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연봉보다 상식적인 환경”…쉬었음 청년이 말하는 일자리 조건

기사입력 2025.08.27 10:44
  • 별다른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청년, 이른바 ‘쉬었음’ 인구가 40만 명을 넘어섰다. 통계청에 따르면 이 가운데 73.6%는 직장 경험이 있음에도 다시 노동시장으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 

    단순히 일자리가 없어서가 아니라, 기본적인 근무 환경조차 지켜지지 않는 현실이 청년들의 복귀를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대기업 수준의 연봉이나 화려한 복지가 아니라, 매일 출근이 가능할 만큼의 상식적인 일자리였다.

    ◇ 최소한의 조건조차 지켜지지 않는 근로 환경, 떠나고 돌아오지 않는 청년들

    대학내일이 고용노동부 지원으로 실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년들이 꼽은 ‘수용 가능한 직장의 최소 조건’ 1위는 청결한 화장실이었다. 이어 사내 식당·카페, 냉난방 시설, 휴게실 순으로 나타났다. 남성은 휴게실을, 여성은 화장실 청결을 특히 중시했다.

  • 직장 경험이 있는 청년들이 다시 일터로 돌아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부 청년들은 이전 직장에서 업무 환경과 근무 조건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아 불편을 겪었다고 말했다.

    청년단체 니트생활자 전성신 대표는 “청년들이 쉬었음에서 니트로 이어지는 경우, 다시 회사에 가지 못하는 이유는 능력 부족보다 ‘나쁜 경험이 반복될 것’이라는 불안이 더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취업 자체보다 이전 직장에서의 실망감이 더 많은 청년들을 쉬게 만든다는 점을 보여준다.

    ◇ 청년들이 원하는 건 연봉보다 일터의 상식…기업의 높아진 눈높이

    대학내일은 계약직 또는 정규직 경험이 있으면서 현재 무직 상태인 청년 200명을 대상으로 일자리 조건 조사를 실시했다. 청년들이 응답한 최소 조건은 ▲연봉 2823만 원 ▲통근 시간 편도 63분 이내 ▲주 3.14회 이하 추가 근무였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구인배수는 0.39로, 구직자 100명당 일자리는 39개뿐이다. 반면 기업 10곳 중 8곳은 지원자 중 적합 인원 부족을 이유로 채용을 완료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2년째 취업을 준비 중인 한 대학생은 “요구 조건을 모두 충족해도 면접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청년은 “뉴스에서는 청년들이 부모에게 기대어 일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중소기업에서 시작하려는 이들도 많다. 다만 괜찮은 기업에도 스펙 좋은 지원자가 몰린다”고 말했다.

    ◇ 일자리의 양적 확대보다 하한선을 높여야

    지금까지 청년 고용 정책은 일자리 수 확대에 집중돼왔다. 그러나 많은 청년이 노동시장에 복귀하지 않는 이유는 단순한 일 경험 부족이 아니라, 이전 직장의 환경과 경험이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지방 식품기업 인사담당자는 “청년들이 입사해도 3~6개월이면 그만두는 경우가 있다”며 “회사도 교통이 불편하고 식당이 없는 환경이라는 걸 알지만, 구내식당이나 셔틀버스를 제공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윤동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단순히 일자리가 부족한 게 아니라, 첫 직장에서의 경험이 청년들의 복귀를 막고 있다”며 “단기 채용 지원금이나 알선 중심 정책보다 장기 근속이 가능한 최소 기준을 제도화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일자리의 하한선은 임금만을 뜻하지 않는다. 안전한 환경, 합리적 근로 시간, 기본적 복지, 성장 가능성 등이 포함된다”며 “청년이 버티는 것이 아니라 매일 일할 수 있는 최소 환경을 보장해야 한다. 그래야 청년과 기업 모두의 지속 가능한 이익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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