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

대전 헤레디움, 프랑스 거장 로랑 그라소 개인전... "기후 위기를 예술로 묻다"

기사입력 2025.09.16 19:04
  • 대전의 복합문화예술공간 헤레디움(HEREDIUM)이 프랑스 현대미술가 로랑 그라소(Laurent Grasso)의 개인전 '미래의 기억들(Memories of the Future)'을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8월 31일 개막한 이번 전시는 2026년 2월 22일까지 약 6개월간 이어지며, 로랑 그라소가 직접 방한해 설치 과정에 참여하고 전시 오프닝에도 함께하며 의미를 더했다.

    이번 전시는 헤레디움의 네 번째 기획 초대전으로, 앞서 안젤름 키퍼, 레이코 이케무라, 마르쿠스 뤼페르츠에 이어 마련됐다. 세계적인 거장들의 작품을 연이어 선보이며 대전을 국제적인 현대미술의 중심지로 끌어올리고 있는 헤레디움의 기획력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로랑 그라소는 기후 변화와 생태 위기라는 복합적 주제를 예술의 언어로 풀어내며, 영상, 회화, 조각, 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과학적 상상과 예술적 직관이 공존하는 자연의 풍경을 제시한다. 작품들은 구체적인 해답보다 질문을 던지며, 관람객이 스스로 사유를 확장하도록 이끈다는 점이 특징이다.

    전시장에는 총 20여 점의 작품이 선보인다. 조각 작품은 공간 곳곳에 배치되고, 벽면에는 네온·회화·대형 LED 영상이 설치됐다. 

    특히 대표작 '오키드 섬(Orchid Island)'이 눈길을 끈다. 대만 란위섬에서 촬영한 영상에 그래픽 작업을 더한 이 작품은 열대 섬의 풍경 위를 떠다니는 검은 직사각형 형태로 시적인 자연과 불안한 기후 현실 사이의 긴장감을 시각화한다. 

    루이비통과 협업한 회화 연작 '과거에 대한 고찰(Studies into the Past)'도 함께 전시돼, 예술과 패션을 넘나드는 독창적인 미학을 경험할 수 있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 대해 대표작 '오키드 섬'이 단순한 휴양지가 아닌 사회적 문제의 현장을 담고 있으며, 영상 속 사각형은 전쟁·정치·기후 등 다양한 위협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관람객이 전시장에 들어서는 순간 마치 영상 속 세계를 거니는 듯한 몰입감을 느낄 수 있도록 세심하게 연출했다고 덧붙였다.

    로랑 그라소는 2008년 마르셀 뒤샹 프라이즈 수상, 파리 퐁피두 센터 전시를 비롯해 국제 무대에서 주목받아왔다. 2015년 '프랑스 문화예술공로훈장(기사장)'을 수훈했고, 2020년 오르세 미술관 영상 작품 발표 등으로 세계적인 입지를 확립했다. 

    최근에는 불가리 시계 디자인과 루이비통 런웨이 협업을 통해 패션계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며, 예술과 패션을 넘나드는 독창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어 더욱 주목받고 있다.

    관람 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이며,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은 휴관한다. 오디오 도슨트는 헤레디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무료 제공되며, 티켓 예매는 헤레디움 공식 홈페이지 및 주요 예매처를 통해 가능하다.

    한편 전시가 열리는 헤레디움은 1922년에 지어진 구 동양척식주식회사 건물을 복원해 2022년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재탄생한 공간이다. '유산으로 물려받은 토지'라는 의미를 지닌 헤레디움은 근대문화유산이자 현대 예술과 지역 예술가들이 공존하는 플랫폼으로 기능하며, 전시 연계 강연, 공연 등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문화 생태계 확장에도 기여하고 있다.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