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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자 치아 20개 미만 시 생존율 21% 급감… 보철 치료 시 사망 위험 15% 감소

기사입력 2025.07.01 13:44
국민건강영양조사 기반 국내 첫 생존율 분석
치아 건강, 고령자 생명 연장의 핵심 변수로 부상
  • 고령자의 치아 상실이 단순한 불편을 넘어 생존율 저하와 직접적으로 연관된다는 연구 결과가 국내 최초로 발표됐다. 특히 보철 치료를 받은 고령자는 치료를 받지 않은 고령자보다 사망 위험이 15.5%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한국에서 구강 건강과 치과 치료의 공공성 확보가 건강수명 연장의 핵심 축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대한치과보철학회는 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틀니의 날' 제정 10주년을 기념한 기자간담회를 열고, 치아 상실과 생존율 간 상관관계를 분석한 대규모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행사는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 헤일리온의 후원으로 개최됐으며, 해당 연구는 국민건강영양조사(KNHANES, 2007~2015년)와 사망 원인 통계를 연계해 만 60세 이상 고령자 1만 4,253명을 분석한 국내 첫 대규모 생존율 분석으로 평가된다.

  • 김성균 ‘틀니의 날’ 위원장(대한치과보철학회 차기 회장)이 1일 ‘제10회 틀니의 날’ 기자간담회에서 보철 치료와 고령자 생존율 간의 상관관계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정아 기자
    ▲ 김성균 ‘틀니의 날’ 위원장(대한치과보철학회 차기 회장)이 1일 ‘제10회 틀니의 날’ 기자간담회에서 보철 치료와 고령자 생존율 간의 상관관계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정아 기자

    분석 결과, 잔존 치아 수가 줄어들수록 생존율도 유의미하게 감소하는 경향이 확인됐다. 특히 잔존 치아 수가 20개 미만인 경우, 20개 이상인 고령자에 비해 10년 생존율은 약 14.9%, 15년 생존율은 21.5%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치아 20개를 기준으로 생존율 변화의 임계점이 존재하며, 이는 구강 건강이 전신 건강과 직결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하는 데이터라고 설명했다.

  • 치아 수 및 보철 치료 여부에 따른 고령자 생존율 비교 그래프. 잔존 치아 수가 많고 보철 치료를 받은 집단(Control)은 생존율이 가장 높았으며, 보철 치료를 받지 않은 고위험군(Group E)은 시간이 지날수록 생존 확률이 급격히 감소했다. /그래프 제공=대한치과보철학회
    ▲ 치아 수 및 보철 치료 여부에 따른 고령자 생존율 비교 그래프. 잔존 치아 수가 많고 보철 치료를 받은 집단(Control)은 생존율이 가장 높았으며, 보철 치료를 받지 않은 고위험군(Group E)은 시간이 지날수록 생존 확률이 급격히 감소했다. /그래프 제공=대한치과보철학회

    반면, 치아가 일부 상실된 상태라도 틀니, 임플란트 등 보철 치료를 시행하면 생존율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보철 치료를 받은 고령자는 치료를 받지 않은 고령자보다 사망률이 15.5% 낮았다. 이는 음식물 섭취 효율 저하, 영양 결핍, 전신 염증 반응 증가 등 치아 상실이 생존율에 영향을 미치는 복합적인 생리적 기전과 연관된 것으로 해석된다. 보철 치료는 단순히 저작 기능을 보완하는 수준을 넘어, 생명 연장에 실질적인 효과를 낼 수 있음을 보여주는 통계적 근거로 평가된다.

    단, 이번 연구에서는 틀니, 임플란트 등 보철 치료의 종류별 효과 차이는 분석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치아 상실은 주로 50대부터 급증하는 경향을 보인다. 충치나 치주병과 같은 만성 질환이 주된 원인으로 작용하며, 70대 이상에서는 약 60%의 고령자가 일부 치아를 상실한 상태로 추정된다. 치아 건강은 고령자의 전신 건강, 영양 상태, 삶의 질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 예방과 치료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된다.

    하지만 현재 보철 치료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은 제한적인 상황이다.

    김성균 ‘틀니의 날’ 위원장(대한치과보철학회 차기 회장)은 “현재 임플란트는 65세 이상을 대상으로 2개까지만 보험 적용이 가능하다”며 “저작 기능을 충분히 회복하려면 좌우 균형을 고려해 4개까지 확대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학회는 정부에 보철 치료 접근성 강화를 위한 정책적 지원을 지속적으로 제안하고 있다.

    아울러 학회는 치아 상실과 전신 건강 간의 인과관계를 심층 분석하기 위한 후속 연구도 계획하고 있다. 향후에는 치아 상실이 치매 발병 위험, 영양소 흡수 효율, 인지 기능 저하 등 다양한 건강 지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분석도 병행할 예정이다. 이러한 경향은 해외에서도 유사하게 보고되고 있으며, 일본 등 일부 국가에서는 치아 수와 사망률, 인지 기능 저하 간의 연관성을 분석한 다수의 연구가 진행된 바 있다.

    이번 연구는 치아 상실이 단순한 구강 기능 저하를 넘어 고령자의 생존율과 직결된 문제임을 과학적으로 입증한 사례다. 보철 치료는 생존율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의료 개입 수단으로서의 가치를 확인했으며, 초고령사회에 접어든 한국 사회에서 구강 건강의 공공성과 치료 접근성 확대에 대한 논의가 더욱 본격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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