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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기내과 전문의 진성림 원장이 장편소설 ‘너는 나의 새벽이었어’를 출간했다.
작품은 한 인간이 의사로서 마주한 생사의 갈림길,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난 사랑과 상실, 구원에 관한 이야기를 담아낸다.
소설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제1부는 ‘첫사랑의 슬픔’을 다루며, 어린 시절 친구 유미와의 풋풋한 사랑과 갑작스러운 죽음을 통해 삶의 유한함과 무력감을 보여준다. 고등학교 시절 유미를 천식 발작으로 잃은 성림은 죄책감 속에서 절망을 겪지만, 결국 그 경험이 그를 의사의 길로 이끌며 호흡기 질환 정복이라는 평생의 사명을 안겨준다.
제2부 ‘운명의 여신’에서는 의사로 성장한 성림이 병원과 응급 현장에서 다양한 생명과 맞닥뜨린다. 싱가포르행 비행기 안에서의 응급 구조, 의료 대란 속에서의 헌신, 그리고 세종문화회관에서 우연히 다시 만난 옛 인연 혜인과 승무원 진주를 통해 그는 의술의 본질과 인간 관계의 깊이를 성찰한다. 특히 동료의 연인, 환자의 가족 등 각기 다른 상황 속에서 의사의 선택과 책임이 얼마나 무거운지 생생히 드러난다.
제3부 ‘어느 의사의 숨결과 사랑’은 절정의 드라마를 선사한다. 미국으로 향하던 비행기 추락 사고 이후, 성림은 한정된 치료제를 두고 극한의 윤리적 선택을 해야 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살리기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는 그의 모습은 의사로서, 연인으로서 마지막까지 지켜낸 헌신과 사랑의 의미를 묵직하게 전한다.
결국 그는 생을 마감하지만, 그가 개발한 새로운 치료법은 수많은 환자를 살리며 의학적 업적으로 남는다. 진주는 추모식에서 “그는 나의 새벽이었다”는 고백을 남기며 끝내 사라지지 않는 사랑과 기억을 전한다.
진성림 작가는 책의 말미에서 이 소설을 “자신에 대한 고백이자, 등을 돌린 생명과 끝내 떠나버린 사랑, 그리고 함께 버텨낸 사람들과의 추억을 회상한 이야기”라고 밝혔다. 그는 “삶은 짧고 숨결은 찰나이나, 사랑은 영원하다”라는 문장으로 작품의 주제를 압축한다.
‘너는 나의 새벽이었어’는 단순한 의학 드라마를 넘어, 인간 존재의 본질적 질문을 던진다. 생명을 지켜내야 하는 의사의 윤리, 사랑을 잃은 상실감, 그리고 그럼에도 다시 살아가야 하는 이유를 섬세하게 엮어낸 이 소설은 독자에게 깊은 울림을 전한다.
- 송정현 기자 hyune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