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헬스

챗GPT 열풍 따라 확장하는 의료 AI…진료실 넘어 새 영역으로 확산

기사입력 2025.09.19 11:52
KHF 2025, 상담·예측·생활치료로 확산하는 의료 AI
  • 챗GPT 등 생성형 AI의 확산은 의료 분야에도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영상 판독과 진료 기록 보조에 머물던 의료 AI가 이제는 환자 상담, 응급 예측, 생활 관리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9월 17일부터 3일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 병원 및 헬스테크 박람회(KHF 2025)에서는 이런 변화를 보여주는 다양한 사례가 공개됐다. 특히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디지털헬스케어 특별관에서는 LLM을 활용한 건강상담, 심리케어 등 진료실을 넘어 확장된 AI 의료 서비스가 소개됐다.

  • 국제 병원 및 헬스테크 박람회(KHF 2025) 디지털헬스케어 특별관 전경. LLM 기반 상담 서비스와 다양한 디지털치료기기가 전시됐다. /사진=김정아 기자
    ▲ 국제 병원 및 헬스테크 박람회(KHF 2025) 디지털헬스케어 특별관 전경. LLM 기반 상담 서비스와 다양한 디지털치료기기가 전시됐다. /사진=김정아 기자

    의료 특화 LLM 기반 상담 서비스 확대

    카카오헬스케어, 이화여대 의료원, 분당서울대병원이 주축이 되어 개발 중인 소아 건강상담 AI ‘Dr.LIKE(닥터라이크)’는 환자 대상 AI 상담 서비스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 서비스는 부모가 카카오톡에 “말이 느린 걸까요?”, “우리 아이 천식일까요?” 같은 질문을 입력하면 AI가 24시간 응답한다. 이후 의료진이 이를 검증·보완해 최종 상담을 완성하는 구조다.

    Dr.LIKE는 총 320억 원 규모의 국책과제 ‘소아청소년 초거대 AI 보건의료 서비스 생태계’의 핵심이다. 2024년 6월부터 2027년 12월까지 추진되며, 건강 상담 외에도 생활 습관·식습관·운동 습관 관리, 감염병 대응, 영상 진단, 유전상담 등 10개 서비스 개발을 목표로 한다. 카카오헬스케어 관계자는 “2027년 초 시범 서비스를 공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소아 건강상담 AI ‘Dr.LIKE(닥터라이크)’ 전시 부스. 카카오톡을 통해 부모의 질문에 24시간 응답하는 상담 서비스를 선보였다.
    ▲ 소아 건강상담 AI ‘Dr.LIKE(닥터라이크)’ 전시 부스. 카카오톡을 통해 부모의 질문에 24시간 응답하는 상담 서비스를 선보였다.

    LG유플러스가 참여한 ‘초거대 AI 기반 심리케어 상담사보조 서비스’는 상담사와 환자의 대화를 실시간 분석해 요약문과 핵심 키워드를 추출하고, 위기 상황을 예측해 조기 개입을 지원한다. 기존 의료 음성인식 기술이 의사나 간호사의 진료 기록 작성에 집중됐다면, 이번에는 상담사 업무까지 확장된 첫 사례다. 음성 분석을 통해 스트레스·긴장도·활력 지수를 시각화하는 기능도 포함됐다.

    이들 사업에는 아이젠사이언스의 의료 특화 LLM ‘Meerkat(미어캣)’도 활용된다. Meerkat은 의학 교과서와 논문을 기반으로 학습해 의료 지식 처리에 강점을 갖춘 모델로, 그동안 신약 개발에 주로 쓰였으나 이번 사업을 통해 상담·치료 영역으로까지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생활 영역으로 확장하는 디지털 치료

    디지털헬스케어 특별관에서는 LLM을 활용한 다양한 디지털치료기기(DTx)도 공개됐다.

  • 청소년용 웰니스 앱 ‘위드버디’ 시연 화면. 반려 캐릭터와 상호작용하며 감정을 관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 청소년용 웰니스 앱 ‘위드버디’ 시연 화면. 반려 캐릭터와 상호작용하며 감정을 관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히포티앤씨의 우울증 DTx ‘블루케어’는 올해 6월 국내 최초로 식약처 허가를 받은 정서장애 치료 소프트웨어다. 환자가 반려동물 캐릭터와 대화를 이어가면 AI가 이를 분석해 심리 상태를 진단한다. AI가 분석한 결과는 의료진에게도 공유된다. 이때 대화 내용은 저장하지 않고 분석 결과만 보관해 개인정보 보안을 강화했다.

    청소년용 웰니스 앱 ‘위드버디’는 예방·관리 중심 웰니스 서비스다. 반려 캐릭터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감정 관리를 돕는 방식이다. 업체 관계자는 “블루케어의 임상 기술을 청소년 친화적으로 확장한 서비스”라며, “현재 약 1만명이 다운로드했다”고 밝혔다.

    하이는 시선 추적 기반 인지기능 진단 서비스를 선보였다. 참가자가 화면 지시에 따라 시선을 움직이면 반응속도, 정답률, 응시 지속도 등을 측정해 인지 상태를 수치로 평가하는 방식이다. 검사 후 결과를 바로 확인할 수 있어 편의성이 높았으며, 객관적 진단 도구로 발전할 가능성도 제시됐다.

  • 하이의 인지기능 진단 서비스. 얼굴 인식을 통한 시선 추적으로 반응속도와 응시 패턴을 측정해 인지 상태를 평가한다.
    ▲ 하이의 인지기능 진단 서비스. 얼굴 인식을 통한 시선 추적으로 반응속도와 응시 패턴을 측정해 인지 상태를 평가한다.
  • 하이의 인지기능 진단 검사 화면. 참가자가 화면 지시에 따라 시선을 움직이면 반응속도와 응시 패턴이 실시간 기록된다.
    ▲ 하이의 인지기능 진단 검사 화면. 참가자가 화면 지시에 따라 시선을 움직이면 반응속도와 응시 패턴이 실시간 기록된다.

    또한, 스마트폰·웨어러블 기기를 연동해 근육량 변화를 추적하고 맞춤형 운동을 권장하는 'Rehave(리해브)' 서비스도 함께 선보였다. 고령화 사회의 대표적 문제인 근감소증을 디지털 치료기기로 관리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료 AI의 활용 영역이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DTx 적용 범위는 생활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다. 에이아이씨유는 과민성대장증후군 관리 앱을 선보였다. 식사·수면·운동 데이터를 기록하면 AI가 이를 점수화하고 산책·채소 섭취 등 구체적 개선 방안을 제시하는 방식이다. 개발 초기 단계로 임상 검증은 남아 있지만, 생활 습관 개선을 통한 증상 완화라는 접근이 제시됐다.

  • 이갈이 진단 기기. 치아 보호대에 부착한 센서가 수면 중 압력·진동을 측정한다.
    ▲ 이갈이 진단 기기. 치아 보호대에 부착한 센서가 수면 중 압력·진동을 측정한다.

    이갈이 진단을 위한 디지털 기기도 소개됐다. 치아 보호대에 부착된 센서로 수면 중 압력과 진동을 감지하는 방식이다. 기존 코골이 측정 원리를 응용한 이 기기는 수면 클리닉을 찾아야 했던 기존 진단을 가정에서 손쉽게 진행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밖에 에임넥스트는 공황장애 환자가 대중교통·마트 등 발작 환경을 가상 체험하며 대처법을 훈련하도록 돕는 ‘Meltz(멜츠)’를, 누냅스는 VR과 시각 자극 훈련을 결합해 뇌졸중 환자의 시야장애 개선을 시도한 디지털 치료기기를 공개했다.

    AI 기반 진단 보조 기기 확산

  • 전시장에 전시된 ‘AI 앰뷸런스’. 응급 수송 중 환자 상태와 대화 기록을 병원 의료진에게 실시간 전달한다.
    ▲ 전시장에 전시된 ‘AI 앰뷸런스’. 응급 수송 중 환자 상태와 대화 기록을 병원 의료진에게 실시간 전달한다.

    전시장에는 환자와 대원의 대화를 자동 기록하는 ‘AI 앰뷸런스’가 설치됐다. 이 차량은 혈압, 산소포화도, 급성 심근경색 가능성 등 주요 지표를 분석해 병원 의료진에게 실시간 전달한다.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이 주도하는 이 사업의 핵심은 지역 의료 격차 해소다. 응급 데이터를 사전 전달해 치료 준비 시간을 단축함으로써 도심 외곽에서도 골든타임 내 처치가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현재 강원·경기·충북 6개 지역에서 운영 중이며, 전국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KHF 2025에서는 AI를 활용한 다양한 진단 보조 솔루션도 소개됐다. 

    티알의 폐기능검사기 ‘The Spirokit(더스피로킷)’은 기존 폐활량계의 단순 수치 측정에 그치지 않고, AI가 호흡 패턴을 분석해 의료진 진단을 보조한다. 대학병원 정밀 검사기와 유사한 정확도를 보이며 전국 300여 병원에서 사용 중이다.

  • 티알(TR)의 AI 기반 폐기능검사기 ‘The Spirokit’. 호흡 패턴을 분석해 의료진의 진단을 보조한다.
    ▲ 티알(TR)의 AI 기반 폐기능검사기 ‘The Spirokit’. 호흡 패턴을 분석해 의료진의 진단을 보조한다.

    프로메디우스는 흉부 X-ray 이미지를 기반으로 골다공증 진단 AI 솔루션을, 아크릴은 멀티에이전트 기반 시스템으로 우울증 진단 보조와 전립선 질환 예측을 지원하는 솔루션을 선보였다.

    시작 단계지만 확산 조짐 뚜렷

    이번 전시에서 확인한 의료 AI 서비스는 대부분 개발 중이거나 시범 단계로,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의료기기 허가, 임상 검증, 개인정보 보안, 의료진과 환자의 수용성 등 넘어야 할 과제도 많다.

    그럼에도 방향성은 분명하다. 생성형 AI에 익숙해진 사용자들이 의료 영역에서도 AI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 시작했고, 정부 역시 국책사업을 통해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영상 판독과 진료 기록 보조에 머물던 의료 AI는 이제 상담, 응급 예측, 생활 관리로 확산하며 의료 서비스의 새로운 접점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이 지속될 수 있을지는 임상 검증 결과와 규제 환경, 그리고 의료 현장의 수용성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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