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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문화·예술 관광의 새로운 전성기를 맞고 있다. 대형 전시와 음악 페스티벌, 지역 축제가 전국 곳곳에서 펼쳐지며 여행객들에게 미국만의 창의성과 다양성을 체험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관광청은 최근 2025~2026년 문화·예술 이벤트 캘린더를 공개하며 전국 각지에서 열릴 풍성한 문화 행사들을 소개했다. 이번 캘린더에는 국제적 명성의 예술 축제부터 원주민 문화를 조명하는 지역 행사, 브로드웨이 공연까지 폭넓게 담겨 있어 주목을 끈다.
미국관광청 청장 겸 CEO인 프레드 딕슨(Fred Dixon)은 "미국 전역의 축제와 거리 예술, 지역 커뮤니티가 만들어내는 문화 경험은 미국의 창의성과 공동체 정신을 그대로 보여준다"며 "새롭게 개관하는 박물관과 전시, 다양한 문화 행사는 여행객들에게 미국의 깊이 있는 이야기와 정체성을 직접 느낄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을 물들이는 예술 전시의 물결
올가을부터 내년 초까지 미국 전역에서는 예술과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전시와 행사가 연이어 열린다. -
오는 9월 텍사스주 휴스턴에서는 몰입형 현대 미술 작품을 최초로 선보이는 '언타이틀드 아트(Untitled Art)'가 막을 올린다. 11월에는 노스캐롤라이나주 애슈빌의 '노스캐롤라이나 수목원'에서 덴마크 아티스트 토마스 담보(Thomas Dambo)의 독창적인 트롤 조각 전시가 미국 최초로 공개되며 내년 2월까지 이어진다.
연말 12월에는 마이애미 비치에서 250개 이상의 국제 갤러리가 참여하는 세계적인 미술 축제 '아트 바젤(Art Basel)'이 개최된다. 같은 시기 캘리포니아주 산타로사의 '찰스 M. 슐츠 박물관'에서는 인기 만화 '피너츠(Peanuts)' 연재 75주년 기념 특별 전시가 열린다.
2026년에도 주요 문화기관의 신규 개관이 이어진다. 3월 뉴욕에서는 미국 현대미술을 조망하는 제82회 '휘트니 비엔날레'가 열리고, 5월 워싱턴 D.C.의 '국립 초상화 미술관'에서는 다게레오타입 시대부터 현대까지 초상 사진의 변천사를 다루는 대규모 전시가 처음 공개된다.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LACMA)은 재단장한 캠퍼스와 '데이비드 게펜 갤러리'를 공개하며, 플로리다주 보카러톤의 '예술 혁신센터'와 뉴욕 브롱크스 포인트의 '힙합 박물관'도 각각 개관을 앞두고 있다.
문화의 뿌리를 조명하는 축제들
원주민 문화와 지역 공동체를 조명하는 행사들도 눈에 띈다.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국립 민권 및 인권 센터'는 올가을 몰입형 전시 공간과 강의실, 이벤트 홀을 갖춘 두 개의 신규 동을 추가해 확장 개관한다. -
10월에는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체로키 인디언 페어'가 열려 체로키 부족의 스토리텔링, 수공예, 공동체 전통을 기념한다. 같은 시기 '죽은 자들의 날(Día de los Muertos)'이 미국 전역에서 기념되며,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포에버 공동묘지'에서는 최대 규모의 축제가, 텍사스주 코퍼스크리스티에서는 제18회 '죽은 자들의 날 페스티벌'이 개최된다.
2026년 1월 6일부터 2월 17일까지는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에서 약 한 달 반간 '마디 그라(Mardi Gras)'가 펼쳐진다.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마디 그라 전통을 간직한 앨라배마주 모빌에서도 2월 한 달간 축제가 이어진다.
브로드웨이부터 지역 무대까지
2025~2026 시즌 미국 공연 예술계는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뉴욕 브로드웨이에서는 그래미상 수상 앨범에서 영감을 받은 뮤지컬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이 2026년 1월 4일까지 관객과 만난다. -
2026년 브로드웨이 기대작으로는 돌리 파튼(Dolly Parton)의 오리지널 곡과 대표 히트곡으로 구성된 뮤지컬 '헬로, 아임 돌리(Hello, I'm Dolly)'가 주목받는다. 이 작품은 스모키 산맥에서의 시작부터 세계적 스타로 성장하기까지 그녀의 인생 여정을 감동적으로 그려낸다.
시카고 셰익스피어 극장은 고전부터 현대 작품까지 폭넓은 장르의 공연을 선보이고 있으며,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의 구스리 극장은 이번 시즌 총 8편의 신작을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
음악으로 만나는 미국의 풍경
각 지역의 문화와 개성이 반영된 음악 축제들도 여행객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는 9월 19일부터 21일까지 '셰이키 니즈 뮤직 페스티벌'이 개최되며, 블링크-182, 데프톤즈, 마이 케미컬 로맨스 등 펑크 록 아티스트들이 헤드라이너로 무대에 오른다.
재즈의 본고장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에서는 2026년 4월 23일부터 5월 3일까지 '재즈 앤 헤리티지 페스티벌'이 열려 거리 곳곳이 재즈 공연과 세컨드 라인 퍼레이드로 채워진다. 텍사스주 오스틴은 매년 3월 음악·영화·기술이 융합된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로 도심 전체가 축제 분위기에 휩싸인다.
캘리포니아의 '코첼라 밸리 뮤직 앤 아트 페스티벌'과 시카고의 '롤라팔루자'는 장르를 넘나드는 아티스트들의 열정적인 무대로 전 세계 음악 팬들의 관심을 끈다.
미국 음악사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도시들도 여행객들에게 특별한 체험을 제공한다. 테네시주에는 컨트리 음악의 수도 내슈빌과 블루스의 본고장 멤피스가 인접해 있다.
내슈빌에서는 '그랜드 올 오프리'와 브로드웨이의 '홍키통크 바'가 도시 전체를 컨트리 음악의 리듬으로 물들이며, 멤피스의 '빌 스트리트'에서는 매일 밤 블루스 라이브 공연이 울려 퍼진다. 인근 그레이스랜드에서는 엘비스 프레슬리의 음악 세계를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다.
디트로이트의 모타운 박물관에서는 스티비 원더, 다이애나 로스 등 전설적인 아티스트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도시가 간직한 음악 유산을 되새길 수 있다.
미국관광청은 이번 문화·예술 이벤트 캘린더를 통해 여행객들이 거리와 공연장, 미술관, 축제 현장에서 미국의 창의성과 개성을 오감으로 체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 서미영 기자 pepero99@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