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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 인공관절 수술의 예후를 좌우하는 핵심 지표를 단 몇 초 만에 계산하는 인공지능(AI) 모델이 서울대병원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이 모델은 전문의보다 10배 이상 빠른 속도로 지표를 산출하면서도 측정값이 91% 이상 일치해, 임상 현장에서 예후 예측에 도움을 줄 가능성을 보여줬다.
무릎 수술 후 인공관절의 수명과 안정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 하나는 ‘경골 후방 경사각’이다. 이는 정강뼈 관절면이 옆에서 보았을 때 얼마나 뒤로 기울어져 있는지를 나타내는 각도다. 각도가 크면 무릎 관절이 불안정해지고 십자인대 손상이나 수술 후 예후 악화 위험이 커진다.
문제는 이 각도를 정확히 측정할 표준화된 방법이 세계적으로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의료기관마다 촬영 영상의 길이나 배율이 달라 같은 환자라도 측정값이 달라질 수 있고, 연구와 임상 적용에 제약이 있었다.
서울대병원 정형외과 노두현 교수·김성은 연구교수 연구팀은 미국 미네소타대, 노르웨이 베르겐대와 공동으로, 2009~2019년 사이 촬영된 무릎 엑스레이 1만여 건을 학습한 딥러닝 모델을 개발했다. 이 모델은 무릎뼈의 6개 해부학적 기준점을 자동 인식해 관절선과 중심축을 계산하고, 이를 통해 경골 후방 경사각을 빠르고 정확하게 산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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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결과, AI 모델은 평균 2.6초 만에 경사각을 계산해 전문의 수기 측정(평균 26.1초)보다 10배 이상 빨랐다. 전문의 측정치와의 일치도를 나타내는 ‘관찰자 간 상관계수’는 최소 91%로 상당히 높았으며, 같은 영상 반복 측정 시 일관성은 100%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어 노르웨이 환자 289명의 무릎 영상을 이용해 추가 검증을 진행했다. 그 결과, 관찰자 간 상관계수는 80%로 나타나, 이 모델이 다양한 인종과 환경에서도 적용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Orthopaedic Journal of Sports Medicine에 최근 게재됐다.
김성은 연구교수(교신저자)는 “이번 연구는 국내에서 개발된 의료 AI가 해외 환자 데이터를 통해서도 성능을 입증한 의미 있는 사례”라며 “후속 연구를 통해 경골 후방 경사각 측정의 표준화와 범용성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 김정아 기자 jungy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