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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60세라도 다르다” 출생 세대 따라 건강·노동능력 ‘격차’

기사입력 2025.07.23 11:40
세대 따라 일할 수 있는 건강 차이…한국, 노동 제한 가장 낮은 국가로 평가
전문가 “단순한 정년 연장보다 고령 친화 일자리 구조 개편 필요”
  • 같은 60세라도 태어난 시기에 따라 건강 상태와 일할 수 있는 능력이 달라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근 출생 세대일수록 건강 상태가 더 양호하고, 직업 활동에 지장을 줄 가능성도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단순한 고령화보다 ‘세대 효과(cohort effect)’가 고령층의 노동 가능성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향후 고령자 일자리 정책과 정년제 논의에 실증적 근거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제 공동연구팀은 고령화 국가들의 패널 데이터를 활용해 만 50~80세 성인 14만 9,814명(1994~2021년)의 건강 상태와 노동 가능성 변화를 분석했다. 이 연구에는 인하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이동욱 교수가 제1 저자로 참여했으며, 논문은 최근 국제 학술지 ‘Safety and Health at Work’ 2025년 7월호에 게재됐다.

    연구 결과, 동일 연령대에서도 더 최근에 태어난 세대일수록 ‘노동 제한(health-related work limitation)’을 겪을 가능성이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 제한은 건강 문제로 인해 일상적 직업 활동에 어려움을 겪는 상태를 의미한다. 연구팀은 Age–Period–Cohort(APC) 분석 기법을 통해 나이, 조사 시점, 출생 시기의 영향을 분리해 비교했다.

  • 출생 세대에 따른 건강 관련 노동 제한 없음 확률 분포. KLOSA(한국), HRS(미국), ELSA(영국), MHAS(멕시코), SHARE(유럽) 등 각국 고령자 패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같은 연령대라도 출생 세대가 뒤일수록 건강 상태가 양호하고, ‘노동 제한 없음’ 확률이 높게 나타났다. 색이 진할수록 건강 상태가 양호함을 의미한다. /이미지 출처=이동욱 외, 『Safety and Health at Work』, 2025년 7월호
    ▲ 출생 세대에 따른 건강 관련 노동 제한 없음 확률 분포. KLOSA(한국), HRS(미국), ELSA(영국), MHAS(멕시코), SHARE(유럽) 등 각국 고령자 패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같은 연령대라도 출생 세대가 뒤일수록 건강 상태가 양호하고, ‘노동 제한 없음’ 확률이 높게 나타났다. 색이 진할수록 건강 상태가 양호함을 의미한다. /이미지 출처=이동욱 외, 『Safety and Health at Work』, 2025년 7월호

    특히 한국은 모든 연령대에서 노동 제한 경험 비율이 가장 낮았으며, 출생 세대 간 건강 격차가 가장 빠르게 개선된 국가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한국은 지난 수십 년간의 보건의료 환경 개선과 국민건강보험 제도 혜택 등이 건강 수준 향상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이동욱 교수는 “같은 60세라도 1930년대생과 1960년대생은 건강 상태가 확연히 다르며, 이는 은퇴 연령 설정이나 고령자 일자리 정책에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단순한 정년 연장보다는 고령 친화적 일자리 환경 조성과 사회적 인식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의 함의를 실제 노동시장에 적용할 때 몇 가지 한계를 짚는다. 건강 수준의 향상이 반드시 노동시장 참여로 직결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다. 고령층의 취업은 건강 외에도 ▲직무 적합성 ▲노동환경 ▲사회적 배제 ▲임금 수준 등 구조적 장벽에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건강 격차에 대한 세대 분석은 중요한 시사점이지만, 이를 바탕으로 실효성 있는 고령자 고용 정책으로 연결하기 위해선 후속 연구와 정책 설계가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세대 간 건강 격차의 원인을 ‘개인의 노력’보다는 의료 접근성, 영양, 교육, 생활환경 등 사회구조 개선의 결과로 보는 관점도 중요하다. 이는 동일 세대 내에서도 계층별 격차가 여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정교한 복지 정책이 필요하다는 함의로도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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