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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1일)부터 예금자 보호 한도가 기존 5천만 원에서 1억 원으로 상향된다.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한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이 시행되는 것으로, 2001년 이후 24년 만의 변화다.
예금자보호제도는 금융회사가 파산 등으로 예금을 지급하지 못할 때 예금보험공사가 대신 지급해 주는 장치다. 최근 저축은행들은 ‘예금자 보호 상향’을 문자나 앱 알림으로 안내했지만, 주요 시중은행은 공지 위주에 그쳐 업권 간 대응 온도 차가 드러나기도 했다.
이번 상향은 경제 규모 확대와 해외 주요국과의 격차를 고려한 조치다. 예금보호공사에 따르면 1인당 GDP는 2001년 1,493만 원에서 2023년 4,334만 원으로 늘었고, 보호대상 예금도 같은 기간 550조 원에서 2,947조 원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GDP 대비 보호 한도는 한국이 1.2배에 불과해 미국(3.1배), 영국(2.2배), 일본(2.1배)보다 확연히 낮았다. 이에 따라 보호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정부는 이번 개정으로 보호예금 비중이 50%에서 58%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내 통장, 어떻게 달라질까
실제 달라지는 부분은 한 금융회사에 예·적금, 외화예금 등을 넣었을 때 원금과 이자를 합쳐 최대 1억 원까지 보호된다는 점이다. 금융위원회는 은행 전산시스템과 통장, 상품 안내 자료 등에 변경 사항을 반영하고 있으며, 앞으로 창구와 모바일 앱에서도 ‘예금보호 1억 원’ 문구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우려했던 자금 이동(머니무브) 현상은 아직 뚜렷하지 않다. 은행 예금은 과거 5개년(2020년~2024년) 연평균 수준으로 증가 중이며, 저축은행도 중소형과 대형 모두 완만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저축은행들은 수신이 감소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타 업권 대비 높은 3%대 금리를 유지하고 있어 향후 소비자들의 관심이 집중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당국은 “현재까지는 입법예고 이전에 비해 고금리 특판 경쟁이 과열되는 양상은 없으나, 저축은행·상호금융의 고금리 특판 상품 수가 다소 증가하고 있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가입 전 꼭 확인하세요
소비자가 유의해야 할 점도 있다. 예금자 보호는 금융회사별로 적용되므로 한 은행에 1억 5천만 원을 넣으면 1억 원까지만 보장되지만, 두 은행에 1억 원씩 나누면 각각 보장받을 수 있다. 또 펀드, 증권사 CMA, 변액보험(투자형) 등은 보호 대상이 아니므로 상품 가입 전 예금보험공사 보호 여부를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예금자 보호가 강화되면서 소비자는 든든해졌지만 금융업계는 새로운 부담을 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금융안정계정 도입 등 제도 안착 장치를 준비하는 동시에 2028년부터 새로운 예금보험료율 적용을 검토할 예정이다. 현재 금융업권이 과거 금융부실을 해소하기 위해 소요된 비용을 부담하고 있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예금자 보호 한도의 상향은 금융소비자에게는 분명 반가운 소식이다. 다만 모든 금융상품이 보호되는 것은 아니므로 ‘어디까지 안전한가’를 따져보고, 은행별로 분산 예치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 송정현 기자 hyune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