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라벤더가 선사하는 보라빛 감동을 느끼고 싶다면... 한여름 ‘알프 드 오트 프로방스’가 답!

기사입력 2025.08.22 18:41
  • 6월 말, 남프랑스는 온 세상이 보라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알프 드 오트 프로방스(Alpes-de-Haute-Provence)는 이 시기가 되면 라벤더 꽃이 절정을 이루며, 전 세계 여행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마법 같은 풍경을 선사한다. 끝없이 펼쳐진 라벤더 밭과 그 사이로 스며드는 달콤한 향기, 그리고 프로방스만의 독특한 매력을 찾아 떠난 남프랑스 여행은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다.

    돌로 변한 수도사들의 전설 '페니탕 바위(Pénitents des Mées)'


    이날 여행의 첫 번째 목적지는 레 메(Les Mées) 마을의 페니탕 바위였다. 레 메 마을을 유명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마을 위로 100미터가 넘는 높이로 우뚝 솟은 기묘한 형태의 바위들이다. 마치 갈색 수도복을 입고 고개를 숙인 수도사들이 일렬로 서 있는 듯한 모습이 신비롭다.

  • 레 메 마을의 페니탕 바위페니탕 바위(Pénitents des Mées)(사진촬영=서미영 기자)
    ▲ 레 메 마을의 페니탕 바위페니탕 바위(Pénitents des Mées)(사진촬영=서미영 기자)

    이 바위는 흥미로운 전설을 품고 있다. 8세기경 사라센족과의 전투에서 승리한 백작 랭보가 포로로 잡은 아름다운 무어족 여성들을 보고 마음이 흔들린 수도사들을 성인 도나가 석화시켰다는 이야기다. 

  • 레 메 마을의 페니탕 바위페니탕 바위(Pénitents des Mées)(사진촬영=서미영 기자)
    ▲ 레 메 마을의 페니탕 바위페니탕 바위(Pénitents des Mées)(사진촬영=서미영 기자)

    실제로는 200만 년에서 1,200만 년 전에 형성된 푸딩 드 발랑솔(poudingue de Valensole)이라는 역암이 풍화작용을 거쳐 만들어진 지질학적 명소이지만, 전설이 더해져 더욱 신비로운 느낌을 자아낸다.

    프로방스 향기의 산실 ‘록시땅’


    페니탕 바위의 신비로운 감동을 뒤로하고 차로 약 30분을 달려 도착한 곳은 마노스크(Manosque)의 록시땅 본사다. 1976년 23세의 올리비에 보상이 야생 로즈마리와 라벤더로 에센셜 오일을 만들기 시작한 그 작은 꿈이, 이제는 전 세계 90개국에서 사랑받는 뷰티 브랜드 '록시땅'으로 성장한 것이다.

  • 마노스크(Manosque)에 위치한 록시땅 본사(사진촬영=서미영 기자)
    ▲ 마노스크(Manosque)에 위치한 록시땅 본사(사진촬영=서미영 기자)

    본사에 도착해 가장 먼저 참여한 것은 '아틀리에 데 성퇴르(Atelier des Senteurs)'라는 향기 워크숍이었다. 이곳에서 프로방스 전통 방식으로 라벤더 스핀들(fuseau de lavande)을 만드는 체험을 할 수 있었다.

  • 록시땅 본사에서 할 수 있는 라벤더 스핀들 만들기 체험(사진촬영=서미영 기자)
    ▲ 록시땅 본사에서 할 수 있는 라벤더 스핀들 만들기 체험(사진촬영=서미영 기자)
  • 록시땅 본사에서 할 수 있는 라벤더 스핀들 만들기 체험(사진촬영=서미영 기자)
    ▲ 록시땅 본사에서 할 수 있는 라벤더 스핀들 만들기 체험(사진촬영=서미영 기자)

    라벤더 스핀들은 과거 프로방스 여성들이 라벤더를 보관하면서 동시에 장식품으로도 활용했던 전통 공예품이다. 신선한 라벤더 줄기를 엮어가며 만드는 과정은 생각보다 섬세했지만, 완성품에서 풍겨나는 은은한 라벤더 향기는 그 어떤 인공 방향제보다 자연스럽고 깊었다.

    자연에서 제품까지… 록시땅의 철학을 만나다


    라벤더 스핀들 만들기를 마친 후에는 본격적인 록시땅 공장 견학이 시작되었다. ‘자연의 힘과 프로방스의 전통, 그리고 현대적 기술의 조화’라는 록시땅의 브랜드 철학이 실제 제조 과정에 어떻게 구현되는지 직접 볼 수 있다.

  • 록시땅 본사 공장 견학(사진촬영=서미영 기자)
    ▲ 록시땅 본사 공장 견학(사진촬영=서미영 기자)
  • 록시땅 본사 공장 견학(사진촬영=서미영 기자)
    ▲ 록시땅 본사 공장 견학(사진촬영=서미영 기자)

    연구개발 센터에서는 연구원, 농학자, 피부과 전문가, 독성학 전문가들이 한 팀을 이루어 자연 성분의 효능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제품화하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부르키나 파소에서 공정거래로 들여오는 시어버터 연구 과정이었다. 전 세계에서 4초마다 하나씩 팔린다는 록시땅의 대표 핸드크림이 바로 이곳에서 탄생하는 것이다.

  • 록시땅 본사 앞 정원(사진촬영=서미영 기자)
    ▲ 록시땅 본사 앞 정원(사진촬영=서미영 기자)

    공장 견학 후에는 본사 내에 조성된 정원을 자유롭게 산책할 수 있었다. 야생과 재배 식물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이 정원에서는 록시땅 제품의 원료가 되는 다양한 식물들을 직접 보고 향기를 맡을 수 있었다. 라벤더는 물론이고 로즈마리, 타임, 세이지 등이 지중해의 강한 햇살 아래 향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정원 한구석에 마련된 벤치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하며 주변을 둘러보니, 이곳이 단순한 공장이 아니라 프로방스의 자연과 전통을 보존하고 전파하는 문화 공간임을 느낄 수 있었다.

  • 마지막으로 방문한 부티크 뮤지엄은 쇼핑의 즐거움을 한층 더해주었다. 일반 록시땅 매장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록시땅의 전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매장 곳곳에는 록시땅의 역사를 보여주는 아카이브들이 전시되어 있다. 창립자 올리비에 보상이 처음 사용했던 증류기부터 초기 제품 디자인까지, 브랜드의 성장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다.

    800km²에 펼쳐진 보라빛 카펫, '발랑솔'의 라벤더 대향연


    록시땅 본사에서의 알찬 체험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들른 발랑솔(Valensole) 고원은 남프랑스 여행의 절정이었다. 차창 밖으로 보이기 시작한 라벤더 밭의 규모는 상상을 초월했다. 800km²에 달하는 거대한 고원 전체가 온통 보라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 발랑솔(Valensole)에 핀 라벤더(사진촬영=서미영 기자)
    ▲ 발랑솔(Valensole)에 핀 라벤더(사진촬영=서미영 기자)

    6월 말은 라벤더가 절정에 달하는 시기였다. 7월 중순부터 수확이 시작되기 때문에, 완전히 만개한 라벤더를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기도 했다. 고원 곳곳에는 사진을 찍기 위해 전 세계에서 온 관광객들이 있었지만, 워낙 넓은 지역이라 혼잡하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발랑솔 고원은 '지역의 곡창(grenier de la région)'이라 불릴 만큼 농업이 발달한 곳이다. 6월 말에는 라벤더의 보라빛이 어우러져 더욱 환상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 발랑솔(Valensole)에 핀 라벤더(사진촬영=서미영 기자)
    ▲ 발랑솔(Valensole)에 핀 라벤더(사진촬영=서미영 기자)

    해가 서쪽으로 기울어가는 오후 늦은 시간, 드디어 완벽한 촬영 장소를 발견했다. 라벤더 밭은 끝없이 펼쳐져 있었고, 멀리 창고로 보이는 건물은 마치 모델처럼 서 있었다. 바람이 불 때마다 라벤더들이 일제히 흔들리며 만들어내는 보라빛 물결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특히 황금빛 석양이 라벤더 밭을 비추는 순간의 색감은 어떤 필터도 표현할 수 없는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이었다. 라벤더의 달콤한 향기와 함께 꿀벌들의 윙윙거리는 소리, 그리고 프로방스 특유의 따뜻하고 건조한 바람까지, 모든 감각이 조화를 이루는 완벽한 순간이었다.

    하루의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차 안은 온통 라벤더 향기로 가득했다. 록시땅에서 만든 라벤더 스핀들과 구입한 제품들이 어우러져 만드는 향기였다.

    이날 여행은 프로방스의 자연과 전통, 그리고 현대적 기술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 페니탕 바위에서 느낀 자연의 신비로움, 록시땅 본사에서 경험한 프로방스 전통과 제품 제조 과정의 만남, 그리고 발랑솔 고원에서 만난 프로방스의 순수한 아름다움까지, 모든 순간이 특별했다.

    알프 드 오트 프로방스는 분명 한 번 방문하면 평생 잊을 수 없는 곳이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인간의 지혜가 만나 창조해낸 이 특별한 땅에서, 나는 진정한 프로방스의 정수를 만날 수 있었다.

    취재 협조 : 프랑스 관광청, 에어프랑스, 프로방스 알프 코트다쥐르 관광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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