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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한 번 측정한 혈압만으로는 고혈압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24시간 동안 일상생활 속에서 연속 측정하는 ‘활동혈압(ambulatory BP)’ 검사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특히 지난해 9월 건강보험 적용을 받은 반지형 커프리스 혈압계 ‘카트 비피 프로(CART BP pro)’가 실제 처방 현장에서 활용되기 시작하면서, 연속 혈압 모니터링이 의료 현장에 안착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건강보험 적용 이후 늘어난 활동혈압 검사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CART BP pro의 급여 적용 직후인 2024년 9월부터 ‘24시간 혈압 측정 검사’ 청구 건수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세 달간의 월별 청구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8.9%, 48.8%, 48.9% 증가했고, 검사 환자 수도 같은 기간 35.7%에서 61.2%까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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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수치는 급여 항목 전체에 대한 통계로, 특정 제품만을 지칭하지는 않는다. 다만 업계에 따르면 해당 항목에서 카트 비피 프로의 사용 비중이 높은 편으로, 이 기기의 보험 적용 이후 보급 확산이 청구 증가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카트 비피 프로는 기존의 커프형 혈압계와 달리 손가락에 착용하는 반지 형태의 비침습 기기로, 활동 중은 물론 수면 중에도 혈압 측정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의료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개발사인 스카이랩스에 따르면, 보험 적용 이후 약 10개월 만에 전국 1,500여 개 병의원에서 이 기기를 도입했으며, 분당서울대병원, 고려대안암병원 등 상급종합병원에서도 실제 환자 처방에 활용되고 있다. 일부 병원에서는 전자의무기록(EMR) 시스템과의 연동도 함께 추진 중이다.
진료실 혈압의 한계, 연속 데이터로 보완
연속 혈압 데이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배경에는 임상적 필요성이 자리하고 있다. 진료실 혈압만으로는 백의고혈압, 가면고혈압, 야간 고혈압, 기상 시 혈압 급상승 등 주요 패턴을 포착하기 어렵고, 이러한 패턴들이 심혈관 질환의 위험과 직결된다는 점이 다양한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연속 측정을 통해 치료 강도 조정은 물론, 환자 교육이나 복약 지도, 생활 습관 교정 과정에서도 더욱 설득력 있는 진료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대한고혈압학회를 비롯한 국내외 가이드라인에서도 고혈압 진단과 치료에 있어 활동혈압 측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움직임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해외에서도 연속 생체신호 기반 기기의 활용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지만, 보험 체계 내 제도화는 아직 초기 단계다. 미국의 경우 혈당, 심박수, 활동량 등 연속 측정 데이터를 원격 모니터링이나 만성질환 관리 프로그램에 연계하려는 논의가 진행 중이며, 공공 캠페인과 가이드라인에서도 자가 모니터링의 중요성이 꾸준히 부각되고 있다. 국내 보험 적용 사례는 이와 비교해 빠른 제도화를 이뤄낸 사례로도 주목된다.
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강시혁 교수는 “24시간 연속 혈압 측정은 환자의 상태를 정밀하게 파악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며, “카트 비피 프로와 같은 비침습 연속 측정 기기의 보급은 심혈관 질환의 조기 발견과 예방에 의미 있는 기여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 김정아 기자 jungy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