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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홀린 K브랜드] 1조 매출 이끈 ‘불닭볶음면’…삼양식품, 탱글·MEP 매운맛 열풍 잇는다

기사입력 2025.08.20 06:13
71억 개 팔린 불닭, 삼양식품 해외 매출 77% 견인
현지 맞춤 제품과 디지털 마케팅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 강화
불닭볶음면 성공에 힘입어 탱글과 MEP으로 新 시장 개척
  • K-브랜드가 세계 시장에서 영향력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콘텐츠와 음악을 넘어 패션, 뷰티, 식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 문화는 이제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았다. 단순한 유행을 넘어선 이러한 흐름은 차별화된 경쟁력과 철저한 현지화 전략에 기반하고 있다. 본 기획에서는 K-브랜드의 주요 해외 성공 사례를 소개하고 성장 배경과 향후 전략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삼양식품은 매운맛 하나로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대표 제품 불닭볶음면은 단순한 라면을 넘어 K-푸드의 글로벌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며, 문화 현상으로 확산되고 있다. 2012년 출시 이후 100여 개국에서 71억 개 이상 팔리며, 국내 라면 수출의 절반 이상을 책임지는 효자 상품으로 성장했다.

    불닭볶음면 개발은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국내 전통 매운 양념에 세계 각국 고추를 엄선해 배합했고, 1년간 1200마리의 닭과 2톤의 양념을 활용해 독창적인 매운맛을 완성했다. 라면업계에서 흔치 않은 강도 높은 매운맛 도전해 만든 결과물이다.

  • 김정수 부회장이 지난 4월 미국 코첼라 불닭소스 부스에 방문해 이벤트 공간을 둘러보고 있다./사진=삼양식품
    ▲ 김정수 부회장이 지난 4월 미국 코첼라 불닭소스 부스에 방문해 이벤트 공간을 둘러보고 있다./사진=삼양식품

    SNS에서 확산한 파이어 누들 챌린지는 불닭볶음면을 단순 식품이 아닌 글로벌 콘텐츠로 탈바꿈시켰다. 소비자들이 매운맛 도전기를 자발적으로 공유하며 브랜드 확산을 이끌었고, 자연스럽게 팬덤으로 이어졌다.

    ◇ 제품 다변화와 현지 맞춤형 전략으로 시장 공략

    불닭볶음면 성공을 발판으로 다양한 맛과 소비층을 확보했다. 삼양식품은 매운맛을 부드럽게 한 까르보불닭, 더욱 강렬한 매운맛의 핵불닭, 국물 타입의 불닭볶음탕면 등 라인업을 확장했다.

    각국 식문화를 반영한 현지 맞춤형 제품도 핵심 전략이다. 일본에는 야끼소바불닭, 중국에는 마라불닭, 동남아는 똠얌불닭 등 각국의 입맛에 맞춘 제품을 출시했고, 중동 시장에는 할랄 인증 제품을 내놓으며 종교적 요구도 충족시켰다.

    유통망 강화에도 속도를 냈다. 중국·미국·유럽 등 주요 거점에 법인을 설립해 물류와 판매망을 확대했다. 중국 법인은 온·오프라인 판매 확대를 통해 매출 6억5000만 위안을 기록했고, 미국 법인은 대형 유통망 입점으로 9400만 달러 매출을 올렸다. 유럽 법인은 전 분기 대비 매출이 두 배 성장하며 빠르게 시장에 안착했다.

    ◇ 경험 중심 마케팅으로 글로벌 영향력 강화

    삼양식품은 제품 판매를 넘어 경험 중심의 마케팅 전략에 주력하고 있다.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한 참여형 캠페인이 성과를 냈다.

    지난해 진행한 Rocket Hot Ride the Buldak High 캠페인은 매운맛을 단순한 맛이 아닌 감각적 체험으로 풀어냈다. MZ세대를 겨냥한 위트 있는 스토리텔링과 SNS 이벤트는 1억 뷰를 기록하며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았다. 틱톡 공식 계정 팔로워 100만 명 돌파는 글로벌 디지털 영향력의 상징이다.

  • 국물라면 브랜드 맵탱의 글로벌 브랜드 맵(MEP)./사진=삼양식품
    ▲ 국물라면 브랜드 맵탱의 글로벌 브랜드 맵(MEP)./사진=삼양식품

    글로벌 인플루언서와 협업해 각국 시장에 맞는 콘텐츠 제작도 활발하다. 유튜브와 틱톡을 중심으로 한 ‘매운맛 챌린지’는 자연스러운 참여를 이끌어내며 바이럴 효과를 극대화했다.

    신규 브랜드 마케팅은 기존 라면 고객과 다른 소비층을 겨냥하며 영역을 넓히고 있다. 탱글은 병아리콩을 활용한 고단백 건면 파스타로, 건강과 간편식을 중시하는 미국·일본·유럽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MEP는 현지 편의점과 협력해 매운 K-푸드를 현지화하며, 각국 식문화와 소비 습관에 맞춘 전략으로 신뢰를 높였다.

    이처럼 삼양식품은 경험과 참여에 기반한 혁신적 마케팅으로 글로벌 브랜드로서 입지를 다지고, 단순한 ‘라면’을 넘어 문화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 미래를 향한 삼양식품의 글로벌 전략

    삼양식품은 2020년 6485억원이던 매출을 2024년 1조7280억원으로 약 2.7배 성장했다. 수출 비중도 57%에서 77%로 늘었다. 최근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5531억원, 영업이익 1201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0%, 34% 상승했다. 올해 상반기 누적 매출은 1조원을 넘어 해외 중심 전략의 성과를 입증했다.

  • 중국, 미국, 유럽 법인은 현지 맞춤형 신제품과 유통망 확대로 각각 매출 6억5000만 위안, 9400만 달러를 기록하고, 유럽 법인은 전 분기 대비 두 배 성장해 시장에 빠르게 안착했다. 밀양 2공장 가동은 해외 수요 증가에 안정적인 대응이 가능해졌다. 국가별 맞춤 전략과 수출 다변화를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은 “불닭 브랜드는 앞으로도 다양한 소비자 니즈에 맞춘 제품과 글로벌 마케팅을 통해 입지를 강화할 것”이라며, “올해는 MEP를 글로벌 시장에 안착시키고, 탱글로 단백질 간편식 시장을 공략하며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양식품은 현지 맞춤 전략, 신제품 개발, 차별화된 마케팅을 지속하며 불닭을 대표하는 K-푸드 글로벌 브랜드로서 입지를 더욱 굳혀 나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