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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중추신경계(CNS) 치료제 전문 제약사 명인제약이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추진한다. 단순한 자본시장 이슈를 넘어, 정신건강 치료제 수요가 늘어나는 환경에서 CNS 특화 기업의 상장이 주목된다.
명인제약은 21일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본격적인 공모 절차에 돌입했다. 총 340만 주를 공모하며, 희망 공모가 밴드는 4만 5,000원~5만 8,000원이다. 수요예측은 9월 915일, 일반 청약은 18~19일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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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S 치료제, 폭넓은 포트폴리오
1985년 설립된 명인제약은 ‘이가탄’, ‘메이킨Q’ 등의 대표 제품을 비롯해 우울증·조현병·치매·파킨슨병·ADHD 등 다양한 CNS 치료제를 확보하고 있다. 회사는 “이 가운데 31종이 단독의약품으로, 국내 중추신경계(CNS) 치료제 분야 최대 규모의 전문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신건강 치료제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정신·행동장애 진료 인원은 지난 10여 년간 연평균 5% 이상 늘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Grand View Research)는 한국 CNS 치료제 시장이 2024년 약 11억 달러에서 2030년 18억 달러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우울증과 불안장애는 청년·중년층에서, 치매·파킨슨병은 고령층에서 각각 환자가 늘며 전 연령대에 걸쳐 치료 수요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3년 연속 30%대 영업이익률…업계 평균 두 배 웃도는 성과
명인제약은 지난해 매출 2,694억 원, 영업이익 928억 원을 기록해 영업이익률 34.5%를 달성했다. 특히 3년 연속 30%대 수익률을 이어왔는데, 이는 국내 제약사 평균 영업이익률이 10~15% 수준에 머무는 점을 감안하면 업계 평균의 두 배를 웃도는 성과다. 회사 측은 이러한 고수익 구조가 특허 만료 의약품에서의 우선판매권 확보 전략, 의료 현장 밀착형 영업, 자체 API 생산 설비를 통한 원가 경쟁력 등 구조적 요인에 기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도전, 신약·CDMO 이중 전략
명인제약은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글로벌 도약을 본격화한다. 스위스 신약개발사 뉴론(Newron)과 협력해 조현병 치료제 후보물질 ‘에베나마이드(Evenamide)’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뉴론은 올해 ENIGMA-TRS라는 글로벌 임상 3상 프로그램에 대한 승인을 받고 환자 등록을 시작했으며, 이전 임상 2/3상 시험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또한 경기도에 국내 최대 규모의 펠렛 전용 생산공장을 신축 중이다. 펠렛 제형은 약물이 일정하게 방출돼 복용 편의성과 약효 지속성을 높이는 기술로, 향후 CDMO(위탁개발생산) 사업 확장의 기반이 될 전망이다. 글로벌 CDMO 시장은 2024년 2,389억 달러에서 2032년 4,652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며(포춘비즈니스인사이트), 한국 시장 역시 2023년 35억 달러에서 2030년 58억 달러로 연평균 7%대 성장이 전망된다(그랜드뷰리서치). 명인제약은 이러한 흐름에 맞춰 FDA, EMA, PMDA 등 주요 규제기관 인증을 기반으로 해외 파트너십 확대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사회적 책임과 상장 기업의 역할
명인제약은 필수 의약품 중 경제성이 낮아 공급이 끊길 우려가 있는 ‘퇴장방지의약품’ 28개를 꾸준히 공급하며 사회적 책무를 이어가고 있다.
이행명 대표이사는 “명인제약은 수십 년간 축적해 온 CNS 분야 역량을 기반으로 국내를 넘어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할 준비를 마쳤다”며 “이번 상장을 계기로 새로운 사업 기회를 확보하고 장기적인 성장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 김정아 기자 jungy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