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노인성 난청, 단순 노화 탓 아니었다…HOMER2 유전자 변이 세계 첫 규명

기사입력 2025.07.16 11:12
분당서울대병원·고대안산병원 연구팀, 청력 유전자 기전 밝히며 정밀진단 가능성 제시
  • 노인성 난청이 단순히 나이 들며 나타나는 생리적 노화 현상이 아니라, 특정 유전자 돌연변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세계 최초로 규명됐다.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최병윤 교수와 고려대안산병원 이비인후과 최준 교수 공동 연구팀은 고심도 난청을 앓는 고령 환자의 유전자 분석을 통해 청각 관련 유전자 ‘HOMER2’의 돌연변이(c.1033delC)를 확인하고, 이 유전자가 단백질 구조 변형을 통해 청신호 전달을 방해하는 구체적 발병 기전을 처음으로 밝혀냈다고 16일 밝혔다.

    노인성 난청은 국내 65세 이상 인구의 40% 이상이 겪는 대표적인 고령 질환으로, 심할 경우 인공와우 수술 없이는 청각 회복이 어려운 경우도 많다. 특히 난청은 치매, 우울증, 낙상 등 노년기 건강 저하의 촉매 요인으로 작용해, 초고령사회에서 점점 더 중요한 공중보건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이번 연구에서 주목할 점은, 청력 저하의 유전적 원인에 대한 구체적인 병리 기전이 밝혀졌다는 것이다. 그동안 노인성 난청은 소음, 약물, 기저질환 등 환경 요인 중심으로만 분석되어 왔고, 유전적 요인은 가설 수준에 머무르고 있었다.

    연구팀은 인공와우 수술을 받은 고령의 고심도 난청 환자에서 HOMER2 유전자의 염기서열 말단에서 ‘사이토신(C)’ 염기가 결손된 c.1033delC 변이를 발견했다. 이어 분자 모델링과 동물 실험(제브라피쉬 모델)을 통해, 이 돌연변이가 단백질의 3차 구조를 변화시켜 청각 신호를 전달하는 단백질 간 상호작용을 방해하고 심각한 난청을 유발함을 입증했다.

    또한, 해당 유전변이는 심장 이상 등 전신의 발달 문제까지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노인성 난청이 단순히 귀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전신 건강과 연결된 복합적 질환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 (왼쪽부터)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최병윤 교수, 고대안산병원 이비인후과 최준 교수 /사진 제공=분당서울대병원
    ▲ (왼쪽부터)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최병윤 교수, 고대안산병원 이비인후과 최준 교수 /사진 제공=분당서울대병원

    최병윤 분당서울대병원 교수는 “노인성 고심도 난청을 유발하는 유전적 원인의 한 갈래를 분자 모델링과 동물실험을 통해 밝혀낸 연구 결과”라며 “향후 정밀 유전 진단 전략 개발과 함께, 환자 맞춤형 치료 시점을 조절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준 고려대안산병원 교수는 “청력 변화뿐 아니라 심장을 포함한 전신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 돌연변이라는 점에서, 다양한 노화 관련 질환의 새로운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Journal of Molecular Medicine에 최근 게재됐다.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