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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건강기능식품(이하 건기식) 시장에서 ‘복합 기능성’ 제품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로 건강 관리 수요가 복잡해지면서, 한 알로 여러 기능을 충족할 수 있는 제품이 새로운 성장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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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와 대사증후군, 달라지는 소비자 니즈
대한고혈압학회 팩트시트 2024에 따르면 고혈압·이상지질혈증·당뇨병을 동시에 치료받는 성인은 지난 10년간 약 4배로 증가했다. 국민건강영양조사 기반 연구에서도 국내 성인의 대사증후군 유병률은 2013년 23.3%에서 2022년 28.6%로 높아졌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는 국내 건기식 시장 규모가 2024년 약 6조 원에 이르렀으며, 최근 5년간 연평균 5% 이상 성장했다고 밝혔다. 소비자 조사에서도 ‘복합 기능과 편의성’을 주요 구매 요인으로 꼽는 응답이 늘고 있다.
해외에서도 복합 기능성 제품 수요는 같은 흐름을 보인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Grand View Research는 한국 건기식 시장이 2023년 약 24억 달러 규모에서 연평균 9.4% 성장해 2030년에는 45억 달러 이상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국제무역청(Trade.gov) 역시 한국을 전 세계 건기식 시장의 약 2.6%를 차지하는 주요 시장으로 평가하며, 2030년에는 200억 달러 규모로 확대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기업들의 복합 기능성 제품 출시 확대
실제 많은 기업이 바쁜 생활 속에서 ‘편의성’과 ‘효율성’을 중시하는 소비자 트렌드를 반영해 다양한 복합 기능성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연질캡슐 전문 CDMO 기업 알피바이오와 대웅제약이 공동 개발한 ‘에너씨슬 플래티넘’은 출시 1년 만에 누적 생산량 2,600만 캡슐을 기록해 주목받았다. 알피바이오는 혈압·혈당·콜레스테롤·간 건강 등 네 가지 기능성을 한 알에 담은 제품이 출시 1년 만에 달성한 성과라며, 연질캡슐 제형을 활용해 복잡한 원료를 안정적으로 담아내고 흡수율을 높인 점이 판매 확대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연말까지 5,000만 캡슐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밖에도 종근당건강은 프로바이오틱스와 비타민·미네랄을 결합해 장 건강과 면역을 동시에 겨냥한 제품을 내놨으며, CJ제일제당은 ‘바이옴엔리치’ 브랜드로 복합 생물활성 원료 기반 제품을 글로벌 시장에 확장 중이다. hy(옛 한국야쿠르트)는 멀티팩 정기 구독 서비스를 통해 복합 기능성과 접근성을 동시에 강화하고 있다.
성장 지속 전망…안전성과 규제는 과제
전문가들은 빠른 고령화와 높은 기대수명을 고려할 때, 복합 기능성 제품의 수요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OECD ‘Health at a Glance 2023’에 따르면 한국의 기대수명은 83.6세로 OECD 평균보다 3년 이상 길고, 건강수명 역시 상위권을 기록했다. 이는 장기적인 건강 관리 수요와 맞물려 복합 기능성 제품 시장 확대를 뒷받침한다.
다만 이러한 성장세가 소비자 신뢰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안전성과 규제 준수가 필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원료별 기준·규격 충족 시 복합 기능성 표시를 허용하지만, 질환 치료·예방으로 직결되는 표현은 금지하고 있다. 특히 홍국(모나콜린K) 성분은 유럽에서 안전성 논란으로 건강 강조 표시가 철회된 사례가 있어, 국내에서도 재평가와 주의 사항 표기 강화가 진행되고 있다.
복합 기능성 제품의 확산은 결국 원료 안전성 검증과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품질관리, 지속가능성 중심의 제도 정비가 병행돼야 가능하다는 평가다. 복합 기능성·연질캡슐이 향후 K-건기식이 성장 축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는 안전성과 규제라는 과제를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다.
- 김정아 기자 jungy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