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기고] 현대 사회를 울리는 종합 하모니, 청소년 합창의 몽석 위에 피어나는 희망

    기사입력 2025.07.21 16:34
    이주배경 청소년과 비이주배경 청소년이 함께 만드는 8년의 화합과 성장의 기록
    • (왼쪽부터) 양옥경 한국여성사회복지사회 회장, 이종현 AVPN 한국대표부 총괄대표
      ▲ (왼쪽부터) 양옥경 한국여성사회복지사회 회장, 이종현 AVPN 한국대표부 총괄대표

      밝은청소년, 인성교육과 공동체 회복을 위한 울림의 축제를 이어가다

      ‘함께 부르면 다름이 힘이 된다.’ 이 짧은 말이 8년 동안 수많은 청소년의 삶을 바꾸는 문이 되었다.

      1999년, 학교폭력과 따돌림, 청소년 자살이라는 고통스러운 문제들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밝은청소년이 출범했다. 당시 인성교육이라는 말조차 낯설던 시기에 청소년들이 스스로 자신을 사랑하고 타인을 존중할 수 있는 근본적인 힘을 기르도록 돕는 일에 집중해 왔다. 그 과정에서 인성교육진흥법 제정의 초석을 놓으며, 한 사회가 청소년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는 데 작게나마 기여해왔다.

      이후 이주배경 청소년 수가 급증하면서, 정체성의 혼란과 사회적 소외, 학업·관계의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늘기 시작했다. 외모와 언어, 문화가 다르다는 이유로 편견과 차별을 감내해야 하는 현실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었다. 문제의식을 대안의 장으로 바꾸기 위해 2016년, ‘허들링청소년합창축제’를 시작하게 되었다.

      허들링이라는 이름의 시작

      ‘허들링(Huddling)’은 혹독한 남극의 겨울을 이겨내기 위해 황제펭귄들이 옹기종기 몸을 맞대며 서로의 체온을 나누는 생존 방식이다. 이 축제는 바로 그 허들링의 의미를 빌려와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청소년들이 함께 모여 마음을 나누고, 서로의 온기로 세상을 향한 용기를 만들어가는 공동체의 장으로 기획되었다. 다름은 분리의 이유가 아니라 연결의 조건이 된다.

      ‘허들링청소년합창축제’는 단순한 경연이 아니다. 전국에서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지닌 청소년들이 참여해 팀을 이루고, 7개월이라는 시간을 함께 걸으며 공동의 하모니를 만들어가는 장기 프로젝트다. 이들은 합창을 통해 공동체의 감각을 배우고, 다름을 이해하며, 자기 존재의 가치를 느끼게 된다. 본 공연은 이 긴 여정의 결실일 뿐, 진정한 무대는 그 전 과정을 통틀어 존재한다.

      특히 여름에 진행되는 이화여대 캠퍼스에서의 3박 4일 합숙 캠프는 청소년들이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마음의 박자를 맞춰가는 상징적 경험이다. 그리고 7월 26일, 유관순기념관에서 펼쳐질 무대는 그들의 땀과 눈물, 화해와 이해가 어우러진 집합적 진심이다.

      다문화 시대, 몽석 위에 세우는 목소리

      다양성이 일상이 된 현대 사회에서 조화는 말로만 이뤄지지 않는다. 서로 다른 배경과 언어를 가진 이들이 진정으로 하나의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서로를 향한 이해와 존중의 몽석(夢石) 위에 서 있을 때 가능한 일이다. 이 축제는 청소년 스스로 그 몽석을 쌓아가며, 단단한 인성의 기반과 더불어 사는 세상을 준비하는 힘을 만들어낸다.

      합창을 완성하는 과정은 금속을 정련하는 일과 닮아 있다. 고열 속에서 불순물을 제거하고, 다른 성분이 어우러져 더욱 단단해지는 것처럼, 청소년들은 갈등과 시행착오를 거치며 공동체 속에서 자신을 다듬는다. 그렇게 만들어진 음 하나하나는 정제된 울림이며, 그 자체로 이 시대의 가능성을 말하고 있다.

      함께 부를 때, 미래는 더 단단해진다

      작년 축제 무대에서 만난 청소년들의 얼굴이 아직도 선명하다. 그들은 단지 노래를 부른 것이 아니라, 각자의 삶과 이야기를 목소리에 담아냈다. 때로는 떨렸고, 때로는 어긋났지만, 결국 하나로 어우러진 화음은 관객 모두의 마음을 흔드는 울림이었다. 그 무대는 공연을 넘어선 감동이었다. 그 순간, 우리는 공동체란 다름이 어우러질 때 비로소 완성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올해도 전국 각지에서 모인 청소년 200명이 긴 여정을 함께해 왔다. 팀별 연습, 지역 모임, 캠프를 지나 마침내 하나의 하모니로 완성되는 지금, 이들은 더 이상 ‘소수’가 아니라 ‘중심’이 되고 있다. 그리고 중심에서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향한 메시지를 외치고 있다. 오는 7월 26일 오후 3시, 이화여고 유관순기념관에서 열리는 제8회 허들링청소년합창축제는 그 모든 여정의 결실이자, 이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가리키는 무대다.

      청소년들의 떨리는 첫 음표, 다름이 엮인 하모니, 그리고 울림으로 자라날 미래가 이 무대를 넘어서 전 세계를 무대로 크게 뻗어나가기를 기대한다.


      양옥경 | 한국여성사회복지사회 회장,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대표이사
      이종현 | AVPN 한국대표부 총괄대표, 한국사회적기업학회 산학협력부회장

      ※ 본 기사는 기고받은 내용으로 디지틀조선일보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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