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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관광의 접근성 개선이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는 가운데, 서울시가 시각장애인을 위한 관광 인프라 확충에 적극 나서고 있다. 기존 궁궐 중심에서 박물관과 세계유산까지 영역을 확대하며 '모든 이를 위한 관광'을 실현하려는 노력이 주목받고 있다.
서울관광재단(대표이사 길기연)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국립중앙박물관'과 '태릉' 현장영상해설 투어 코스를 신설했다고발표했다.
현장영상해설은 시각장애인의 여행 활동을 돕기 위해 동선 안내와 공간 및 시각 세부 묘사를 포함한 해설과 함께 청각, 촉각 등 다양한 감각 체험 요소를 활용한 전문 해설을 의미한다. 재단은 2019년 현장영상해설사 양성을 시작해 2020년부터 관련 투어 프로그램을 지속 개발해왔다.
현재 재단은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 종묘, 남산, 국립항공박물관, 청와대, 서울공예박물관 등 총 9개 코스를 운영하고 있다. 올해 4월부터 8월까지 5개월간 47명의 현장영상해설사와 122명의 시각장애인이 투어에 참가하는 등 꾸준한 호응을 얻고 있다.
이번 신규 코스는 시각장애인들의 여행수요 증가 추세에 발맞춰 서울여행의 다양한 즐거움을 제공하자는 취지로 국립중앙박물관, 국가유산청과의 협업을 통해 개발됐다.
국립중앙박물관 코스에서는 선사·고대 시대 유물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고, 3층 감각전시실 <공간_사이>에서 국립경주박물관 성덕대왕신종의 깊이 있는 소리를 체험할 수 있다. 최근 넷플릭스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흥행과 함께 역대 최다 방문객 수를 기록하고 있는 국립중앙박물관이 새로운 투어 명소로 주목받는 시점에서 의미가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장애인과 비장애인 구분 없이 모든 관람객이 안전하고 쾌적하게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장애 유형별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안내데스크, 점자 안내책, 휠체어 이용자 전용 안내공간 등을 마련해 2023년 '우수 유니버설 관광지'로 선정되기도 했다.
태릉 코스에서는 2009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조선왕릉의 제1, 2, 3전시관을 거쳐 정자각, 소나무 숲길 등에서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를 들으며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조선왕릉전시관 내부에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촉각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으며, 돌로 만들어진 동물 모형들(석호, 석양, 석마)을 통한 촉각 체험도 가능하다.
재단은 2023년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후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 종묘 코스를 개발해 '5대궁' 코스를 완성했으며, 올해는 태릉 코스를 추가로 공동 개발했다.
각 코스는 이동시간을 포함하여 3시간 내외로 소요되며, 코스별 교육을 수료한 현장영상해설사가 다양한 촉각 교구를 활용하여 시각장애인 참가자에게 실감나는 해설을 제공한다.
국립중앙박물관과 태릉 코스는 9월 1일부터 운영을 시작하며, 현장영상해설 사무국을 통해 예약할 수 있다. 안전한 투어 진행을 위해 시각장애인 외 가족, 지인 등 활동보조인 1인이 반드시 참여해야 하며, 참가자는 서울관광재단에서 운영하는 휠체어 리프트 장착 서울다누림 미니밴을 이용해 투어 장소까지 원활하게 이동할 수 있다.
서울관광재단 이준 관광인프라팀장은 "현장영상해설사의 생동감 넘치는 설명과 촉각, 청각 등 다양한 감각을 활용해 즐거운 추억을 쌓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여러 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시각장애인들이 손끝으로 서울을 느끼며 여행하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서미영 기자 pepero99@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