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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인공지능(AI) 기업 루닛(대표 서범석)은 오는 17일부터 21일까지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2025 유럽종양학회(ESMO 2025)’에서 AI 병리 분석 플랫폼 ‘루닛 스코프(Lunit SCOPE)’를 활용한 면역항암제 치료 반응 예측 관련 연구 3건을 발표한다고 13일 밝혔다.
이번 발표에는 ▲전이성 대장암 환자의 면역항암제 병용요법 예측 바이오마커, ▲신세포암 환자에게서의 면역표현형 분석, ▲일본 다기관 폐암 코호트에서의 재현성 검증 연구가 포함됐다.
서로 다른 암종에서 AI 병리 분석을 적용해 면역항암제 반응과 생존 결과의 연관성을 탐색한 점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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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암: 아테졸리주맙 병용요법 예측 바이오마커 확인
이탈리아 피사대학교 의과대학 키아라 크레몰리니(Chiara Cremolini)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진행된 첫 번째 연구는 정상 불일치 복구형 전이성 대장암(pMMR mCRC) 환자 161명을 대상으로 했다.
연구진은 루닛 스코프를 이용해 조직 내 림프구·종양세포 등 6종 세포의 밀도를 정량화한 뒤, AI가 산출한 지표를 기준으로 환자를 A그룹(고지표군, 약 70%)과 B그룹으로 구분했다.
분석 결과, 면역항암제 아테졸리주맙(티쎈트릭)을 기존 항암요법(FOLFOXIRI+베바시주맙)에 병용한 환자군에서 A그룹은 B그룹보다 무진행생존기간(PFS)과 전체생존기간(OS)이 더 길었다. 반면 화학요법 단독군에서는 그룹 간 차이가 관찰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이 결과를 통해 면역항암제 반응이 기대되는 환자군을 AI 분석으로 선별할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신세포암: AI 면역표현형, 치료 전략 보조 도구 가능성
두 번째 연구는 연세암병원 연구팀과 함께 진행됐다.
진행성 투명세포형 신세포암 환자 253명을 대상으로 면역항암제 병용요법(니볼루맙+이필리무맙)과 표적치료제 단독요법(수니티닙)의 반응을 비교했다. AI는 종양 조직 내 종양침윤림프구(TIL)의 공간 분포를 분석해 환자를 ‘면역활성(Inflamed)’과 ‘비면역활성(Non-inflamed)’으로 분류했다.
면역활성군의 객관적 반응률(ORR)은 병용요법에서 60.5%로, 비면역활성군(23.2%)보다 높았다. 반면 수니티닙 단독요법에서는 두 그룹 간 반응률 차이가 없었다.
연구진은 “AI 기반 면역표현형 분석이 신세포암 1차 치료 전략을 보조할 가능성을 제시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연구는 후향적 분석으로, 향후 전향적 검증이 필요하다.
폐암: 일본 다기관 코호트에서 재현성 평가
루닛은 일본 국립암센터(NCCE)와의 협력 연구 결과도 발표한다.
일본 내 다기관 임상에서 확보된 비소세포폐암(NSCLC) 환자의 조직을 루닛 스코프로 분석한 결과, ‘면역 활성(Inflamed)’ 표현형을 보인 환자들이 면역항암제 치료에 더 좋은 반응을 보였다.
루닛은 “이번 연구는 대규모 임상 코호트에서 AI 병리 분석의 재현성을 확인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해당 연구의 구체적인 설계와 검증 방식은 학회 발표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AI, 생존 향상과 연관된 패턴 확인
서범석 루닛 대표는 “이번 연구는 AI가 환자의 생존 결과와 연관된 병리학적 패턴을 포착할 수 있음을 보여준 성과”라며 “대장암, 신세포암, 폐암 등 서로 다른 암종에서 일관된 결과가 확인된 만큼, 루닛 스코프가 다양한 암에서 맞춤 치료 전략을 제시하는 핵심 도구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 루닛 스코프는 연구용(RUO) 단계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임상 적용을 위한 추가 검증과 인허가 절차가 진행 중이다.
AI 병리, 임상 번역의 다음 단계는 ‘검증’
루닛의 이번 발표는 AI 병리 기반 면역항암제 예측 연구가 주요 고형암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루닛 스코프의 분석 방식과 컷오프 기준, 학습 데이터 규모 등은 학회 발표를 통해 추가로 공개될 예정이다.
국제적으로도 PathAI, PaigeAI, Owkin 등 주요 기업들이 유사한 연구를 진행 중이며, 루닛의 연구 역시 AI 병리 분석의 임상 번역 가능성을 탐색하는 초기 근거 단계로 평가된다.
- 김정아 기자 jungy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