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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통상자원부와 주한 유럽연합(EU) 대표부가 공동 주최한 ‘한-EU 에코디자인 포럼(EU-Korea Eco-Design Cooperation Forum)’이 지난 7월 2일부터 3일까지 서울 마곡 코엑스에서 성공적으로 개최됐다.
이번 포럼은 2025 순환경제 페스티벌의 주요 프로그램으로, 한-EU 그린 파트너십 프로그램과 한국생산기술연구원(KITECH)이 공동 주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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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에는 마리아 카스티요 페르난데즈 주한 EU 대사, 피에르 앙리 EU 집행위원회 환경총국 지속가능제품 담당 부국장, 이상목 한국생산기술연구원장을 비롯해 정부기관, 산업계, 학계, 시민사회 등 600여 명이 참석해 지속가능한 제품 설계와 디지털 혁신을 주제로 에코디자인과 디지털 제품 여권(DPP)에 대한 정책 및 기술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한-EU 양측은 정책 사례와 산업 기술을 공유하며 순환경제로의 전환을 위한 산업 협력 기회를 모색했다.
특히 이번 포럼에서는 지난 7월 채택된 EU의 에코디자인 규정(ESPR)이 집중 조명됐다. 해당 규정은 제품의 순환성, 에너지 효율, 재활용성, 내구성을 강화해 EU 시장에 유통되는 제품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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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 카스티요 페르난데즈 대사는 “에코디자인 규정은 유럽 그린딜(European Green Deal)의 핵심 전략”이라며 “전 세계 생산 및 공급망이 연결된 현시점에서 지속가능 전환의 성공은 강화된 국제협력을 통해 달성할 수 있으며, 대한민국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은 이러한 전환의 중요한 기반”이라고 강조했다.
EU 에코디자인 규정의 핵심 요소인 디지털 제품 여권(DPP)은 전자제품, 섬유, 배터리 등 우선순위 제품군을 시작으로 2026년부터 단계적으로 도입될 예정이다. DPP는 각 제품에 부여된 디지털 고유식별정보를 통해 탄소 발자국, 재료 구성, 재활용 가능성, 수리 용이성 등 주요 정보를 제공하는 시스템으로, 규제기관은 물론 산업 관계자와 소비자 모두 제품의 환경성을 보다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 DPP의 표준화와 초기 적용을 위한 EU 주도 공동 프로젝트인 CIRPASS 관계자들도 이번 포럼에 참석해 관련 시스템의 시범 운영 방안 등을 논의했다.
한국 역시 제1차 자원순환기본계획과 K-에코디자인 추진 전략에 따라 저탄소 순환경제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스마트 자원관리와 디지털화, 녹색 기준 도입 등을 통해 산업 폐기물 저감, 재자원화 촉진, 지속가능한 제조 혁신을 꾀하고 있다.
이상목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원장은 환영사를 통해 “이번 포럼은 에코디자인 규정 및 디지털 제품 여권 대응을 위한 한-EU 협력의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기술 개발, 현장 적용 및 국가청정생산지원센터를 통한 제도 기반 강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행사 이튿날에는 DPP 우선순위 제품군으로 지정된 전기전자, 섬유, 배터리 산업을 중심으로 환경 영향이 큰 산업 분야에 대한 심화 세션이 진행됐다. 유럽과 한국 기업들은 지속가능한 제품 디자인의 모범 사례를 공유하고, 디지털 제품 정보 표준화와 데이터 관리 체계, 산업 간 협업의 중요성 등을 논의했다. 또한 양측은 규제 프레임워크의 정합성을 높이고 상호운용 가능한 시스템 구축을 통해 시장 간 확장 가능성을 높이는 방안도 모색했다.
이번 포럼은 2023년 체결된 ‘한-EU 그린 파트너십’과 2022년 출범한 ‘한-EU 디지털 파트너십’의 연장선에서 양국이 기후 대응과 산업 전환을 함께 추진하는 협력의 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에코디자인이 지속가능 산업 정책의 핵심 축으로 부상한 가운데, 양측은 이번 행사를 계기로 규제 정합성 확보와 공동 연구, 산업 협력을 강화하며 지속가능한 글로벌 경제 전환을 위한 논의와 실천을 이어가기로 뜻을 모았다.
- 김경희 기자 lululal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