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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닛, 마이크로소프트와 맞춤형 AI 공동 개발… 핵심은 ‘유통의 전환’

기사입력 2025.07.04 07:00
클라우드 기반 병원 맞춤형 AI 프로젝트 본격화
  • 의료 인공지능(AI) 기업 루닛이 글로벌 빅테크 마이크로소프트와 손잡고 병원 맞춤형 AI 솔루션을 공동 개발한다. 이번 협업은 단순한 제품 개발을 넘어 의료 AI 유통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려는 전략적 시도다.

    루닛은 이번 협업을 통해 클라우드 기반 AI 맞춤화 기술과 병원 업무 자동화를 위한 에이전틱 AI를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플랫폼 ‘애저(Azure)’에 탑재한다. 이를 바탕으로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병원 시장에서 솔루션 공급을 확대할 계획이다.

    회사에 따르면, 현재 공동 프로젝트는 ‘카멜레온(Chameleon)’이라는 코드명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공식 명칭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 루닛과 마이크로소프트는 병원 맞춤형 AI와 자동화 솔루션을 공동 개발하며, 글로벌 유통 구조의 전환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이미지 제공=루닛
    ▲ 루닛과 마이크로소프트는 병원 맞춤형 AI와 자동화 솔루션을 공동 개발하며, 글로벌 유통 구조의 전환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이미지 제공=루닛

    병원마다 다른 AI 만든다… 맞춤화와 자동화가 핵심

    이번 프로젝트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병원별 맞춤형 AI 개발이다.

    기존 의료 AI는 모든 병원에서 동일한 기준으로 작동했다. 하지만 루닛은 각 병원이 축적한 데이터를 활용해 AI의 판단 기준을 조정한다. 예를 들어 A 병원의 환자 특성에 맞춰 AI가 암을 진단하는 민감도를 높이거나, B 병원의 장비 특성에 맞춰 영상 분석 정확도를 개선하는 식이다.

    현재는 루닛이 원격으로 이런 조정 작업을 수행하지만, 향후에는 병원 직원이 직접 세부 설정을 다룰 수 있도록 확장할 예정이다.

    초기 적용 대상은 루닛 또는 자회사 볼파라 제품을 이미 사용하는 병원이다. 올해 말까지 일부 기관에서 개념검증(PoC) 솔루션 도입이 목표다.

    진료 후 업무까지 자동화하는 실험도 진행된다. 루닛은 에이전틱 AI를 활용해 의료진의 단순 반복 업무를 줄이려고 한다. 에이전틱 AI는 사람의 지시 없이도 상황을 판단하고 업무를 처리하는 AI 기술이다.

    현재 루닛 인사이트와 볼파라의 유방암 관련 제품부터 이 기능을 적용하고 있다. 초기에는 영상 분석 보고서 생성 같은 핵심 단계부터 자동화하고, 이후 병원 전체 진료 과정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에이전틱 AI가 실제 임상에 적용되기 위해서는 데이터 품질, 개인정보보호, 의사결정 신뢰성 등의 과제가 남아 있다. 특히 병원 환경의 다양성과 민감한 환자 정보 활용 특성상 신중한 기술 검증과 규제 대응이 필요하다.

    기술 혁신이 아닌 ‘판매 방식 혁신’

    이번 협업의 진짜 의미는 기술 개발보다 유통 방식 전환에 있다.

    루닛은 그동안 국제 학회 발표와 인지도 확보를 통해 시장을 확대해 왔다. 즉, 학술적 성과를 바탕으로 병원의 신뢰를 얻고 제품을 판매하는 방식이었다. 최근에는 맞춤형 AI, 에이전틱 AI 등 기술 고도화와 함께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기반 유통 전략으로 전환을 추진해 왔다.

    SaaS는 소프트웨어를 직접 설치하지 않고 인터넷을 통해 서비스 형태로 이용하는 방식이다. 병원 입장에서는 복잡한 설치 과정 없이 클라우드를 통해 AI 서비스를 바로 사용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와의 협업은 이런 전환 전략의 핵심 고리다. 애저 플랫폼을 활용하면 별도 인프라 구축 없이 루닛 AI 솔루션을 사용할 수 있다.

    루닛 관계자는 “마이크로소프트는 글로벌 병원 생태계와 클라우드 플랫폼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파트너”라며 “이를 통해 루닛은 단순 제품 공급을 넘어 맞춤화와 SaaS 기반 글로벌 유통 채널을 확보하게 됐다”고 말했다.

    규제 허들과 장기 전략

    다만 과제도 있다. 현재 개발 중인 솔루션은 개념검증 단계에 머물러 있다. 실제 제품의 성능이 기존과 달라지는 만큼 FDA 인허가 같은 규제 절차를 새로 거쳐야 한다. 이는 상용화까지 일정 시간이 필요함을 의미한다.

    이번 프로젝트는 루닛의 장기 전략과도 연결된다. 루닛은 기존의 암 진단 중심 AI를 넘어, 치료 반응 예측이나 면역항암제 효과 예측 등 정밀 의료 기반 바이오마커 분석 솔루션을 ‘루닛 스코프(Lunit SCOPE)’ 브랜드로 개발하고 있다.

    사측은 “글로벌 제약회사들도 마이크로소프트 클라우드를 활용하고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는 루닛 스코프 영역으로의 확장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진단에 국한되지 않고 치료 영역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려는 루닛의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차별화된 접근법과 시장의 변화 흐름

    대부분의 의료 AI 기업이 단일 제품의 성능 향상에 집중하는 가운데, 루닛은 병원 맞춤형 솔루션과 유통 전략의 다변화에 주력하고 있다.

    뷰노 등 일부 경쟁사도 병원 맞춤형 AI와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유통 채널 구축을 본격 추진 중이지만, 루닛은 마이크로소프트와의 협업이라는 점에서 뚜렷한 차별점을 갖는다.

    양사가 공동 개발 중인 솔루션이 완성되면, 병원은 별도 인프라 없이 클라우드 기반으로 루닛의 AI 서비스를 도입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진입 장벽을 낮추고, 글로벌 유통 채널을 확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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