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 건강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유산균이, 신장 기능 개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임상 결과가 나왔다. 특히 만성콩팥병(Chronic Kidney Disease, CKD) 환자에게서 투석 개시 시점을 지연시킬 가능성이 확인돼 주목된다.
유산균 전문기업 쎌바이오텍은 최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HNC 2025(Healthplex Expo 2025)’에서 자사 특허 유산균 ‘듀오락 CBT’가 만성콩팥병 환자의 신장 기능 지표를 개선했다는 임상 결과를 공개했다고 2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장과 신장 간 상호작용을 뜻하는 ‘장-신장 축(Gut-Kidney Axis)’ 개념에 과학적 근거를 보탠 사례로, 비약물 기반 신장 건강 관리 전략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
임상은 세르비아 즈베즈다라 대학병원에서 진행됐으며, 투석 전 단계에 있는 만성콩팥병 환자 34명을 대상으로 12주간 무작위·이중맹검 방식으로 수행됐다. 참가자는 시험군(17명)과 위약군(17명)으로 나뉘었고, 시험군은 쎌바이오텍의 특허 유산균 3종(CBT-LA1, CBT-LC5, CBT-BL3)을 섭취했다.
그 결과, 시험군에서는 사구체여과율(GFR)은 평균 12.5% 증가했으며, 체내 요독소(indoxyl sulfate)는 21.5%, 염증 지표인 고감도 C-반응성 단백질(hsCRP)은 39.5% 감소해 위약군 대비 유의미한 개선 효과를 나타냈다. 장내 유익균인 비피도박테리움과 락토바실러스의 비율도 증가해 마이크로바이옴 조성이 신장 기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쎌바이오텍은 이번 결과가 ‘투석 지연’이라는 측면에서 임상적 의미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만성콩팥병은 자각 증상이 거의 없어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고, 말기에는 투석이나 신장이식이 불가피하다. 투석 개시 시점을 늦추는 것만으로도 환자의 신체적·정신적·경제적 부담을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다만 이번 연구는 단일 기관에서 소규모로 진행된 단기 임상으로, 유산균 섭취가 실제로 투석 개시 시점을 얼마나 지연시킬 수 있는지는 향후 장기 추적 연구를 통해 보완적인 검증이 필요하다. 또한, 유산균은 질병 치료를 목적으로 한 의약품이 아닌 건강기능식품에 해당하는 만큼, 신장 건강 관리의 보조 수단으로 해석하는 것이 적절하다.
이번 연구 결과는 SCI급 국제 학술지 ‘신장영양학저널(Journal of Renal Nutrition)’에 게재됐다. 쎌바이오텍은 향후 작용기전 규명을 포함한 후속 연구를 이어가며, 부작용이 적고 안전성이 높은 신장 건강 기능성 유산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쎌바이오텍 R&D센터 관계자는 “이번 임상은 유산균 섭취가 만성콩팥병 환자의 건강 지표를 개선하고, 투석 개시를 늦추는 데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며 “질환 특화 유산균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환자 중심의 건강 솔루션을 확대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국내 만성콩팥병 환자 수는 2013년 약 15만 명에서 2023년 32만 명 이상으로 두 배 넘게 증가했다. 고령화가 가속화됨에 따라 유병률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투석 전 단계에서의 관리 전략에 대한 수요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 김정아 기자 jungy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