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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필름일렉트로닉이미징코리아가 제작 지원한 영화 '클리어(CLEAR)'가 지난 3일 오후 CGV청담 씨네시티 11층 프라이빗관에서 첫 언론 및 VIP 시사회를 개최했다. 방송인 하지영의 진행으로 열린 이날 행사에는 심형준 감독을 비롯해 이주영, 김푸름, 이정민, 조현주 등 주요 출연진이 모두 참석해 작품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눴다.
영화는 식량난에 처한 행성을 떠나 우주를 떠도는 주영(이주영)과 그녀의 콘트라베이스, 그리고 플라스틱이 넘쳐나는 지구에서 살아가는 푸름(김푸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푸름의 노래가 주영과 콘트라베이스를 지구로 이끌고, 서로를 향한 긴 모험 끝에 마주하게 되는 여정을 그려냈다.
"모든 영화가 기적 같다"... 우연의 연속으로 완성된 작품
심형준 감독은 영화 제작 과정을 "진짜 기적 같은 일"이라고 표현했다. 감독은 "후지필름 측에서 GFX 카메라로 영화를 만들어보자는 제안이 왔고, 마침 환경에 관심이 있어서 환경 관련 이야기를 하겠다고 했더니 마음대로 하라고 허락해 주셨다"고 제작 계기를 설명했다. -
이어 심 감독은 조현주 배우와의 만남에 대해 "원래 푸름이 혼자 배에 타고 그린피스 측에서 출연해 주기로 했는데, 외국인 배우라도 한 명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자원봉사자로 조현주 배우가 딱 있었다"며 "그 자리에서 섭외해서 함께 연기했다"고 밝혔다.
조현주 배우는 "9살 때부터 그린피스 레인보우 워리어 배 타는 게 꿈이었다"며 "연극을 하다가 휴가가 필요하던 차에 레인보우 워리어가 들어와서 조리 보조로 지원했는데, 감독님께서 먼저 제안해 주셔서 정말 기적 같은 순간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다큐픽션’이라는 독창적 형식으로 환경 문제 접근
영화 '클리어'는 파트 1의 다큐멘터리와 파트 2의 픽션을 결합한 독창적인 구조를 갖고 있다. 파트 1에서는 김푸름이 그린피스의 국제환경감시선 레인보우 워리어호에서 실제 환경 활동가들과 보내는 시간을, 파트 2에서는 플라스틱이 주식인 행성을 떠나 우주를 유영하는 이주영(주영 역)과 그녀의 콘트라베이스(이정민 역)의 이야기를 그린다. -
이주영 배우는 "외계인이기 때문에 제 마음대로 해도 되는 거잖아요. 답이 없는 거라서 너무 자유롭게 할 수 있어서 즐겁게 촬영했다"고 말했다. 이정민 배우는 "처음에는 팅커벨 같은 존재로 생각했는데 콘트라베이스라는 거예요. 인간 아닌 것들을 해봤는데 악기는 처음이어서 재밌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푸름은 배 위에서의 촬영에 대해 "2박 3일 있었는데 바람이 불고 파도가 치다 보니 배가 자연스럽게 흔들렸고, 내려와서 육지 멀미를 했다"며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전했다.
관객과의 질의응답에서 한 관객이 영화 마지막 장면의 의미를 묻자, 심 감독은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파트 1, 2를 안 보셨으면 주영이 마시고 있는 음료가 전혀 보이지 않았을 것"이라며 "파트 1, 2를 보시고 그 장면이 불편해 보였다면 그게 파트 3의 주된 목적이었다"고 설명했다.
환경 메시지에 대해서는 "이 영화 이후에 테이크아웃 컵이나 길거리의 컵, 본인이 쓴 플라스틱이 어디로 갈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감독은 또한 "현장에서는 일회용기를 쓰지 않고 다들 텀블러를 지참했고, 각자 나오는 쓰레기는 집으로 가져갔다"며 "앞으로 테이크아웃 용기를 쓰지 않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에 최대한 조심하려고 한다"고 개인적인 다짐을 밝혔다.
조현주 배우는 "더 이상은 개인보다는 정부와 기업의 규제가 있어야 한다고 느끼기 시작했다"며, 이정민 배우는 "우리가 쓰는 플라스틱 5개를 3개로, 3개를 1개로 줄여보자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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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클리어'는 환경 문제와 인간성 회복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작품성을 인정받아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 코리안시네마 장편부문 상영작에 선정되었다. 총 114편이 출품된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선정된 것이어서 더욱 의미가 크다. 또한 2025년 국제해양영화제 '국내제작 상영지원 선정작'으로도 선정되었다.
영화는 지난 4월 30일부터 5월 9일까지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상영되었으며, 해외 영화 배급사와 OTT 플랫폼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영화는 후지필름의 라지포맷 미러리스 카메라 GFX100II와 프리미엄 시네마 렌즈 후지논 프리미스타, GF 렌즈로 촬영되어 독자적인 색 재현 기술과 뛰어난 해상력을 보여준다. 후지필름이 전폭적으로 지원한 이 작품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예술적 가치를 동시에 실현한 모범 사례로 평가되며, 한국 영화 산업에 새로운 제작 지원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후지필름 코리아 임훈 사장은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작품 의의에 공감해 제작 과정에 함께하게 됐다"라며 "전주국제영화제 공식 스폰서로 참여한 지 3년째를 맞이하는 올해, 제작 지원한 영화가 공식 초청작으로 선정되어 더욱 뜻깊다"고 말했다.
- 글, 사진 = 서미영 기자 pepero99@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