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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은 오랫동안 장기 보장을 전제로 설계돼왔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시장에는 하루, 한 달, 계절 단위로 가입할 수 있는 ‘미니보험’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가입과 해지가 간편하고, 필요할 때만 비용을 지불하는 구조는 젊은 세대가 익숙한 구독형 서비스와 닮아 있다.
삼성화재가 최근 선보인 ‘4계절 보험’은 계절별로 자주 발생하는 위험을 집중 보장하는 상품이다. 봄에는 알레르기성 비염, 여름에는 식중독·열사병, 겨울에는 독감이나 빙판길 사고 등을 계절별로 나눠 담았다. 40대 남성 기준 봄 4천 원대, 겨울 1만 원대의 가격으로 계절이 끝날 때까지 보장이 제공된다.
교보생명은 독서라는 일상 활동에 초점을 맞춘 ‘교보e독서안심보험’을 내놨다. 책을 오래 읽다 발생할 수 있는 시력 저하, 근골격계·척추 질환 등을 보장하는 특화형 상품이다. 특정 활동에 맞춘 보장으로 ‘독서도 보험으로 대비한다’는 새로운 발상을 보여준다.
롯데손해보험은 팬덤 문화를 겨냥한 ‘덕밍아웃상해보험’을 선보인 바 있다. 콘서트장이나 팬 이벤트에서 다칠 수 있는 위험을 보장하고, 인터넷 쇼핑몰이나 중고 거래 플랫폼 등에서 직거래 중 일어날 수 있는 티켓 사기 피해와 같이 특화된 리스크를 다룬다. ‘내가 좋아하는 활동을 안전하게 즐길 수 있도록 보호한다’는 콘셉트다.
이처럼 보험사들은 다양한 일상의 영역들을 공략하며 소비자 접점을 세분화하고 있다. 공통점은 ‘필요할 때만, 원하는 테마로’ 가입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비용 대비 효용을 중시하고, 서비스 구독에 익숙한 MZ세대의 소비 습관과 맞닿아 있다.
다만 단기·소액보험은 어디까지나 보완재다. 장기간 치료나 생계 보장은 여전히 전통적인 보장성 보험이 맡아야 한다. 소비자는 중복 가입 여부를 확인하고, 기존 보험으로 커버되지 않는 틈새 위험을 보완하는 용도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보험업계는 앞으로 미니보험이 더욱 다양해질 것으로 내다본다. 기후 변화와 팬덤·취미·여행 같은 생활 트렌드가 새로운 보장 수요를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은 더 이상 ‘평생 준비’만이 아니라, 일상 속 ‘생활 구독형 서비스’로 진화하고 있다.
- 송정현 기자 hyune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