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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뷰와 공간을 넘어 ‘칵테일 본연의 깊이’에 빠지다

기사입력 2025.07.22 07:00
32층 우주에서 만나는 칵테일, 라티튜드32의 안준혁 헤드 믹솔로지스트가 들려주는 칵테일 이야기
  •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의 루프탑 바 '라티튜드32(Latitude32)'.
    ▲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의 루프탑 바 '라티튜드32(Latitude32)'.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 최상층 32층, 석촌호수 전망과 우주를 연상시키는 몽환적인 인테리어로 주목받는 루프탑 바 ‘라티튜드32(Latitude32)’. 이곳을 찾는 많은 이들이 처음에는 압도적인 뷰에 이끌려 온다. 하지만 진짜 라티튜드32의 가치는 그 너머에 있다. 바로 ‘Beyond the View’라는 철학 아래, 칵테일 본연의 깊이를 추구하는 것이다.

    “많은 분들이 뷰를 보러 오시지만, 진짜 라티튜드32를 완성하는 것은 칵테일의 맛입니다.”

    안준혁 헤드 믹솔로지스트의 말처럼, 라티튜드32의 진정한 매력은 첫 모금에서 펼쳐지는 깊고 섬세한 맛의 세계에 있다.

    라티튜드32는 파리지엥 감성의 스피크이지 바 콘셉트로, 입구에서부터 마치 우주에 들어선 듯한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위스키 바 ‘오드비(Eau de Vie)’와 함께 운영되는 이 복합 엔터테인먼트 공간은 블루 & 골드 톤의 뮤직 라운지, 500여 종의 프랑스 와인 리스트, 그리고 믹솔로지스트가 추천하는 시그니처 칵테일을 제공하는 롱 바까지 다채로운 요소가 어우러져 있다.

    안준혁 헤드 믹솔로지스트의 미니멀리즘 철학


    안준혁 헤드 믹솔로지스트가 라티튜드32에서 추구하는 것은 명확하다. 복잡하고 화려한 비주얼보다는 ‘맛’에 집중하는 것. 그의 칵테일 철학은 ‘심플함 속 깊이’로 요약된다.

  •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의 안준혁 헤드 믹솔로지스트
    ▲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의 안준혁 헤드 믹솔로지스트

    “칵테일의 본질은 결국 맛입니다. 아무리 화려해도 맛이 없으면 의미가 없죠. 저는 겉보기에는 단순해 보이지만, 한 모금 마실 때마다 새로운 맛을 발견할 수 있는 칵테일을 만들고 싶습니다.”

    이러한 접근은 2025년 글로벌 바 트렌드와 정확히 일치한다. 세계적인 바 어워드에서 공통적으로 강조되는 키워드가 바로 ‘미니멀리즘’과 ‘지속가능성’이다.

    화려한 글라스와 과도한 장식 대신, 재료 본연의 맛에 집중하고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표현하는 것이 현재 바 씬의 대세가 되고 있다. “예전에는 화려한 글라스를 많이 썼거든요. 하지만 요즘 트렌드는 미니멀리즘이에요.” 안준혁 헤드 믹솔로지스트의 설명처럼, 라티튜드32는 이미 이러한 변화를 앞서 실천하고 있다.

    라티튜드32의 가장 큰 차별화 포인트는 ‘팜투바(Farm to Bar)’ 철학을 실천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역 농가에서 직접 공급받은 신선한 재료를 사용하며, 한국의 식재료로 완성한 독창적인 칵테일을 통해 진정성 있는 바 경험을 전한다.

    “제주 청귤을 처음 사용했을 때의 감동을 잊을 수 없어요. 라임과는 전혀 다른, 과일에서 오는 독특한 신맛과 향이 있거든요. 이런 재료들을 발굴하고 칵테일에 접목시키는 것이 저에게는 큰 즐거움입니다.”

    이러한 접근은 단순히 트렌드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더 순수하고 깊은 맛을 추구하는 과정의 일부다. 인공 시럽 대신 직접 우린 차나 과일 우린 물, 자연 발효 시럽을 사용하고, 설탕 대신 자연 감미료를 활용하며, 과일 껍질까지 모두 활용하는 제로 웨이스트 정신을 실천하고 있다.

    음양오행으로 풀어낸 라티튜드32의 시그니처 칵테일


    라티튜드32의 2025년 시그니처 칵테일은 호텔 오픈 이래 사랑받았던 태양계 행성과 별자리 테마에 이어, 우주를 구성하는 음양오행을 테마로 새롭게 선보인다. 동양 철학의 다섯 가지 요소인 물, 금, 불, 나무, 흙과 대지가 가진 특성에 한국의 지역 식재료를 결합한 6종의 칵테일이다.

  • 수성을 의미하는 '머큐리(Mercury)' 칵테일
    ▲ 수성을 의미하는 '머큐리(Mercury)' 칵테일

    안준혁 헤드 믹솔로지스트가 가장 먼저 소개한 칵테일은 수성을 의미하는 ‘머큐리(Mercury)’다. 스카치 위스키에 제주산 청귤과 화산 우롱차를 더해 깊고 은은한 풍미를 선사하는 이 칵테일은 8도의 도수에도 불구하고 체감상 5도 정도로 느껴질 만큼 부드럽다. 미즈와리 스타일을 한국적으로 재해석한 대표작으로, 칵테일을 잘 모르는 고객들도 편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제조했다.

  • 목성을 상징하는 '주피터(Jupiter)' 칵테일
    ▲ 목성을 상징하는 '주피터(Jupiter)' 칵테일

    다음으로 그가 내어준 칵테일은 목성을 상징하는 ‘주피터(Jupiter)’다. 진 베이스에 담양 지역의 대나무 잎차를 우리고, 대추와 유자, 화이트 와인을 조화시킨 이 칵테일은 25도의 높은 도수를 자랑한다. 드라이하고 깊은 맛이 특징으로, 진짜 센 술을 찾는 이들에게 추천하는 칵테일이다.

  • 토성을 의미하는 '새턴(Saturn)' 칵테일
    ▲ 토성을 의미하는 '새턴(Saturn)' 칵테일

    마지막으로 소개한 칵테일은 토성을 의미하는 ‘새턴(Saturn)’이다. 새턴은 배우 이정재가 앰배서더로 활동해 더욱 알려진 프리미엄 소주 브랜드 ‘KHEE 소주’를 사용했다. KHEE 소주에 이천쌀 누룽지와 크림, 소금을 더해 13도의 디저트 스타일 칵테일로 완성했다. 마치 디저트 같은 이 칵테일은 단짠의 절묘한 조화를 선사한다.

    이 외에도 라티튜드32는 나머지 3개의 음양오행 칵테일을 통해 완성된 우주적 철학을 보여준다. 금성을 상징하는 ‘비너스(Venus)’는 고급스러운 금의 기운을 담아 샴페인을 베이스로 한 우아한 칵테일이며, 화성을 의미하는 ‘마스(Mars)’는 불의 원소를 표현한 스파이시한 풍미가 특징이다. 마지막으로 대지를 상징하는 '어스(Earth)'는 한국의 전통 곡물과 허브를 활용해 땅의 깊은 맛을 구현한 칵테일로, 6개의 칵테일이 모두 모여 완전한 우주의 조화를 이룬다.

    헬시 플레저 시대의 바 문화


    안준혁 헤드 믹솔로지스트가 주의 깊게 지켜보는 또 다른 흐름이 있다. 바로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 문화의 확산이다. 건강을 즐겁게 관리한다는 의미의 이 트렌드는 전통적인 바 문화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의 루프탑 바 '라티튜드32(Latitude32)'의 시그니처 칵테일 6종
    ▲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의 루프탑 바 '라티튜드32(Latitude32)'의 시그니처 칵테일 6종

    “요즘 트렌드는 음료도 논알코올, 제로 알코올 같은 것들이 많이 나오잖아요. 그래서 도수가 높은 주류보다는 도수가 좀 낮으면서 칵테일 맛을 즐길 수 있는 것이 주류 트렌드이기도 해요.”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음주 문화의 근본적 변화가 있다. 과거 ‘취하기 위해 마시는 술’에서 ‘맛을 즐기기 위해 마시는 술’로, ‘길티 플레저(Guilty Pleasure)’에서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로의 전환이다. 실제로 논알코올 주류 시장은 2019년부터 연평균 23%씩 성장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술을 마실 수 있지만 논알코올 칵테일을 주문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 두 명 중 한 명 꼴에 이른다.

    가장 흥미로운 변화는 아침 문화와 바 문화의 결합이다. 해외에서 시작된 ‘모닝 커피 레이브’가 국내에도 상륙하면서, 아침 7시부터 커피나 말차 라테를 마시며 EDM에 맞춰 춤을 추는 ‘서울 모닝 커피 클럽’ 같은 새로운 형태의 모임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는 전통적으로 밤 문화의 상징이었던 클럽과 바가 ‘건강한 즐거움’이라는 새로운 가치 아래 시간대를 확장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 안준혁 헤드 믹솔로지스트가 설명하는 이러한 변화는 라티튜드32의 칵테일 개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수성(머큐리) 칵테일이 8도 도수임에도 체감상 5도로 느껴지도록 설계된 것이나, 전체적으로 도수를 낮추면서도 깊은 맛을 추구하는 방향성 모두 이러한 트렌드를 반영한 결과다.

    지속적인 진화를 위한 프로그램 운영


    라티튜드32는 단순히 좋은 칵테일만으로 만족하지 않는다. 월간 국내외 게스트 바텐딩, 정기 재즈 라이브 공연 ‘재즈 나잇’, 와인 테이스팅 이벤트 ‘뱅 아 라티튜드’ 등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지속적으로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 “바(bar)는 살아있는 공간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같은 메뉴, 같은 분위기로는 고객들에게 계속해서 새로운 감동을 줄 수 없죠.”

    특히 월간 게스트 바텐딩은 국내외 유명 바텐더들을 초청해 그들만의 시그니처 칵테일을 선보이는 프로그램으로, 고객들에게는 새로운 경험을, 스태프들에게는 배움의 기회를 제공한다.

    “칵테일은 계속 진화하고 있어요. 그리고 그 진화의 과정에서 고객들이 새로운 맛의 경험을 할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우리가 추구하는 ‘Beyond the View’의 의미입니다.”

    라티튜드32를 찾는 많은 이들이 처음에는 화려한 도심 뷰와 인테리어에 이끌려 온다. 하지만 진짜 매력은 그 너머에 있다. 안준혁 헤드 믹솔로지스트와 그의 팀이 만들어내는 칵테일의 깊이,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철학과 스토리가 바로 라티튜드32의 진정한 가치다.

    2025년 바 트렌드의 핵심인 미니멀리즘과 지속가능성, 그리고 헬시 플레저까지. 라티튜드32는 이 모든 요소를 ‘심플하지만 깊은 맛’이라는 하나의 철학으로 아우르며, 뷰 맛집을 넘어선 진정한 바의 가치를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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