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한인'이라는 뿌리를 우리와 함께 공유하는 민족 구성원이다. 이 글을 통해 독자들이 재외동포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고, 어떻게 그들과 함께 미래로 나아가야 할지 판단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I am from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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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180여 개국에 700만 명의 재외동포가 살아가고 있다. 그들은 해외에 거주하며 항상 처음 대하는 사람들에게 "어디에서 왔어요?"라는 질문을 듣고 있고 "I am from Korea"라고 답한다. 그들의 대답은 그들에게, 또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재외동포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외국의 영주권을 취득했거나 영주할 목적으로 외국에 거주하는 자, 그리고 한국계 외국인을 포함한다. 즉, 그들은 한인이라는 뿌리를 가진 채 현지 사회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글로벌 한민족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특성은 재외동포들을 정부 주도의 공공외교가 닿기 어려운 '외교 사각지대'를 메우는 중요한 존재로 만든다. 공공외교가 정책적 메시지 전달에 집중하는 반면, 재외동포들의 활동은 일상적 접촉을 통한 자연스러운 문화 교류와 상호 이해 증진에 강점이 있다. 재외동포는 현지 사회에서 한국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살아있는 홍보대사' 역할을 하는 것이다.
단적인 예를 들어보자. 2019년 일본의 대한국 수출규제 조치 당시, 일본에 거주하는 한인들은 현지 언론과 시민사회를 통해 한국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알렸다. 이들의 활동은 아사히신문, 마이니치신문 등 주요 일본 언론의 균형 잡힌 보도에 영향을 미쳤다. 또한, 중국 내 한인 기업인들은 사드 배치 갈등 당시 양국 간 경제 교류가 위축된 상황에서도 꾸준히 소통 채널을 유지하며 관계 회복의 기회를 마련하기도 했다. 중국 관영 언론에서도 "민간 차원의 교류가 양국 관계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평가할 정도였다. 이처럼 재외동포는 정부 간 외교가 경색될 때, 혹은 미묘한 국제 관계 속에서 민감하고도 긴밀한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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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동포 주최 한국 문화 행사 ‘연간 3000건’
재외동포의 민간 외교관으로서 영향력은 공식적 통계로도 입증되고 있다. 재외동포재단의 2023년 보고서에 따르면, 재외동포가 주도하는 한국 문화 행사는 연간 3,000여 건에 달한다. 이는 정부 주도 문화 행사의 10배가 넘는 규모이다. 정부의 자원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방대한 규모의 문화 교류가 동포들의 자발적 노력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민간 외교는 한국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높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과거에는 한국인을 중국인이나 일본인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한국인이냐고 먼저 물어보고, 매우 트렌디한 나라에서 왔다며 엄지를 들어 보여준다"는 현장 동포들의 이야기는 한국의 달라진 위상이 재외동포들의 삶에 얼마나 직접적이고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K-팝과 K-방역 등 한국의 문화적·사회적 성장은 재외동포들의 자긍심을 높였고, 이는 그들이 자발적으로 한국을 알리는 활동으로 이어지며 긍정적 선순환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차세대 재외동포의 新‘한국사랑’
지난해 프랑스 파리에서 한인 2세 청년 단체 '프라임타임'(대표: 이재요)을 만났을 때 이야기다. 프랑스에서 태어나고 자란 차세대 동포 이재요 씨는 부모님의 영향으로 한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하지만,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고 한다. 한국에 가면 프랑스 사람으로, 프랑스에서는 한국 사람으로 인식되는 상황, 그 혼란함 속에서 '반'인 것 같다는 솔직한 고백은 많은 재외동포가 겪는 보편적 경험일 것이다.
그러나 이재요 씨는 최근 한국을 소개하는 기쁨이 있다고 말한다. 그가 속한 프라임타임이 2022년부터 매년 프랑스에 한국을 알리는 'K-Street Festival'을 열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해당 행사에는 K-POP 커버 댄스와 댄스 워크샵이 큰 인기를 끌었지만, 이들의 고민은 단순히 인기에 중점을 두고 있지 않았다.
이들의 고민은 '어떻게 하면 한국을 더 정확하고 매력적으로 소개할 수 있을까?'였다. 단순한 공연이나 한식 체험을 넘어 한국의 역사, 철학, 현대의 모습까지 '진짜 한국'을 담고자 하는 차세대 재외동포의 남다른 ‘한국사랑’을 확인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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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타임의 활동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미래 세대를 향한 포부였다. 이들은 K-Street Festival을 통해 다음 세대 동포들이 한인으로서 더 큰 자부심을 갖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700만 재외동포는 선택받은 홍보대사가 아니다. 그들은 한민족의 일원으로서,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삶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그 일상 하나하나가 세계 속 한국의 이미지를 형성하고, 문화와 가치를 전하는 소중한 외교의 장이 되고 있다. 이들은 단지 한국을 기억하는 존재가 아니라, 한국을 함께 만들어가는 동반자이자 ‘세계 속 민간외교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