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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신경혜 비유 단장,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 메리골드” – 죽음을 넘어 삶을 말하는 연출의 고백

기사입력 2025.07.17 15:25
창작 뮤지컬 <메리골드>, 신경혜 연출이 말하는 진심과 변화
  • “죽고 싶었는데 공연을 보고 마음을 바꿨어요.” 한 학생의 고백은 뮤지컬 <메리골드>가 단지 공연을 넘어, 누군가의 삶을 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2025년 8월, 북서울 꿈의숲아트센터 퍼포먼스홀에서 다시 무대에 오르는 <메리골드>는 2014년 초연 이래 10년 넘게 생명존중과 존재의 가치를 예술로 전해온 작품이다. 연출을 맡은 극단 비유의 신경혜 단장은 이번 공연을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이라는 부제처럼, 모든 관객이 각자의 감정과 삶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25년 넘게 극단을 이끌어오며, 연출가로서 삶과 예술 사이의 경계에서 사람들의 마음을 포착해온 그녀에게 이번 <메리골드>는 어떤 의미인지 직접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신경혜 극단 비유 단장
    ▲ 신경혜 극단 비유 단장

    <메리골드>는 오랜 시간 공연돼 온 작품인데, 처음 이 공연을 만들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처음에는 학교폭력과 따돌림 문제가 사회적으로 심각하게 대두되던 시기였어요. 아이들이 감정을 억누르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공연을 보는 시간만큼은 숨 쉴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단순히 감동을 주는 공연이 아니라, 존재의 가치와 생명의 무게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공연이 되어야 한다고 느꼈어요. 학생들이 “내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깨닫고 위로받길 바랐고요.

    저 역시 오랜 투병 경험이 있기에, 이 작품의 대사 하나하나가 단지 연출을 위한 장치가 아니라, 제가 제 자신에게 건넸던 말들이기도 해요. <메리골드>는 제게도 삶의 의지를 다시 붙잡게 한 몽석 같은 출발점이었고, 동시에 연출자로서 가장 단단한 선언이기도 했습니다.

    ‘죽음을 이야기하지만 삶을 말하는 작품’이라는 표현이 인상적입니다.

    맞습니다. <메리골드>는 자살을 결심하고 한 공간에 모인 인물들이 서로의 고통을 듣고, 조심스럽게 곁에 머무르며 결국 다시 삶을 선택하는 이야기입니다.

    웃음과 눈물, 침묵과 고백이 교차하는 구조 안에서 감정의 균형을 만들어내는 것이 이 작품의 핵심이죠. 무대는 때론 금속처럼 차가운 현실을 담고 있지만, 그 안에는 반드시 따뜻한 온기가 흘러야 한다고 믿어요. 그것이 바로 예술이 할 수 있는 역할이고, 제가 연출자로서 끝까지 지켜내고 싶은 지점이에요.

    2025년 8월 북서울 꿈의숲아트센터에서 특별공연을 준비 중이시죠?

    네. 8월 22일부터 31일까지 열흘간 진행되는 특별공연입니다.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선정작이기도 하고,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의 후원을 받아 전석 무료로 진행됩니다. 이번 공연은 조명, 음향, 무대 시스템까지 모두 최신 현대 공연기술을 기반으로 리뉴얼됐고, 김윤규 연출과 함께 감정의 흐름과 움직임까지 섬세하게 재구성했습니다. 대학로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꿈의숲 무대에서도 최고의 밀도로 구현할 예정이에요.

    무엇보다 이번 공연은 정신건강 공공 캠페인 브랜드 ‘마인드 SOS’와의 공식 협력으로 함께합니다. 마인드 SOS는 ‘마음 ON STAGE’, ‘마음 캠프’ 등 감정 기반 회복 프로그램을 실천해온 민간 주도 프로젝트로, <메리골드>가 전해온 메시지와 깊은 교집합이 있어요.

    이번 협업은 단순한 후원이 아닌, 예술과 시스템이 함께 만드는 정서적 공공성의 새로운 모델을 구축해 보는 실험이자 약속입니다. 앞으로도 지속 가능한 파트너십으로 발전시켜 나가려 해요. 예술이 감정을 말하게 하고, 시스템이 그 신호를 붙잡아주는 구조. 그 종합적 접근을 저희는 함께 실현해보고 싶습니다.

  • 신경혜 극단 비유 단장
    ▲ 신경혜 극단 비유 단장

    공연은 옴니버스 형식이라고 들었습니다. 어떤 이야기들이 담겨 있나요?

    총 5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어요. 학교폭력, 외모지상주의, 가정불화, 이별과 상실, 진로 스트레스 등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현실적인 이야기들이죠. 관객들이 극 중 인물에 자신의 감정을 투영하면서 자연스럽게 몰입하게 됩니다. 무거운 주제지만, 음악과 위트 있는 대사, 리듬 있는 연출을 통해 ‘감정의 과잉’보다는 공감의 흐름으로 이끕니다. <메리골드>는 단순한 공연이 아니라 삶과 감정, 사회적 메시지를 함께 품은 종합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

    극단 비유의 활동도 인상 깊습니다. 어떤 극단인지 소개해 주신다면요?

    극단 비유는 1999년 창단 이후 25년간 대학로를 기반으로 창작극을 중심으로 활동해 온 극단입니다. <유츄프라카치아>, <슬근슬근 톱질이야>, <메리골드> 등 우리 사회와 사람의 감정을 깊이 있게 다루는 작품들을 선보였고, 전국 순회공연과 교육기관 협력도 활발히 해왔습니다.

    우리는 항상 ‘조용하지만 꼭 필요한 공연’을 목표로 합니다. 어떤 장면은 화려하진 않지만, 오래 기억에 남죠. 그런 공연을 만들고 싶어요. 마치 몽석처럼 작지만 단단한 무게로 관객의 마음에 남는 무대를요.

    기억에 남는 공연 후 관객 반응이 있다면요?

    셀 수 없이 많지만, 가장 강하게 기억나는 건 한 학생이 공연 후 울면서 말한 한마디예요. “죽고 싶었는데, 공연을 보고 마음이 바뀌었어요.” 또 한 부모님은 “이 작품을 본 뒤 아이가 처음으로 자기 감정을 말했어요”라고 하셨어요. 이런 순간들이 제가 이 공연을 10년 넘게 이어온 이유이기도 해요. 이건 단지 콘텐츠가 아니라, 누군가의 생명을 건드릴 수 있는 예술이라는 확신을 주는 순간들이에요.

    이번 공연을 통해 관객에게 가장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메리골드>의 꽃말은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이에요. 그 말처럼, 저는 이 공연이 관객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작은 희망의 언어가 되길 바랍니다. 고통이 사라지진 않지만, 함께 나누는 순간 무게가 조금은 가벼워지거든요.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공연 내내 품고 가고 싶어요. 이 작품은 화려한 쇼보다는 진심의 무대이고, 현대 사회에 꼭 필요한 감정 회복의 장입니다.

    마지막으로, <메리골드>를 처음 접하는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제 이야기를 들어주셨어요… 감사합니다.” 이건 극 중 인물의 대사이기도 하지만, 공연 후 관객들이 가장 자주 남기는 말이기도 해요. 이 공연은 누군가의 이야기를 조용히 들어주는 무대입니다. 감정이 복잡한 시대, <메리골드>는 다시 묻습니다. 당신의 삶은 괜찮냐고, 당신의 마음은 지금 안녕하냐고. 그 질문을 함께 나눌 수 있다면, 저는 연출자로서 더 바랄 게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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