을 외면한 행정 부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상 사례가 지속적으로 보고되는 만큼, 의학적 근거를 재검토하고 안전한 약물 관리 체계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프로프라놀롤이 불안 완화용으로 사용되는 사례가 늘면서, 학교·학원가 등 청소년 밀집 환경에서의 복용 인식 개선 교육과 처방 모니터링 강화가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DUR 시스템의 경고 항목 정비와 함께, 청소년 불안 해소를 위한 비약물적 지원 체계 확충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 김정아 기자 jungy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