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본질 놓고 상반된 시각… 창의성 vs 기초학력 논쟁 재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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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에듀테크 기업들이 AI 디지털교과서(AIDT) 정책을 놓고 상반된 견해를 드러냈다. 일부는 현 교육시스템의 문제점을 AI로 고착화시킨다며 강하게 반대한 반면, 다른 일부는 기초학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균형적 접근을 주장했다.
11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AWS 퍼블릭 섹터 데이 서울 2025’에서 열린 ‘'교육 분야 AI 혁신 사례’ 패널토론에서 비상교육, 아이포트폴리오, 아이헤이트플라잉버그스 대표들은 AI 교육 도입 방향을 놓고 논쟁을 벌였다.
◇ “입시교육+AI는 독” 반대론 vs “극단주의 경계” 균형론
김성윤 아이포트폴리오 대표는 AIDT에 대해 가장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우리나라 영어교육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며 “잘못된 페다고지(교육학)가 있는데 그대로 둔 채 AI를 붙이는 것은 비효율을 가속화시킨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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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우리가 싫어하는 국가가 있다면 그 나라를 망하게 하고 싶으면 AIDT를 수출하라”는 극단적 표현까지 사용하며 “우리나라 교육시스템을 원하는 국가는 전 세계에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입시 중심의 ‘진단→주입→암기→평가’ 구조를 문제로 지적하며, 평가를 배제하고 AI가 뒤에서 몰래 평가하는 ‘스텔스 어세스먼트’ 방식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반면 박찬용 아이헤이트플라잉버그스 대표는 균형적 시각을 제시했다. “한국에는 극단주의자들이 너무 많다”며 “후진국에서 선진국 반열로 올라선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하고, 한국 교육시스템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창의력이 나오려면 기본적인 연산능력이나 지식 베이스가 갖춰져야 한다”며 “SCI급 논문 대비 교육비 효율성은 어떤 나라보다 높다”고 한국 교육의 성과를 강조했다. 또 실제 AIDT를 특정 국가에 수출한 결과 “기초학력이 굉장히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며 실증 사례를 들어 반박했다.
◇ “정부는 지원하되 간섭 말라”… 정책 주도 방식 도마 위
노중일 비상교육 글로벌컴퍼니 대표는 정부 주도 정책의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최근 국회 토론회에서 “디지털교과서 정책이 두 번에 걸쳐 에듀테크 업계 생태계를 완전히 붕괴시켰다”고 발언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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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AIDT의 구조적 문제점으로 △명세 패러독스(정부 계획 수립 3년 vs AI 기술의 지수적 발전) △플랫폼 비즈니스 원칙 무시(과목별 분리로 확장성 제한)를 들며 “김대중 대통령의 문화정책 철학인 ‘지원하되 간섭하지 말라’를 AI 교육에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AI 교육의 기술적 난제도 토로했다. 박찬용 대표는 “교육은 다맥락 구조에서 이뤄지는데, 같은 지식수준이라도 학생들의 태도가 다 다르다”며 “AI가 활발하게 작동하려면 모든 학습활동이 디지털 트윈으로 구현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성윤 대표는 “콘텐츠 보유 업체들이 AI 학습을 반대해 설득에 1년 반이 걸렸다”며 데이터 보안과 저작권 문제를 실무적 어려움으로 꼽았다. 노중일 대표는 현재 개발 중인 AI 조교 에이전트에 대해 “선생님들이 경쟁자가 아닌 조력자로 인식하도록 ‘조교’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말하며 교육 적용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 김동원 기자 theai@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