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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훈 박사, 신소재 경량 철강 용접 안정화 및 상용화 앞당겨

기사입력 2025.08.14 16:11
  • 사진=정성훈 박사
    ▲ 사진=정성훈 박사

    “용접은 모든 산업 현장에서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지만, 눈에 잘 띄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모든 첨단 기술이 현실로 구현될 수 있도록 만드는 근본 기술이죠. 마치 무대의 뒤에서 모든 공연이 완벽하게 수행될 수 있도록 하는 감독과 같은 역할입니다.”

    S사의 정성훈 박사는 ‘보이지 않는 핵심 기술’인 용접 연구로 한양대학교 신소재공학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이후 국내 제철회사와 S사의 주요 산업 현장에서 고신뢰성 소재 접합 기술을 개발해 온 연구자다. 정 박사는 용접 기술의 가치와 중요성에 주목하며 이를 산업 혁신의 열쇠로 전환하는 데 힘써온 국내 몇 안 되는 용접 전문 엔지니어 중 한 명이기도 하다. 건설, 조선, 자동차 산업은 물론 반도체, 배터리, 항공기, 인공위성 등 첨단 기술이 집약된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수많은 부품이 정밀하게 연결되어야 한다. 이러한 눈에 보이지 않는 연결의 중심에는 바로 ‘용접 기술’이 있다는 것이 정 박사의 설명이다.

    정 박사가 가장 주목받은 연구 성과 중 하나는 박사 학위 과정에서 수행한,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경량 철강의 용접 안정화 기술 구현이다. 경량 철강은 국내와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 자동차와 방위 산업을 중심으로 높은 활용도를 인정받아 왔으며, 현재도 친환경 모빌리티 개발 목적으로 세계 각국에서 활발한 연구가 이어지고 있는 소재이다. 다른 연구 분야에 비해 전문 연구 인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용접 분야에서 정 박사는 기술 개발은 물론 산업 현장에 직접 적용하기 위한 과제까지 폭넓게 수행해 왔다. 국내 제철 회사 재직 시절 초대형 선박과 해양 구조물에 사용되는 초고강도 강재의 용접 기술 개발을 주도했으며, 현재는 S사에서 에너지, 화학, 배터리 산업에 활용되는 다양한 정밀 용접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특히 경량 철강의 상용화를 가로막고 있던 용접 부문의 기술적 문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한 공로로 그는 대한용접·접합학회에서 논문상을 수상했다.

    경량 철강은 철(Fe), 망간(Mn), 알루미늄(Al), 탄소(C)를 적절하게 조합해 만든 초고강도 재료로, 기존 강철보다 10% 이상 가벼우면서도 티타늄 합금에 필적하는 강도를 갖는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자동차의 연비 향상, 항공기의 경량화, 군수 장비의 기동성 개선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의 활용이 기대되며, ‘꿈의 신소재’로 주목받아 왔다.

    그러나 우수한 기계적 특성에도 불구하고 경량 철강에는 치명적인 실용화 장애 요인이 있었다. 바로 용접 후 재료가 쉽게 파손되어 실제 제품에 적용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던 것이다. 정 박사는 연구 끝에, 용접 시 내부 미세조직에 수 나노미터(nm) 크기의 미세 입자가 생성되고 이로 인해 용접 열영향부(Heat-affected zone, HAZ)가 구조적으로 불안정해져 재료가 쉽게 파손된다는 근본 원인을 밝혀냈다.

    정 박사는 “처음엔 경량 철강을 활용한 제품을 개발하고자 했다. 그러나 실험 중 재료가 예상보다 쉽게 파손되는 현상을 발견했고, 그 원인을 추적한 끝에 용접 열영향부의 미세조직 변화가 핵심 문제라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말했다. 해당 문제는 정성훈 박사 연구팀이 가장 먼저 과학적으로 규명한 것이었으며, 단순한 현상의 관찰을 넘어 경량 철강 상용화를 가로막던 기술적 병목을 근본적으로 밝혀낸 성과로 평가받았다.

    문제의 원인을 규명한 정 박사는 다양한 해결책을 고민해 기존의 접근 방식과 발상을 완전히 뒤집는 것을 제시했다. 연구하고 있던 소재에 맞춰 용접 기술을 개발하는 대신 처음부터 ‘용접 가능한 경량 철강’을 새롭게 설계하기로 했다. 합금 조성과 열처리 조건을 재설계하여 용접 시 문제를 일으키는 입자의 거동을 효과적으로 제어했고, 그 결과 상용 용접 공정에서도 안정적인 용접 열영향부 특성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정 박사는 “해당 연구는 단순히 공정 개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소재 설계의 방향 자체를 전환하는 계기가 되었다. 용접이라는 기술적 난제가 오히려 혁신을 이끄는 촉매로 작용한 셈이다”라고 설명했다.

    정 박사는 그의 연구 성과를 ‘용접인으로서의 자부심’이라고 표현한다. 특히 소재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하는 그의 도전은 새로운 소재를 설계하고 이를 산업 현장에 안전하게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연구실과 현장을 연결하는 교두보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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