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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플랫폼 전문기업 ㈜아크릴(대표 박외진)이 연세대학교 디지털헬스연구원(원장 김현창)과 의료 특화 인공지능 모델 개발을 위한 공동 연구 협약(MOU)을 체결했다고 2일 밝혔다.
세브란스병원이 보유한 고품질 임상데이터(CDW, Clinical Data Warehouse)와 아크릴의 생성형 AI 기술을 결합해, 의료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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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설립된 아크릴은 감성 인공지능 플랫폼 ‘조나(ZONNA)’를 비롯해 의료·헬스케어, 교육, 금융 분야로 AI 기술을 확장해 온 국내 AI 전문기업이다.
이번 협약은 아크릴의 기술력과 세브란스병원이 보유한 임상데이터를 연계해 의료 AI 산업화를 추진하는 산학 공동 연구 형태로 진행된다. 세브란스병원의 임상데이터는 단일기관 기반의 일관성과 표준화 수준이 높고, 장기 추적 진료기록을 포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질병 예후 예측, 생존율 분석, 고위험군 조기 발견 등 다양한 의료 AI 연구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크릴은 이번 협력을 통해 의료 분야에 특화된 파운데이션 모델의 기초 연구를 본격화한다.
이 모델은 범용 대형 언어모델(LLM)과 달리 의료 데이터를 중심으로 학습된 생성형 AI로,
의료진의 진료기록 작성, 의무기록 자동화, 임상 의사결정 지원 등 의료 현장 중심의 활용 가능성을 탐색한다.
박외진 아크릴 대표는 “범용 모델만으로는 의료 현장의 정밀한 대응이 어렵다”며 “한국은 단일보험체계와 의료데이터 디지털화 수준이 높아 데이터의 일관성과 확장성 측면에서 강점이 있다. 병원 중심의 실질적 의료 AI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아크릴은 자사 AAAI 연구소를 중심으로 의료 데이터셋과 공개 의료 데이터셋을 결합해 학습한 4B(40억 파라미터) 규모의 경량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 중이다. 이는 수천억~조 단위의 초대형 모델과 달리 병원 내에서 독립적으로 운용할 수 있을 만큼 경량화된 구조로 설계됐다.
사측은 이 모델에 자체 개발한 '다층 환각 억제(Multi-layer Hallucination Suppression)' 프레임워크를 적용했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성능 지표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며, 향후 공동 연구를 통해 검증될 예정이다.
또한 아크릴은 연합학습(Federated Learning) 및 LLMOps 기반의 에이전틱 AI(Agentic AI) 기술을 접목해 병원 간 데이터 이동 없이도 모델을 고도화할 수 있는 구조를 검토 중이다. 이를 통해 병원 내 독립 운영 환경에서 의료 데이터의 보안성을 유지하면서도 생성형 AI 생태계를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아크릴 AAAI 연구소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관 ‘AI 챔피언 대회’에서 630개 팀 중 상위 20팀으로 본선에 진출해 기술력을 평가받은 바 있다.
이번 협약은 이 연구 성과를 기반으로 의료 특화 모델 개발을 가속하기 위한 후속 조치로 해석된다. 다만 의료 AI 기술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인허가와 임상 검증 절차를 거쳐야 실제 진료에 적용할 수 있다. 또 개인정보보호법상 의료데이터 활용에도 엄격한 제약이 있어, 연구 결과가 상용 서비스로 이어지기까지는 추가적인 검증과 규제 검토가 필요하다.
연세대 디지털헬스연구원과 아크릴은 향후 모델의 신뢰성, 환각 억제 성능 등에 대한 공동 검증을 진행한 뒤, 단계적으로 실제 의료 환경에서의 활용 가능성을 탐색할 계획이다.
- 김정아 기자 jungy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