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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K-뷰티’는 한류 콘텐츠의 외연이자 수출 효자 품목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가격경쟁에만 몰두한 OEM 구조, 과잉 마케팅, 단기 매출 지향이 만연해 있었다. 이러한 한계를 넘어, 제품 중심의 기술 혁신과 글로벌 지향을 동시에 실현하고자 한 기업이 있다. 울트라브이다.
녹는 실 하나로 연 K-뷰티 기술 독립
울트라브이는 2012년, 국내에서 ‘비수술 리프팅’이라는 개념조차 생소했던 시기에 PDO 리프팅 실을 개발해 의료기기 허가를 받았다. 의료기기와 화장품 사이의 모호한 접점에 존재했던 이 기술은 ‘미용은 수술’이라는 고정관념에 변화를 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후 출시된 이데베논 앰플은 항산화 기능성 화장품으로 시장의 주목을 받았으며, 홈쇼핑 등 유통 채널을 통해 빠르게 확산한 바 있다. 또한 2016년에는 ‘PDO 고분자 필러’ 상용화에 성공해, 단순 제품 판매를 넘어 기술 기반 수출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모았다.
이러한 기술 전개는 울트라브이가 단순한 화장품 회사가 아닌, 의료·미용 기술을 결합한 바이오 기반 기업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계기가 되었다.
기술보다 중요한 것, ‘철학’이라는 인프라
울트라브이는 자신들의 성장 배경을 단순한 기술력이 아닌 ‘몽석(夢石)’이라는 경영 철학에서 찾는다.
권한진 대표는 “빠르지 않아도 단단하고, 화려하지 않아도 믿을 수 있는 것”이 회사의 핵심 가치라고 말한다.
이는 기술 산업 전반이 직면한 과제와도 맞닿아 있다. 속도보다 지속성, 확장보다 신뢰가 중요한 시대. ‘몽석’이라는 말은 기술보다는 사람과 신뢰에 방점을 둔 태도를 상징하는 개념으로, 기술적 안정성과 경영 철학이 결합된 상징으로 설명된다. 이러한 철학은 제품 신뢰도, 소비자 응답도 등 다수의 경영 지표에서도 긍정적으로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종합 바이오메디컬로의 진화 가능성
최근 울트라브이는 줄기세포 관련 연구 기반의 항노화 솔루션, 미세 전류 기반 의료기기, 두피 케어 제품, 초음파 장비(HIFU) 등으로 제품군을 확장하고 있다. 단순 미용을 넘어, 건강 개선과 예방 중심의 헬스케어 기업을 지향하는 흐름이다.
물론 이러한 확장이 단순한 제품 확장이 아닌, 의료 규제와 시장 신뢰를 함께 고려한 체계적 진화로 이어질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기술 그 자체보다는, 그 기술을 담는 구조와 문화, 인증 시스템이 조화를 이루는지가 지속 가능성을 좌우할 것이다.
울트라브이는 IR52 장영실상 수상, 식약처 인증, ISO13485 품질관리 인증, FDA·CE 등록 등을 통해 국내외 인증 인프라를 점진적으로 구축해 왔다.
이러한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면, 울트라브이는 기술 중심 기업을 넘어 종합적 헬스케어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도 모색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마무리하며
울트라브이의 사례는 기술 산업에 던지는 질문처럼 읽힌다. 기술은 충분한가? 철학은 있는가? 구조는 단단한가?
이 기업은 현재까지의 모습만 본다면, 세 가지를 모두 고민하고 갖춰 나가려는 방향성을 보이고 있다. 기술은 발전하고 있고, 철학은 명확하며, 구조는 검증된 시스템을 바탕으로 구축 중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의 기반에는 ‘몽석’이라는 낮고 단단한 가치관이 놓여 있다.
한국 바이오·뷰티 산업의 다음 10년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울트라브이의 사례는 하나의 방향성을 제시해 줄 수 있을지 모른다.
글
김영배 지속가능경영학회 회장, 한국서비스산업진흥원 이사장※ 본 기사는 기고받은 내용으로 디지틀조선일보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