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전환 수업에 ‘놀랍고 인상 깊다’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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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선생님들은 디지털 도구를 정말 다양하게 활용하네요.”
지난 8월 6일 오전, 성남장안초등학교(이하 성남장안초) 미래실에서는 ‘2025년 정보교육 글로벌 교류 프로그램’ 2일 차 일정으로 한국을 찾은 키르기스스탄 공화국(이하 키르기스스탄) 교원 대상의 디지털 수업 연수가 진행됐다. 성남장안초 교사들이 디지털 기반 수업 사례를 소개·시연하고, 방문 교원과 함께 실습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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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습에 나선 교원들은 경기도교육청 공공 학습 플랫폼 하이러닝(Hi-Learning)에 접속해 자료를 제작·공유하고, 온라인 시험과 프로젝트 평가 도구를 차례로 사용했다. 인공지능(AI) 교육 도구로 수업 자료가 자동 생성되는 과정도 체험했다. AI가 수준별 학습지·퀴즈를 즉시 생성하고, 이해도 리포트를 한눈에 보여주자, 몇몇 교원은 “이 기능이 있으면 수업 준비가 훨씬 수월하겠다”, “우리 학교 수업에도 당장 적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키르기스스탄 교원 대표 아이자다 스르디바예바는 “정돈된 학교 환경과 현대적인 수업 운영, 따뜻한 환대가 인상 깊었다”며 “특히 하이러닝의 인터랙티브 과제·교사 간 소통 기능, 그리고 학생 답변·평가의 세밀한 분석이 눈에 띄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런 경험은 수업을 흥미롭고 실용 중심으로 바꾸고, 학생들의 디지털 리터러시를 자연스럽게 키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에선 “직접 보고 만져보니 이해가 훨씬 빨랐다”는 반응도 나왔다.
디지털 전환 선도학교에서 본 미래 교실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진행 중인 ‘2025년 정보교육 글로벌 교류 프로그램’은 키르기스스탄의 디지털 교육 역량 강화를 위한 공적개발원조(ODA) 성격의 연수로, 디지털 콘텐츠 제작·실습 역량 전수와 교사 교류 기반 마련이 목표다. 올해는 키르기스스탄 정보과목 선도교원 10명을 초청해 2주간 여러 학교·기관을 방문, 한국의 교육 혁신 사례를 체감하도록 했다.
성남장안초 프로그램은 재단의 ‘찾아가는 학교 컨설팅’에서 검증된 수업 모델을 바탕으로 구성됐다. 성남장안초가 디지털 전환을 일상 수업으로 구현해 온 대표 초등학교라는 점도 방문지 선정 배경이다.
성남장안초는 2023~2025년 ‘디지털기반 혁신·학생맞춤형 교육 선도학교’ 운영을 통해 디지털 리터러시 중심 교육과정과 실습형 디지털 수업을 꾸준히 확장했다. 교사별로 1개 이상 디지털 실천 수업을 운영하며,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의 일체화를 시도했다. 이러한 기반 위에서 이번 연수도 참여형 프로젝트 수업으로 설계됐다.
성남장안초 김미경 교무부장은 “찾아가는 학교 연수 맞춤형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디지털 도구 활용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갖게 된 것은 물론, 활용 능력 향상에 실질적 도움이 됐던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참관 수업을 준비했다”며 “디지털 활용 수업이 학습 데이터 비교·분석에서 사회정서 연계 지도까지 이어지는 흐름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활동을 통해 우리 교사들이 미래 교육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국내 AI 교육의 우수성도 효과적으로 보여줬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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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 혁신 모델의 해외 확산
이러한 디지털 수업의 정착 조건은 분명하다. 안정적 네트워크·단말, 디지털 리터러시 격차를 줄이는 지속 연수, 수업 자료 공유·재사용 체계다.
성남장안초는 지난 3년간 인프라와 시스템을 단계적으로 갖추며 전 교실 전자칠판, 고속 무선망, 학생용 태블릿·노트북을 구비했고, 교원 전원이 구글 공인 교육 전문가 자격을 갖췄다.
수업은 ‘진단–맞춤–피드백’ 구조로 운영된다. 3·4학년 수학·영어 전 학급에 AI 교육 도구를 적용해 차시별 진단 결과로 과제를 추천하고, 수업 뒤 보정 과제를 배정한다. 학기마다 공개수업·사례 공유를 열고, 하이러닝 선도 교사팀(1~6학년 8명)이 설계부터 분석까지 이끈다. 자료는 온라인 공동 게시판(Padlet), 구글 드라이브 등으로 공유해 학교 밖 교사 커뮤니티와도 연결한다.
학교는 공개수업·성과 나눔·온라인 공유로 디지털 수업 모델을 확산하고 있다. 성남장안초 이상철 교장은 “요즘은 나라 간 시설 격차가 크지 않다. 수업의 차이는 교사의 전문성이 만든다”고 말했다. 이어 자발적 교사 커뮤니티를 믿고 지원할 때 현장에서 만든 수업 모델과 플랫폼이 “더 멀리, 더 빨리 퍼진다”고 덧붙였다.
이날 연수에 참여한 교원들은 “보여주고 직접 해보는 방식이 가장 큰 배움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 연수는 한국의 디지털 수업 모델을 해외 교원과 직접 공유·검증하며 국제 확산 가능성을 비쳤다. K-컬처에 이어 ‘K-교육’도 세계 무대에서 존재감을 넓혀 갈지 주목된다.
- 김정아 기자 jungya@chosun.com
- 사진=이채석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