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유통·문화 체험 결합 전략 추진
미국·유럽·아시아 전역에서 K-주류 저력 입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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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브랜드가 세계 시장에서 영향력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콘텐츠와 음악을 넘어 패션, 뷰티, 식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 문화는 이제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았다. 단순한 유행을 넘어선 이러한 흐름은 차별화된 경쟁력과 철저한 현지화 전략에 기반하고 있다. 본 기획에서는 K-브랜드의 주요 해외 성공 사례를 소개하고 성장 배경과 향후 전략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소주 한 잔, 세계인의 일상 속으로…’편하게 한 잔, 한 잔 후 가깝게(Easy to Drink, Drink to Link)’.”
창립 100주년을 맞은 하이트진로가 글로벌 시장을 향한 전략을 공개하며, 브랜드 진로(JINRO)를 앞세워 소주를 ‘세계인의 술’로 자리매김시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단순한 수출을 넘어 문화와 경험 중심의 글로벌 전략을 추진한다는 점에서 기존 한류 열풍과는 차별화된다.
K-콘텐츠, 푸드에 이어 K-주류가 세계 시장에서 확실한 자리를 만들어가고 있다. 그 중심에 진로가 있다. 한국적이면서도 세계적인, 소박하면서도 세련된 브랜드 전략으로 진로는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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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트진로는 지난해 발표한 ‘글로벌 비전 2030’에서 2030년까지 전 세계 주류 시장에서 독보적인 브랜드 경쟁력을 확보하고, 향후 100년 먹거리를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제품, 유통, 마케팅, 생산 등 전 분야에서 혁신을 추진하며, 소주를 단순한 술이 아닌 글로벌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자리매김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진로의 대중화 전략은 제품 확대에 그치지 않고 문화·체험과 연결된 브랜딩을 중심으로 설계됐다. 하이트진로는 ▲과일소주 등 제품 포트폴리오 확대 ▲글로벌 유통망 확장 ▲현지 문화와 연계한 마케팅 ▲글로벌 생산 인프라 구축 등 4대 전략을 동시에 추진 중이다.
특히 베트남에 착공한 스마트팩토리는 축구장 11배 크기(약 2만5000㎡)에 첨단 자동화 기술을 접목, 2026년 완공 예정이다. 연간 500만 상자 생산 능력을 갖춘 이 공장은 진로의 글로벌 생산 허브로 기능하며, 현지 시장 대응과 유통 효율성을 동시에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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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의 전략은 실제 현장과 판매 실적에서도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미국에서는 LA 다저스, 뉴욕 레드불스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경기장 내 시음과 이벤트, ‘하이트진로 바’를 운영하며 스포츠 팬과의 접점을 확대했다. 멕시코에서는 CF 몬테레이와 협업해 경기장 광고, 시음 부스, 콜라보 굿즈 등 현지 팬층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런던 Taste of London에서 ‘가장 주목받은 신규 부스’로 선정됐고, 파리 팝업스토어 ‘진로의 정원’에는 8000여 명이 방문하며 브랜드 체험 마케팅의 저력을 보여줬다. 한국 전통 부채에 손글씨를 새기는 캘리그래피 체험 등 이벤트가 현지 소비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며, 한국 문화와 브랜드 경험을 결합한 사례로 주목된다.
아시아 시장에서도 진로의 성장세는 두드러진다. 태국과 캄보디아에서는 EDM 페스티벌, SNS 인증 콘텐츠, 두꺼비 캐릭터 브랜딩 등을 활용해 젊은 세대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특히 캄보디아에서는 2023년 현지인 대상 판매 비율이 96%에 달하며, 현지 시장에서 진로가 ‘현지화와 글로벌화’를 동시에 달성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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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에서도 진로는 독보적이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9680만 상자를 판매하며 24년 연속 세계 증류주 판매량 1위를 기록했다. 미국에서 최근 3개년도(2021~2023년) 연평균 성장률은 24.1%, 멕시코는 지난해 40% 이상, 프랑스는 2020년부터 2024년까지 70%에 가까운 성장률을 보였다. 이러한 기록은 진로가 세계 주요 주류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브랜드 중 하나임을 보여주며, 일부 시장에서는 데킬라, 진, 보드카와 어깨를 나란히 하거나 이미 추월한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진로의 성장은 단순한 판매 확대가 아니라, 문화·체험 기반 마케팅과 결합된 전략이 소비자의 선택으로 이어진 결과다. 감성적인 병 디자인, 익숙한 두꺼비 캐릭터, 과일향 소주의 젊은 이미지가 스포츠 경기와 축제 속 자연스럽게 녹아들며 소비자와의 교감을 강화하고 있다.
황정호 하이트진로 해외사업본부 전무는 “한국인이 일상 속에서 소주를 즐기는 것처럼, 세계인의 생활 속에서도 진로가 함께하는 것이 목표”라며 “소비자 체험 중심 활동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소주 대표 브랜드로서 입지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 김경희 기자 lululal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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