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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적으로 진단까지 수년이 소요되는 희귀 유전성 대사질환 ‘파브리병’의 조기 인식을 돕기 위해, 글로벌 제약사와 국내 인공지능(AI) 벤처가 손을 잡았다.
글로벌 바이오제약 기업 사노피의 한국법인(이하 사노피, 대표 배경은)은 AI 기반 심전도 분석 기업 딥카디오(대표 김대혁, 최원익)와 미진단 파브리병 환자의 진단 환경 개선 및 고위험군 조기 식별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23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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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브리병은 알파-갈락토시다제 A(α-Galactosidase A) 효소의 결핍으로 인해 세포 내 당지질이 축적되며, 신장·심장·신경계 등 다양한 장기에 손상을 유발하는 희귀 유전질환이다. 국내에서는 100여 명이 진단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진단이 늦어 조기 치료 시점을 놓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증상이 두통, 피로, 통증, 위장 장애 등 비교적 흔한 형태로 나타나고, 발현 시점도 개인차가 커 환자 대부분은 비가역적인 장기 손상이 진행된 이후에서야 진단을 받는다.
이번 협약에 따라 딥카디오는 심전도(ECG) 신호에서 의료진이 육안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전기적 패턴을 인공지능 기술로 분석해, 파브리병 고위험군을 조기에 식별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상용화에 나선다. 회사는 “일부 파브리병 환자에게서 심전도상 특정 전기 신호 패턴이 나타나며, AI 분석을 통해 이들을 더욱 정밀하게 포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노피는 이번 협력을 통해 의료진 대상 교육, 진단 인식 개선 활동, 검사 환경 조성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진단 지연이 환자의 생존율과 삶의 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질환 특성상, 고위험군 조기 식별을 위한 진단 생태계 개선은 꾸준히 제기돼온 과제다.
업계에서는 이번 협력이 심전도 기반의 희귀질환 감별 알고리즘에 대한 임상적 적용 가능성을 검증하는 첫 시험대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로 AI 기술을 활용한 희귀질환 진단 보조 도구의 국내 상용화는 아직 초기 단계이며, ▲의료진 수용성 ▲데이터 편향 문제 ▲AI 진단 도구의 의료기기화 및 허가 절차 등 해결 과제도 존재한다.
사노피와 딥카디오는 이번 협약을 통해 희귀질환 환자의 조기 진단 가능성을 넓히고, 의료 현장에서 AI 기반 진단 보조 기술의 실용성과 신뢰도를 확보하기 위한 공동 노력을 이어갈 예정이다.
- 김정아 기자 jungy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