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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까다로운 심부전, AI로 잡는다…삼성서울병원, 심전도 기반 예측 모델 개발

기사입력 2025.09.04 09:40
복잡한 검사 대신 흔한 심전도로 HFpEF 위험 선별…국제 진단 기준 적용
  • 가장 까다로운 심부전으로 꼽히는 ‘박출률 보존 심부전(HFpEF)’을 흔한 심전도 검사로 선별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모델이 개발됐다.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박경민·홍다위 교수 연구팀은 심전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HFpEF 가능성을 예측하는 AI 모델을 개발해 국제 학술지 ‘European Heart Journal – Digital Health’(IF 4.4) 최근호에 발표했다고 4일 밝혔다.

  •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박경민교수가 심부전 진단 AI모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삼성서울병원
    ▲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박경민교수가 심부전 진단 AI모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삼성서울병원

    HFpEF는 전체 심부전 환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지만, 숨참·피로 등 비특이적인 증상과 고혈압·비만·당뇨 등 만성질환과 혼동되기 쉽다. 좌심실 박출률은 정상(50% 이상)으로 보이지만, 이완 기능 저하나 구조적 변화가 있어 확진에는 심장초음파·혈액검사 같은 정밀 검사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많은 환자들이 적시에 진단받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발생해 왔다.

    연구팀은 삼성서울병원에서 심전도·심장초음파·혈액검사를 함께 받은 환자 1만 3천여 명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유럽심장학회가 제시한 HFpEF 진단 기준인 ‘HFA-PEFF 점수’를 적용해 환자군을 분류하고, 심전도 신호를 AI가 학습하도록 했다.

    AI 모델은 환자가 HFpEF일 가능성을 약 80% 정확도(AUROC 0.81)로 예측했다. 나이, 비만, 당뇨, 고혈압 등 주요 위험 인자가 있는 환자에게서도 성능은 비슷하게 유지됐다. 또 AI가 ‘위험군’으로 분류한 환자는 5년 안에 심장질환으로 사망할 위험이 약 9.5배, 심부전으로 입원할 위험은 약 6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국내에서 AI 심전도를 활용해 HFpEF 가능성을 예측한 드문 보고이며, 세계적으로도 HFA-PEFF 점수를 기준으로 모델을 학습·평가한 사례는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박경민 교수는 “심전도만으로도 HFpEF 가능성을 조기에 의심할 수 있어 진단 사각지대를 줄이는 의미가 있다”며 “다른 기관과 협력해 외부 검증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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