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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대학교성심병원이 병원 내 로봇 운영 직무에 장애인 채용을 연계하는 새로운 고용 모델을 추진한다. 디지털 전환 기술을 활용한 의료기관의 ESG 실천 사례로, 향후 병원 현장 내 포용적 일자리 창출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한림대성심병원(병원장 김형수)은 지난 18일 제2별관 일송문화홀에서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산하 경기남부직업능력개발원(원장 장동수)과 병원 로봇 운영 인재 양성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23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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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협약은 장애인 직업교육 과정과 병원 내 로봇 운영 직무를 연계한 이례적인 시도로, 로봇 운영 경험이 풍부한 병원과 직업훈련 전문 기관이 협력해 공동으로 교육 콘텐츠를 개발하고, 교육 이수자를 병원에 채용하는 ‘교육-채용-현장 적용’ 루프형 실증 모델을 지향한다.
우선 양 기관은 로봇 상태 점검, 에러 대응, 관제 화면 모니터링 등 단순 반복 중심의 직무에 적합한 커리큘럼을 설계하고, 이후 교육생 중 적합 인원을 선별해 병원 채용까지 연계한다는 계획이다. 현재는 시범 운영 단계로, 실제 고용 인원 및 적용 범위는 향후 교육 성과에 따라 결정될 예정이다.
한림대성심병원은 커맨드센터 주도로 2022년 8월부터 총 11종 77대의 의료서비스로봇을 도입해 의약품·검체 운반, 병동 간 물품 배송, 안내, 환자교육 등 간호·진료 지원 업무에 활용하고 있다. 약 2년간 축적된 로봇 운영 데이터만 약 6만 건에 이르며, 이 같은 실사용 경험이 실무형 교육의 기반으로 작용하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의료서비스 로봇 운영은 반복성과 정확성이 필요한 직무로, 적절한 훈련을 받은 인력이면 장애 유무와 관계없이 수행 가능한 영역이 많다”고 설명했다.
경기남부직업능력개발원은 2023년 개원한 장애인 특화 직업훈련 기관으로, 로봇 운영, 인공지능, 데이터 분석 등 4차 산업 기반 교육과정을 운영 중이다. 개원 전부터 한림대성심병원과 공동 직무 발굴 및 훈련 설계에 참여해 왔으며, 올해는 로봇산업진흥원 주관 융합 로봇 실증사업에도 최종 선정됐다.
김형수 한림대성심병원장은 “전문성이 요구되는 로봇 운영 직무에 장애인을 채용함으로써 병원의 효율성과 사회적 책임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동수 경기남부직업능력개발원장은 “이번 협약은 공단의 직업훈련이 로봇이라는 신규 고용 영역으로 확장되는 출발점”이라며 “훈련에서 실제 고용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실질적 협력 모델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한림대학교의료원은 ESG 위원회를 중심으로 지속 가능 경영 전략을 추진해 왔으며, 이번 협약은 그중 ‘사회적 포용’ 영역의 실천 사례로 평가된다. 특히 이번 사례는 단순한 장애인 채용을 넘어, 디지털 전환 기반의 병원 인력구조 재편과 인재 다양성 확대를 함께 추구하는 ESG 전략의 일환이라는 점에서도 의미를 지닌다.
- 김정아 기자 jungy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