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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진이 초고해상도 생체 영상 기술을 통해 소동물 장기 내 미토콘드리아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관찰하는 데 성공했다.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 김준기 교수팀은 이광자 생체 현미경에 방사형 요동 기반 초해상도 영상 기술(SRRF)을 적용, 살아 있는 생쥐의 간세포 내 미토콘드리아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관찰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세포 속 ‘에너지 공장’으로 불리는 미토콘드리아는 세포 사멸, 면역 반응, 대사 조절 등 다양한 생리작용에 관여하며, 세포의 건강 상태를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다. 하지만 크기가 수백 나노미터에 불과해, 살아 있는 장기 내에서 이를 실시간으로 정밀하게 관찰하는 일은 기술적 제약이 많아 오랫동안 생명과학자들의 과제로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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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고해상도 현미경은 장시간 영상 누적이 필요해 생체 내부의 지속적인 움직임에 따라 실시간 관찰이 사실상 불가능했으나, 연구팀은 조직 안정화 장치와 자기지도학습 기반의 노이즈 제거 기술을 결합해 이를 극복했다. 기존 광학 현미경 대비 약 2~3배 향상된 해상도를 구현했으며, 추가적인 형광 표지나 고가 장비 없이도 세포 소기관 수준의 세밀한 영상을 확보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알코올성 간질환 생쥐 모델에 적용해, 미토콘드리아의 병리적 변화를 고해상도 타임랩스로 비교 관찰했다. 대조군에서는 건강한 간세포에 존재하는 섬유형 네트워크 구조가 확인됐지만, 알코올 노출군에서는 네트워크가 파편화되고 기능 저하를 나타내는 특성이 나타났다. 이는 미토콘드리아 손상이 간질환 병태와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음을 실시간으로 입증한 결과다.
또한 연구팀은 천연물 유래 화합물인 버버린(berberine)을 투여해, 손상된 미토콘드리아 구조가 부분적으로 회복되는 모습을 관찰했다. 이를 통해 버버린의 간 보호 가능성과 더불어, 해당 기술이 약물 반응 평가에도 활용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김준기 교수는 “이번 연구는 고가 장비 대신 수학 기반의 영상 향상 기법을 활용해 생체 내 미토콘드리아의 변화를 실시간으로 추적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이 기술은 향후 간질환을 포함해 대사질환, 염증성 질환, 암 등 다양한 분야의 병태생리 연구와 치료제 개발에 폭넓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광학·광자학 분야 저명 학술지 ‘옵토 일렉트로닉 어드밴시스(Opto-electronic Advances, IF 22.4)’ 최신 호 표지 논문으로 게재됐다.
- 김정아 기자 jungy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