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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헬스케어, 실적 호조에 기대 향상…수익성은 여전히 불안정

기사입력 2025.08.20 10:41
루닛·뷰노 성장, 씨어스·셀바스AI 흑자 전환…구조적 한계 속 ‘조심스러운 낙관’
  • 올해 상반기 주요 디지털헬스케어 기업들의 실적이 속속 공개되면서 업계 전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루닛의 113% 매출 증가, 뷰노의 10분기 연속 성장, 씨어스테크놀로지와 셀바스AI의 흑자 전환은 긍정적인 신호로 평가된다. 그러나 관련 보고서와 업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러한 흐름이 곧바로 안정적 전환점을 의미한다고 보기는 어렵고, 수익성은 여전히 불안정하다는 점이 확인된다.

    발표된 성적, 그러나 표본 한정적

    현재까지 실적을 공시한 기업은 10여 곳에 불과하다. 양호한 성과를 낸 기업이 먼저 발표하는 경향이 있어, 업계 전체를 대표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지난해에도 중순까지는 성장세가 부각됐으나, 말미에 공개된 다수 기업이 손실 확대를 기록하며 분위기가 반전된 바 있다.

    즉, 지금까지 드러난 수치는 긍정적 신호일 수 있으나, 전체 흐름을 단정하기에는 표본이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 자료: 2025년 8월 19일 기준 각사 반기보고서. 괄호 안 수치는 업계 추정치로, 일부는 분기 실적 또는 시장 조사 결과를 기반으로 산출됨.
    ▲ 자료: 2025년 8월 19일 기준 각사 반기보고서. 괄호 안 수치는 업계 추정치로, 일부는 분기 실적 또는 시장 조사 결과를 기반으로 산출됨.

    기업별 실적을 보면, 루닛은 상반기 매출 370억 8천만 원으로 전년 대비 113.5% 성장했으나 영업손실은 419억 원으로 확대됐다. 뷰노는 2분기 매출 93억 원, 영업손실 1억 7천만 원을 기록해 적자 폭을 크게 줄였지만 흑자 전환의 지속 가능성은 아직 불투명하다.

    씨어스테크놀로지는 2분기 영업이익 15억 원으로 반기 기준 첫 흑자를 달성했고, 셀바스AI도 상반기 매출 111억 원, 2분기 영업이익 9억 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그러나 두 기업 모두 손익분기점을 간신히 넘어선 수준이어서 안정적 수익 구조로 자리 잡기까지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쓰리빌리언은 상반기 매출 46억 원으로 107% 성장했지만, 규모가 작아 성장률 효과가 실제보다 과장돼 보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글로벌 격차와 제도적 장벽

    국내 기업들은 해외 매출 비중 확대를 강조하지만, 글로벌 기업과의 격차는 여전히 크다. 루닛의 상반기 매출은 약 2,800만 달러, 뷰노는 약 700만 달러 수준에 그쳤다. 같은 기간 미국 원격의료 기업 텔라도크는 6억 3,190만 달러를 기록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지난 7월 발간한 ‘보건산업브리프’에 따르면, 미국은 민간보험 중심으로 기업이 서비스를 직접 수익화할 수 있지만, 한국은 단일 건강보험 체계에 따라 시장 진입과 상업화가 제한적이다. 이 차이가 국내 기업의 상업화 속도와 글로벌 격차의 주요 배경으로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또한 한국디지털헬스산업협회가 올해 2월 발간한 연구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국내 디지털헬스 시장 규모는 약 6조 4,93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3.5% 성장했지만, 안정적 흑자를 유지하는 기업은 극히 드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술 발전에도 불구하고 제도적 한계가 크다는 방증이다.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공개한 최신 가이드라인(2024년 11월 시행) 역시 혁신의료기기로 지정되더라도 신의료기술평가와 건강보험 등재 절차를 거쳐야만 급여 적용이 가능하다고 명시했다. 이에 따라 매출 반영까지는 상당한 시차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8월 말, 실질 평가 시점

    실적 호조가 업계 기대를 끌어올린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이 안정적인 성장세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검증이 필요하다. 과거 벤처 열풍 시절에도 급격한 성장률을 보인 기업은 많았지만, 장기적으로 살아남은 곳은 반복 가능한 수익 모델을 확보한 기업뿐이었다.

    오는 8월 말 전체 기업의 실적이 공개되면 업계의 진정한 체력이 드러날 전망이다. 만약 흑자 기업이 확대된다면 산업 전반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고 투자 유입이 늘어날 수 있다. 반대로 다수 기업이 여전히 적자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구조적 장벽이 굳어지고 정책 지원 요구가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흐름은 이해관계자별로 의미가 다르다. 투자자는 안정적 수익 구조 정착 여부를, 정책 당국은 보험 수가·급여 적용 속도를, 환자들은 혁신 기술을 실제 진료에서 언제 활용할 수 있을지를 주목하고 있다. 결국 디지털헬스케어의 미래는 단순한 성장률이 아니라 제도적 제약을 얼마나 빠르게 극복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점이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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