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민 심리케어부터 독거노인 돌봄까지 AI 확장
한국형 의료 AI 모델 개발 필요성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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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차가 들어오면 환자 상태 체크부터 당직 의사 위치 파악, 도착 시간 예측까지 모든 과정이 사람을 거쳐야 했습니다. 인공지능(AI)으로 이런 단계를 자동화하면 생명과 직결된 골든타임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김동환 포티투마루 대표의 말이다. 그는 15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AI BUS 2025’에서 생성형 AI가 의료 현장에 가져올 실질적 변화를 구체적 사례로 제시했다.
김 대표는 “챗GPT가 나온 지 2년 반이 지나면서 2주마다 새로운 기술이 업그레이드될 정도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며 “의료·케어 분야도 최근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포티투마루는 딥러닝 기반 자연어 처리와 텍스트 분석 전문 기업으로, 글로벌 경쟁에서 구글 AI팀과 공동 1위를 차지하며 2018년부터 상용화를 진행해온 기업이다. 현재 반도체, 통신, 금융, 제조, 헬스케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 도메인 특화 AI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 응급실부터 수술실까지, 병원 전체 프로세스 AI 자동화
포티투마루는 글로벌 AI 경쟁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둔 기업이다. 구글 AI팀과 공동으로 MRC(기계독해) 기술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고, 마이크로소프트 주관 생성형 AI 글로벌 리더보드에서도 1위를 기록했다. 이는 챗GPT가 출시되기 이전인 2020년 말~2021년 초의 성과다. 생성형 AI 분야에서 선도적 기술력을 입증한 것이다.
이런 기술력을 바탕으로 김 대표는 용인세브란스병원과 진행한 프로젝트를 통해 생성형 AI가 병원 업무 전체를 자동화한 사례를 소개했다. “병원이 이미 자동화되어 있을 줄 알았는데 응급실 같은 생명이 왔다 갔다 하는 곳에서도 단계마다 사람이 관여하고 있어 시간적 손실이 컸다”고 설명했다.
기존에는 응급차가 도착하면 응급실 직원이 환자 상태를 확인하고, 당직 의사가 누구인지 센터에 전화해서 확인하고, 의사의 위치를 파악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AI 도입 후에는 환자가 들어오는 순간부터 당직 의사 연락, 위치 파악, 도착 예상 시간 계산, 그에 맞춘 응급실 조치까지 전 과정이 자동화됐다.
수술실 운영도 마찬가지다. 국립암센터와 협업한 프로젝트에서는 수술 진행 상황과 종료 시점을 예측해 다음 수술 준비를 자동으로 진행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기존에는 간호사가 수술실에 직접 들어가 소독하고 상황을 확인한 뒤 다음 수술 준비를 해야 했지만, 이제는 AI가 수술 시간을 예측해 자동으로 다음 환자와 의료진을 준비시킨다.
일반 환자 문진과 진료과 안내도 AI가 담당한다. “일반인들이 배가 아프면 어느 과로 가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 기존에는 전문 상담사가 증상을 듣고 적절한 진료과를 안내했다”며 “이제는 AI가 초진 환자와 문진하고 적절한 진료과 안내와 예약까지 원스톱으로 처리한다”고 설명했다.
◇ 전 국민 심리 케어부터 독거노인 돌봄까지 확장
포티투마루는 의료 분야를 넘어 정신건강과 돌봄 서비스에도 생성형 AI를 적용하고 있다. 현재 정부 지원을 받아 진행 중인 프로젝트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AI 기반 심리 케어 시스템이다.
김 대표는 “우리나라 자살률이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인 상황에서 미국, 일본 등도 국가 차원에서 국민 심리 케어에 생성형 AI를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1차적으로는 심리 상담사를 보조하는 AI 어시스턴트를 개발하고 있다. 상담 중 적절한 대응 방법을 가이드하고, 상담 후에는 상담 내용을 자동으로 요약해 상담 일지를 작성한다. 기존에 상담사들이 상담 후 일지 작성에 많은 시간을 소요했던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더 나아가 의료 마이데이터가 활성화되면 AI가 개인의 심리 상태를 분석해 위기 상황을 미리 감지하고 조기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까지 구상하고 있다. “직접적으로 AI가 국민과 소통하며 심리 케어를 제공하는 단계까지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 의료진 연구 업무도 AI가 지원, 논문 검색부터 요약까지
의료진의 연구 업무 지원도 중요한 적용 분야다. 김 대표는 “의사들이 새로운 의료 기술 논문을 찾고 정리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문제를 AI로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구글 제미나이에게 특정 주제의 최근 6개월 논문을 요청하면 1시간 내에 관련 논문들을 모두 수집한다. 이후 챗GPT에 논문을 분석시켜 연구 문제, 접근 방법, 실험 결과, 결론, 향후 과제 등을 항목별로 요약해 준다.
그는 “기존에는 교수들이 새로운 연구 방향을 정하는 데 3~6개월이 걸렸지만, 지금은 AI 도구를 활용해 1~2주 만에 방향을 정할 수 있다”며 “퍼플렉시티 같은 도구는 전문가들이 3~6개월 걸려 작성하던 리포트를 40~50분 만에 완성해 준다”고 말했다.
◇ 한국형 의료 AI 모델 개발 필요성 강조
김 대표는 해외 AI 모델의 한계를 지적하며 한국형 의료 AI 개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해외 모델들은 미국인들의 정서에 맞게 영어로 개발되어 있어 한국에서 그대로 사용하기엔 한계가 있다”며 “특히 케어 관련 부분에서는 문화적 차이가 크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의료 영상의 경우도 “미국인과 한국인이 다른 양상을 보이는 경우가 있어 한국 상황에 맞는 모델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해외 빅테크는 의료 AI에 어떤 준비를 하고 있을까? 김 대표는 현재 구글은 의료 특화 모델인 ‘메드 제미나이’를, 마이크로소프트는 ‘Mai DX’를, 오픈AI는 헬스케어 모델 벤치마크 시스템을 공개하는 등 의료 AI 서비스를 경쟁적으로 선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외교·안보·국방뿐만 아니라 의료·헬스케어 분야도 주권 AI가 필요한 영역”이라며 “한국형 의료·헬스케어 특화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AI BUS 2025는 부산대학교와 부산대학교 병원, THE AI가 공동 주최하고 부산대학교 AI대학원, AIEDAP, 부산광역시 교육청, 부산대학교 라이즈 사업단이 함께 참여하는 부산 대표 AI 컨퍼런스다. 올해는 ‘AGI, 지성과 생명을 품다’를 주제로 범용인공지능(AGI) 기술이 의료와 교육 분야에 미치는 실질적 영향을 집중 조명했다.
- 김동원 기자 theai@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