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까지 100% 청정·재생에너지 목표… 현재 96% 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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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데이터센터 기업 에퀴닉스(Equinix)가 급증하는 인공지능(AI) 인프라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차세대 원자력 기술과 고효율 연료전지를 활용한 다각화된 전력 전략을 본격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전 세계 전력 소비량이 2027년까지 연간 4%씩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 가운데, 에퀴닉스는 혁신적인 전력 기술로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에퀴닉스는 전통적인 전력 계약을 확장하고 새롭게 등장하는 현장 전력 생성 기술과 차세대 원자력 에너지를 결합해 잠재적인 전력 제한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AI 기반 데이터센터 확장, 제조업 부활 등으로 인한 전례 없는 전력 수요 급증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노후화된 전력망이 분배 부담을 가중시키는 상황에서 유틸리티 공급자들이 충분한 전력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새로운 전력원 확보가 시급하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에퀴닉스의 차세대 원자력 기술 투자는 지속 이어져 왔다. 회사는 2024년 오클로(Oklo)와 협약을 맺으며 소형모듈원전(SMR) 기업과 계약을 체결한 최초의 데이터센터 운영자가 됐다. 오클로의 차세대 핵분열 발전소인 오로라(Aurora)에서 500메가와트(MW)의 에너지를 조달받기로 했다. 오클로의 고속 원자로는 안전 기능을 갖추고 있으며 핵 폐기물을 연료로 사용할 수 있어 환경친화적이다.
래디언트(Radiant)와는 칼레이도스(Kaleidos) 마이크로 원자로 20대에 대한 사전 주문 계약을 발표했다. 칼레이도스는 필요에 따라 어디로든 운송 가능하고 며칠 내로 설치 가능하며 기존 장비와 함께 안전하게 구축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네덜란드에서는 ULC-에너지(ULC-Energy)와 의향서를 체결해 최대 250MW 전력을 조달하는 전력구매계약(PPA) 체결을 추진 중이다. ULC-에너지는 롤스-로이스 SMR을 선정해 네덜란드에 SMR 구축을 계획하고 있다.
유럽 전역 데이터센터 확장을 위해서는 스텔라리아(Stellaria)와 500MW 규모의 사전 주문 전력 계약을 체결했다. 슈나이더 일렉트릭과 프랑스 원자력청(CEA)이 공동 육성한 스텔라리아는 세계 최초의 용융염 브리드 앤 번(Breed & Burn) 원자로를 제공한다. 이 원자로는 재충전 없이 원자로 내부에서 액체 분열성 연료의 100%를 생산하며, 폐연료를 재활용하고 장기 지속 폐기물을 연소하는 혁신적인 기술이다.
연료전지 기술에서도 선도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에퀴닉스는 10년 이상 블룸 에너지(Bloom Energy)와 협력해왔으며, 이번에 6개 주에 위치한 19개 이상의 데이터센터에서 고체 산화물 연료전지 도입을 100MW 이상으로 확대하는 계약을 맺었다. 이를 통해 28만 5000 MTCO2e의 온실가스 배출과 382억 갤런의 내재된 물 사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라우프 압델 에퀴닉스 글로벌 운영 부문 총괄 부사장은 “AI 기반 신약 개발부터 클라우드 기반 비디오 스트리밍까지 모든 부문에 필요한 인프라를 지원하려면 24시간 내내 전력 공급이 필요하다”며 “에너지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에퀴닉스는 신뢰할 수 있고 지속가능하며 확장 가능한 에너지 인프라 개발을 지원할 기회와 책임을 가졌다”고 말했다.
에퀴닉스는 그리드 신뢰성 강화를 위한 투자도 병행하고 있다. 신규 변전소와 정전 시 모든 고객을 지원하기 위한 비상 백업 솔루션을 제공하는 등 유틸리티 파트너들과 함께 첨단 송전 시스템 업그레이드를 위한 자금 투자 및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운영을 개선하며 그리드 용량을 추가하는 천연가스와 같은 전력 솔루션에도 투자하고 있다.
지속가능성 측면에서도 목표를 설정했다. 에퀴닉스는 2030년까지 글로벌 포트폴리오에서 100% 청정 및 재생에너지를 조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이미 전 세계적으로 96%의 재생에너지 커버리지를 달성했다. 2024년 기준 250개의 데이터센터가 100% 재생에너지 커버리지로 운영되고 있다.
에너지 효율성 향상을 위한 기술 도입도 적극적이다. 2022년부터 전 세계 신규 데이터센터에 미국공조냉동공학회(ASHRAE) A1 허용(A1A) 기준을 단계적으로 도입해 운영 온도 범위를 넓혀 냉각 에너지를 최적화하고 있다. 2023년에는 전 세계 45개 도시에 위치한 100개 이상의 데이터센터에 다이렉트 투 칩(direct-to-chip) 등의 고효율 첨단 액체 냉각 기술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알리 럭트슐러(Ali Ruckteschler) 에퀴닉스 수석 부사장 겸 최고구매책임자(CPO)는 “에퀴닉스는 데이터센터 업계 최초로 SMR 공급자와 협약을 체결하고 10년 전부터 연료전지 사용을 선도하는 등 언제나 에너지 혁신의 최전선에 서 왔다”며 “AI 인프라를 책임감 있게 공급하는 것은 전 세계적인 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 김동원 기자 theai@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