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직원 감정도 수치로…ESG 평가에 ‘심리 데이터 경영’ 부상

기사입력 2025.07.25 10:13
조직 심리 리포트부터 ISO 기준까지, 기업 경영에 침투한 정서 데이터
  • 조직의 ‘심리 건강’이 새로운 경영 변수로 주목받고 있다.

    직원 정서 상태를 정기적으로 수치화해 리포트로 관리하고, 이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보고서에 반영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감정노동, 번아웃, 내부 갈등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리스크가 생산성과 이직률에 직결되면서, 기업들은 정서 데이터를 새로운 경영 전략 수단으로 주목하기 시작했다.

  • 구성원 정서 상태를 조직 단위로 관리하고, 이를 ESG 지표로 연결하려는 시도가 확산되고 있다. /이미지 출처=Pixabay
    ▲ 구성원 정서 상태를 조직 단위로 관리하고, 이를 ESG 지표로 연결하려는 시도가 확산되고 있다. /이미지 출처=Pixabay

    정서 기반 경영은 특히 ESG 대응 전략과 맞물려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글로벌 HR 플랫폼 나일티드(Nailted)가 발표한 2023년 리포트에 따르면, 전 세계 85% 이상의 대규모 기업이 직원 웰빙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며, 이 중 다수는 정신건강 관련 지표를 ESG 보고서에 자발적으로 포함하고 있다. 직원의 ‘심리 안전(Psychological Safety)’은 Google, Microsoft 등 글로벌 기업의 핵심 조직문화 지표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이러한 흐름은 국내에서도 가시화되고 있다. 넛지헬스케어 자회사이자 EAP(근로자지원프로그램) 전문기업인 ㈜다인에 따르면, 최근 2년간 제조업·IT·금융권을 중심으로 조직 단위 심리검사 도입이 연평균 46% 이상 증가했다. 2025년 상반기에만 전년도 전체 실적의 71%를 이미 달성했다는 설명이다.

    다인은 조직 구성원의 정서 상태를 측정·분석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조직별 리포트를 생성하고 맞춤형 워크숍·교육을 연계하는 방식의 통합 솔루션을 제공한다. 이와 같은 시스템은 단순 복지 차원이 아니라, ‘조직 내 정서 리스크’를 관리하고, ESG 보고서의 사회(S) 항목에 근거자료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국제 기준에서도 심리·사회적 리스크 관리는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 국제표준화기구(ISO)가 2021년 제정한 ISO 45003은 ‘조직 내 심리사회적 위험 요소’를 규명하고 이를 관리하는 프레임을 제시한다. 이 기준은 정서적 피로, 업무 불안, 감정 갈등 등을 ‘심리사회적 리스크’로 간주하고, 이를 안전보건의 관리 범주로 포함할 것을 권고한다.

    이러한 흐름은 ‘심리 데이터 경영’이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확장되고 있다. 구성원의 감정을 리스크 요인으로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리더십 전략이나 조직문화 개선 방향을 설계하려는 시도다. 실제로 맥킨지앤컴퍼니는 2022년 보고서에서 “감정 데이터 분석은 팀 몰입도, 협업 성과, 이직률과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보인다”고 분석하며, 정서 기반 조직 전략을 미래 경영의 핵심 요소로 제시한 바 있다.

    다만 감정을 수치화하는 시도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감정은 상황과 맥락에 따라 유동적인 특성이 있기 때문에, 이를 고정된 수치로 환원할 경우 평가 지표로 오용되거나 개인의 심리 상태가 단순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따라서 정서 기반 리포트는 단순한 성과 측정을 넘어, 구성원의 신뢰와 심리적 안정성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활용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신건강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ESG 시대, 기업은 구성원의 감정 데이터를 어떻게 정의하고 활용할 것인가. ‘심리 데이터 경영’은 조직문화 혁신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을까, 아니면 또 하나의 관리 지표로 소진될까. 이 흐름은 이제 막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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