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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가본 곳은 다시 안 간다? 이제는 옛말이다. 요즘 여행자들 사이에서는 같은 지역을 여러 번 찾아가며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는 'N차 여행'이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최근 감각 있는 여행자들 사이에서 주목받고 있는 'N차 여행'을 주제로 한 콘텐츠를 공개했다.
'N차 여행'은 같은 지역을 여러 번 방문하면서 익숙한 공간 속에서 새로운 경험을 쌓아가는 여행 방식을 뜻한다. 처음에는 유명 관광지를 둘러보지만, 방문 횟수가 늘어날수록 골목길과 지역 축제, 계절마다 변하는 풍경 등 숨겨진 매력을 발견하게 된다는 것이 특징이다.
정서적 안정과 회복을 중시하는 최근 여행 트렌드, 체험을 선호하는 MZ세대 성향, 그리고 지역별 계절 축제의 정례화 등이 맞물리면서 N차 여행은 단순한 관광 소비를 넘어 지역과 지속적인 관계를 맺는 새로운 관광 패러다임으로 주목받고 있다.
강화도 '잠시섬 프로젝트'
이번에 공개된 5개 N차 여행 콘텐츠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인천 강화도의 '잠시섬 프로젝트'다. 협동조합 청풍이 운영하는 이 프로그램은 자신들의 활동을 '여행업'이 아닌 '환대업'이라고 정의한다. -
'잠시 멈춰 섬에서 쉰다'는 의미의 체류형 프로그램으로, 참여자들은 100년 전통 금풍양조장에서의 막걸리 시음, 노을을 배경으로 한 야외 힐링요가, 현지 농산물을 활용한 제철 요리 피크닉 등 30여 개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경험할 수 있다.
특히 모든 숙소를 1인 예약으로 제한해 새로운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도록 한 점이 독특하다. 강화도 젊은 주민들이 직접 프로그램 진행자로 나서 현지인만의 특별한 매력을 소개한다.
전주 도서관 여행
전북 전주는 전국 최초로 '도서관 여행' 코스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폐 동사무소와 파출소를 리모델링한 작은 도서관부터 덕진공원 연못에 세워진 한옥형 연화정도서관까지, 총 14곳의 개성 있는 도서관을 빨간 전용버스로 둘러보는 프로그램이다. -
11월까지 매주 토요일 운영되는 이 프로그램은 참여자의 연령과 목적에 따라 하루 코스와 반일 코스로 나뉘며, 자연·그림책·여행·예술 등 명확한 주제별로 선택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강원 고성 해변 여행
강원 고성은 최북단 명파해변부터 최남단 켄싱턴 해변까지 20여 개의 크고 작은 해변이 이어져, 기분과 날씨에 따라 다른 바다를 선택할 수 있는 매력을 제공한다. -
교암리해변의 워케이션 명소 '맹그로브 고성'에서는 오션뷰 워크 라운지에서 일과 휴식을 동시에 즐길 수 있어, 바쁜 일상 중에도 바다를 그리워하는 여행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경남 하동 차(茶) 체험
경남 하동은 1,200여 년 차 재배 역사를 자랑하는 우리나라 차의 시배지다. 곳곳에 자리한 수십 년 역사의 다원에서는 주인이 직접 차 농사를 짓고 만든 차를 맛보며 다담을 나눌 수 있다. -
하동군 직영 '티카페하동'의 하동티소믈리에 클래스와 녹차족욕, 1만여 평 규모의 '따신골녹차정원'에서의 힐링 체험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통영의 미각 여행
경남 통영은 '동양의 나폴리'라 불리는 아름다운 바다와 함께 강구안 일대의 풍부한 먹거리로 유명하다. 충무김밥과 밀면, 시락국 등 서민적인 음식부터 신선한 해산물을 한 상 가득 맛볼 수 있는 다찌집까지 다양한 미식 경험을 제공한다. -
40년 전통의 정화순대, 통제영꽈배기 등 오래된 맛집들이 강구안만의 특별한 맛을 선사하며, 식사 후에는 세병관과 수항루 등 역사 문화재도 함께 둘러볼 수 있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N차 여행은 단순한 관광지 소비를 넘어 지역과 지속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새로운 여행 패러다임"이라며 "앞으로도 이런 깊이 있는 여행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소개하겠다"고 말했다.
- 서미영 기자 pepero99@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