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 단계별 차별화 교육이 핵심
하이터치·하이테크 균형이 성공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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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용인공지능(AGI) 시대에서 AI만 잘 가르치면 된다? 저는 반대합니다.”
정제영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 원장이 16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AI BUS 2025’에서 AI 교육에 대한 통념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AI 시대에는 AI만 알면 되는 게 아니라 AI를 잘 쓰기 위한 기본적인 역량을 갖추는 교육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원장은 이날 ‘교사를 돕는 AI, 학생을 돕는 AI’로 강연하며 “유치원생한테 AI를 가르칠 필요가 없다”며 발달 단계별 차별화된 AI 교육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또 생성형 AI의 교육적 한계도 지적했다. “교육 자료로 활용하려면 완전무결해야 하는데 10%의 오류만 생겨도 교재로 쓸 수 없다”고 밝혔다.
◇ 생성형 AI 한계 극복이 교육 활용 관건
정 원장은 현재 생성형 AI가 교육 현장에서 직접 활용되기 어려운 구체적 이유를 제시했다. 할루시네이션이나 비윤리적인 문제들이 제거돼야만 교육적으로 활용할 수 있으며, 13세 미만 사용 금지, 일부는 18세 미만 사용 금지를 하는 이유도 아이들이 이런 오류에 대응할 수 없다고 밝혔다.
평가 영역에서의 문제점도 구체적으로 지적했다. 생성형 AI에 똑같은 내용을 평가하도록 해도 매번 다른 결과를 내놓아 반복적으로 동일한 평가 결과를 주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는 교육적 활용에서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는 에이전틱 AI나 검색증강생성(RAG) 기술 활용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정확한 데이터에 기반한 올바른 내용을 제공할 수 있다면 교육적 활용 가능성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 발달 단계별 맞춤 교육이 AI 시대 핵심
정 원장은 연령별로 차별화된 AI 교육 접근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유치원생에게는 본인의 경험과 지식을 쌓아서 체화된 역량을 기르는 체험 중심 교육을, 초등학교에서는 핸즈온(hands-on)에서 좀 더 문자화된 교육을 강조했다. “초등학생에게 AI 개념을 가르치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며 중학교는 정보 교과 수준, 고등학교는 그에 맞는 수준으로 단계적 접근을 주문했다.
대학 교육에 대해서도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대학에 입학해서도 전공 지식에 대한 개념을 체험하는 게 훨씬 더 중요하며, 챗GPT가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은 커지고 있지만 무조건적인 활용에는 반대한다고 밝혔다.
AI 디지털교과서 활용에 대해서는 현재 32%의 활용률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로저스의 혁신 확산 이론에 따르면 이는 상당히 높은 수준이며, 과거 NEIS나 K-에듀파인 도입 시와 마찬가지로 초기 반대에서 점차 개선 요구로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학부모들이 우려하는 AI 학습도구 중독에 대해서는 오히려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학습 콘텐츠에 중독된 아이를 본 적이 없다”며 “아이들이 학습에 중독돼서 잠도 안 자고 공부만 한다면 전 세계적으로 대단한 업적”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 교사 업무 혁신 통해 ‘세계적 교육 변화’ 기대
정 원장은 AI 기술의 진정한 가치를 교사 업무 효율화에서 찾았다. “교사가 해야 할 일이 100이라면 할 수 있는 시간은 10밖에 없고, 항상 90씩은 못하고 지나가고 있다”며 현실적 문제를 지적했다.
특히 ‘한 명의 학생도 놓치지 않는 교육’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기술적 도움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20명 아이들을 물리적으로 한 명 한 명 다 봐줄 수는 없지만, 하이테크를 활용하면 훨씬 더 많은 일들을 할 수 있고 많은 아이들에게 관심을 기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LG AI연구원과 경기도교육청이 진행 중인 디지털 플랫폼 구축 사업에 대해서는 “교사를 도와주는 에이전트 AI를 만든다면 정말 세계적인 교육 혁신”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300억 원 이상의 대규모 프로젝트가 성공해서 교사가 같은 시간에 기존 업무량의 2배를 처리할 수 있다면 진정한 세계적 혁신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다만 기술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경고했다. 아무리 좋은 도구가 있어도 아이들은 잘 사용하지 않으며, 동기를 부여하고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교사의 핵심 역할이라고 강조해 하이터치와 하이테크의 균형을 주문했다.
- 김동원 기자 theai@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