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포도밭 위에 펼쳐진 예술을 만날 수 있는 곳 ‘샤토 라 코스트’

기사입력 2025.10.13 08:50
와인과 현대미술이 만나는 프로방스의 특별한 공간
  • 샤토 라 코스트에 있는 산책로(사진촬영=서미영 기자)
    ▲ 샤토 라 코스트에 있는 산책로(사진촬영=서미영 기자)

    남프랑스 여행의 마지막 코스로 방문한 곳은 '샤토 라 코스트(Château La Coste)'다. 

    샤토 라 코스트는 와이너리와 예술, 건축이 융합된 복합 공간으로 약 200헥타르 부지 위에 유기농 포도밭, 올리브 나무 숲, 조각 작품과 건축 파빌리온이 어우러져 있다. 렌조 피아노, 안도 타다오, 프랭크 게리 등 세계적 건축가들이 이곳에 자유롭게 작품을 배치했고, 방문객은 포도밭을 걷는 사이사이 기하학 구조물이나 유리 건축물을 마주친다. 이 길은 '건축 예술 산책로(Promenade Art & Architecture)'라는 이름이 붙었을 정도로 방문객들에게 사랑받는 곳이다. 

  • 루이즈 부르주아(Louise Bourgeois)의 작품(사진촬영=서미영 기자)
    ▲ 루이즈 부르주아(Louise Bourgeois)의 작품(사진촬영=서미영 기자)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띄는 것은 거대한 거미 조각이었다. 루이즈 부르주아(Louise Bourgeois)의 작품이 물 위에 떠 있는 듯한 모습으로 방문객을 맞이한다.

    샤토 라 코스트의 '아트 앤 아키텍처 워크(Art & Architecture Walk)'에 나섰다. 지도와 안내 책자를 받아 들고 시작하는 이 아트 투어를 통해 전문 큐레이터와 함께 숲과 올리브 숲, 포도밭을 지나며 수십 점의 현대미술 작품을 만날 수 있다. 

  • 안도 타다오가 설계한 아트센터(사진촬영=서미영 기자)
    ▲ 안도 타다오가 설계한 아트센터(사진촬영=서미영 기자)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안도 타다오가 설계한 아트센터 건물이다. 아트센터는 그의 시그니처인 노출 콘크리트로 복잡함을 걷어낸 절제의 미학을 보여준다. 뚜렷한 기하학적 선, 프레임을 통한 표현, 대형 창문 등 안도 타다오 건축물의 특징을 고스란히 나타내고 있다. 

  • 데미안 허스트의 대형 작품(사진촬영=서미영 기자)
    ▲ 데미안 허스트의 대형 작품(사진촬영=서미영 기자)

    아트센터 건물을 나서면 데미안 허스트의 대형 작품을 만난다. 언덕을 오르다 보면 안도 타다오가 설계한 성당이 있고 그 옆에는 장 미셸 오토니엘(Jean-Michel Othoniel)의 작품인 붉은색의 대형 무라노 유리 십자가가 우뚝 서 있다. 

    리처드 세라(Richard Serra)의 '엑스(Aix)'는 거대한 산업용 강철판을 언덕에 설치한 작품이다. 녹슨 강철의 육중한 질감과 프로방스의 부드러운 풍경이 대조를 이루며 묘한 긴장감을 만든다. 세라 특유의 무게감과 공간감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 프뤼느 누리(Prune Nourry)의 '대지의 어머니(Mater Earth)' 작품(사진촬영=서미영 기자)
    ▲ 프뤼느 누리(Prune Nourry)의 '대지의 어머니(Mater Earth)' 작품(사진촬영=서미영 기자)

    포도밭 한가운데에는 프뤼느 누리(Prune Nourry)의 '대지의 어머니(Mater Earth)'가 누워 있다. 임신한 여성이 흙에서 나오는 모습을 형상화한 이 조각은 27m에 달한다. 벽돌과 검은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거대한 몸체는 대지의 생명력과 모성을 상징한다.

  • 하종현 작가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모습(사진촬영=서미영 기자)
    ▲ 하종현 작가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모습(사진촬영=서미영 기자)

    이번 샤토 라 코스트 방문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렌조 피아노(Renzo Piano) 파빌리온에서 열린 하종현 작가의 개인전 '빛에서 색으로(Light Into Color)'였다. 지난 6월 22일 개막해 9월 1일까지 열린 이 전시는 한국 단색화(Dansaekhwa) 운동의 거장 하종현이 프로방스에서 펼치는 50년 예술 여정의 총결산이다.

  • 하종현 작가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모습(사진촬영=서미영 기자)
    ▲ 하종현 작가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모습(사진촬영=서미영 기자)

    하종현의 작품은 멀리서 보면 단순한 추상화 같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그는 삼베 천의 뒷면에서 앞면으로 물감을 밀어내는 독특한 기법을 사용한다. 프로방스의 강렬한 햇살이 전시장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파란색은 더 깊어지고, 붉은색은 숨을 쉬듯 살아 움직였다. '빛에서 색으로'라는 전시 제목이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전시장을 나서며 창밖을 보니 포도밭 너머로 석양이 지고 있었다. 하종현의 작품에서 본 그 붉은색과 묘하게 닮아 있었다. 빛이 색이 되고, 색이 시간이 되고, 시간이 역사가 되는 곳. 샤토 라 코스트는 그런 곳이었다.

    샤토 라 코스트에서 보낸 오후는 미술관 관람과도, 와이너리 투어와도 달랐다. 이곳의 예술 작품들은 전시장 벽에 갇혀 있지 않다. 포도밭 사이에서, 올리브 숲에서, 언덕 위에서 자연과 함께 호흡한다. 와인 한 잔을 음미하고, 숲길을 걷고, 세계적인 작품들을 만난 샤토 라 코스트에서의 시간은 모든 감각을 깨워주는 시간이었다.

    남프랑스 여행을 계획한다면 샤토 라 코스트를 꼭 일정에 넣기를 추천한다. 예술과 자연, 와인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이 특별한 공간은 남프랑스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 취재 협조 : 프랑스 관광청, 에어프랑스, 프로방스 알프 코트다쥐르 관광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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