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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들이 보험을 어려워하는 이유 중 하나는 복잡한 전문용어다. ‘배서’, ‘고지의무’, ‘약관대출’ 등 일상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단어가 약관과 안내문에 빼곡하다 보니, 가입자뿐 아니라 상담 직원조차 설명에 혼란을 겪는다. 실제 소비자들은 약관에 사용된 전문용어 때문에 상담 과정에서 내용을 되묻거나, 보장 조건을 혼동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문제의식 속에서 KB손해보험은 최근 ‘고객언어가이드’를 발간했다고 4일 밝혔다. 사내 아이디어 공모전을 통해 모은 제안을 토대로, 고객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표현을 다듬고 ‘권장용어사전’을 포함했다.
예컨대 ‘65세 초과는 가입이 불가합니다’라는 문구는 ‘만 20세부터 만 65세까지 가입할 수 있습니다’로, ‘환급금 청구 기간이 경과하여 지급이 불가합니다’는 ‘환급금 청구 기간은 3년으로, 해당 건은 기간이 경과되어 지급이 어렵습니다’로 수정됐다. 같은 의미지만 훨씬 명확하고 친절한 표현이다.
또 ‘배서’를 ‘변경’으로, ‘고지의무’를 ‘계약 전 알릴의무’로, ‘약관대출’을 ‘보험계약대출’로 변경해 고객의 이해도를 높였다. 보험 상품 안내문, 상담 대본, 홈페이지 화면 등 다양한 접점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한 점이 특징이다.
업계 차원의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7월 생명보험협회는 AI 기반 ‘알기 쉬운 금융용어 보기 서비스’를 홈페이지에 도입했다.
어려운 금융·보험 용어에 밑줄이 자동 표시되고, 커서를 올리면 해설을 제공한다. 특히 자연어 처리 AI 기술을 적용, 웹 페이지 상의 구문과 형태소를 분석해 보다 정확한 단어 검출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소비자 편의성을 높이고 보험사에 대한 신뢰 회복을 이끌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한계도 분명하다. 용어를 쉽게 바꿔도 상품 자체의 복잡한 구조와 예외 조항은 여전히 소비자가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앞으로는 언어 단순화를 넘어, 상품 구조 간소화와 맞춤형 디지털 설명 서비스로 이어질 필요가 있다. 쉬운 언어가 금융 현장에서 정착될수록, 보험은 한층 더 친근하고 신뢰할 수 있는 서비스로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송정현 기자 hyune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