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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연속혈당측정시스템 NP 승인…국제표준화 논의 주도 기반 마련

기사입력 2025.10.14 10:22
  • 한국이 연속혈당측정시스템(Continuous Glucose Monitoring, CGM) 국제표준화 논의의 주도적 위치를 확보했다.

    한국스마트의료기기산업진흥재단(이사장 송정한, 이하 재단)은 14일, 대한민국이 제안한 ‘연속혈당측정시스템 국제표준 신규 작업항목(New Proposal, NP)’이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 의료기기 기술위원회(IEC/TC 62D)에서 승인됐다고 밝혔다.

    이번 NP 승인은 CGM의 기본 안전성과 필수 성능을 국제적으로 규정하기 위한 첫 단계다.

    그동안 제조사별로 기기 성능과 데이터 정확도에 차이가 있었지만, 이를 평가할 공통 기준이 없어 의료 현장과 산업계에서 모두 어려움이 있었다. NP 승인으로 IEC 산하에 워킹그룹(WG 42)이 신설됐으며, 한국이 중심이 되어 국제표준화를 추진하게 됐다.

  • 이미지 제공=한국스마트의료기기산업진흥재단
    ▲ 이미지 제공=한국스마트의료기기산업진흥재단

    이번 제안을 주도한 인물은 ㈜바이오메듀스 박애자 연구소장이다. 박 소장은 새로 구성된 WG 42의 컨비너(Convenor·의장)로 선임됐으며, 재단 전경수 팀장이 간사(Committee Manager)로 활동한다.

    재단에 따르면, IEC 의료기기 기술위원회에서 한국이 컨비너와 간사직을 동시에 맡은 것은 드문 사례로, 이번 선임을 계기로 한국이 국제표준화 논의의 조정자이자 핵심 참여국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연속혈당측정기는 피부 아래에 삽입된 센서를 통해 일정 간격으로 혈당을 측정하고, 그 데이터를 스마트폰 등으로 전송해 환자의 혈당 변화를 실시간으로 관리할 수 있는 장치다.

    CGM은 전 세계적으로 당뇨 관리의 핵심 기술로 꼽히지만, 기기 간 성능을 객관적으로 비교할 국제 기준이 부재했다. 이번 표준화 논의는 이러한 공백을 메우고, 환자 안전성과 임상 신뢰성 확보를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데 의미가 있다.

    허영 재단 부이사장은 “이번 NP 승인은 한국이 IEC TC 62D 분야에서 연속혈당측정기의 국제표준 개발을 주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성과”라며 “박애자 연구소장과 전경수 팀장이 각각 컨비너와 간사로 활동하게 된 것은 국내 의료기기 표준화 역량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사례”라고 말했다.

    이번 과제는 재단이 2022년 ‘TC 연계협의체’ 사업을 통해 표준화 필요성을 발굴한 뒤, 2024년 산업통상자원부의 ‘국가표준기술력향상사업’ 지원을 받아 추진되고 있다.

    IEC/TC 62D는 앞으로 워킹그룹 의견을 반영한 초안(WD)을 마련해, 2025년 11월 이탈리아 밀라노 총회에서 구체적인 논의를 이어간다. 이후 위원회 초안(CD), 국제표준안(DIS) 단계를 거쳐 2028년 최종 발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IEC 국제표준은 초안 심사와 각국 간 합의 조정 절차를 거쳐 확정까지 약 3~5년이 소요된다.

    국제표준은 단일 제품의 인증 기준을 넘어, 국가 간 기술 신뢰의 공통 언어로 기능한다. 특히 의료기기 분야에서는 표준이 환자 안전, 임상시험 신뢰성, 규제기관 인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번 NP 승인은 단순한 기술 절차를 넘어, 한국이 의료기기 국제표준화 논의의 조정 역할을 맡는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CGM 국제표준이 제정되면 환자 안전성 향상뿐 아니라, 국내 기업이 국제 인증을 준비할 때 반복 시험을 줄이고 수출 장벽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NP 승인은 표준 제정의 시작 단계에 불과하며, 실제 국제표준 발행까지는 다국 간 검증과 합의 절차가 필요하다. IEC 내부에서는 초안 심사와 각국의 의견 조율을 거쳐 최종 확정까지 장기간의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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