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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형 분석, 셀프 운동, 맞춤 피드백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춘 인공지능(AI) 기반 운동 서비스가 확산하며 운동과 재활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GVR에 따르면 글로벌 디지털 피트니스 시장은 2023년 177억 달러에서 연평균 33.5% 성장해 2030년에는 1,145억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시장에서도 필라테스, 피트니스, 재활 운동 등 분야별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운동 플랫폼 기반의 헬스케어 서비스는 향후 주요 산업군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최근 토마토시스템은 필라테스 브랜드 ‘캐치 필라테스’와 함께 AI 기반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 ‘티온(T-ON)’의 정식 출시를 알렸다. 개인 체형 분석 데이터를 기반으로 재활 운동 목적의 셀프 필라테스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운동센터 유휴 공간을 활용한 운영 효율화, 구독형 앱을 통한 일상 속 운동 습관화 등 기존 방식보다 사용자 경험을 대폭 개선한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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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비스의 ‘링코(LINKO)’는 전국 350여 피트니스 센터에서 사용 중이며, 마이베네핏의 ‘버추얼메이트’는 시니어 특화 운동 콘텐츠를 통해 B2B 시장을 공략 중이다. 병원 연계 운동 솔루션으로는 아이픽셀의 ‘엑서사이트 케어(EXERCITE CARE)’가 있고, 에버엑스는 식약처 인증을 받은 AI 기반 재활 운동 보조 솔루션 ‘모라 뷰(MORA Vu)’ 시리즈로 관련 시장을 공략 중이다. 이처럼 다양한 AI 재활 운동 플랫폼은 맞춤형 운동 제공과 피드백 기반 습관 개선 등에서 뚜렷한 장점을 보인다.
전문가들은 AI 기반 운동 플랫폼의 등장이 헬스케어 경험의 지평을 넓히고 있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하면서도, 의료기기로 오인될 수 있는 표현이나 기대 과장에 대해서는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실제 대부분은 ‘운동 보조 플랫폼’으로 의료기기 인증을 받지 않은 경우가 많다. 모든 운동 서비스가 의료기기 인증을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통증 개선이나 재활 회복 등 치료 목적을 표방하는 경우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단순 체형 교정이나 웰니스 목적이라면 비의료기기로 분류되며 인증 의무도 없다. 그러나 질환 치료나 증상 완화 등 의료적 개입을 전제로 한 기능을 제공한다면, 이는 명백한 의료기기로 분류돼야 하며 식약처 허가가 필요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MFDS)도 2022년 발표한 ‘디지털 치료기기 허가·심사 가이드라인’을 통해 ‘질병 치료, 완화, 진단 또는 예방 목적의 소프트웨어는 의료기기로 분류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미국 FDA가 디지털 헬스 소프트웨어를 ‘SaMD(Software as a Medical Device)’로 분류해 엄격한 인증 절차를 적용하고 있으며, 유럽도 MDR 규제를 통해 치료 목적 여부에 따라 인증 기준을 달리 적용하고 있다. 반면 국내는 웰니스 서비스와 치료 목적 디지털 헬스케어의 경계가 아직 명확히 정리되지 않아, 관련 기업과 소비자 모두 혼란을 겪을 수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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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언급한 플랫폼 중, 현재까지 공개된 정보 기준으로 식약처 의료기기로 등록된 제품은 에버엑스의 ‘모라 뷰(MORA Vu)’뿐이다. 나머지 서비스는 웰니스 목적의 운동 플랫폼으로 분류되며, 의료기기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SaMD 인증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들은 “운동 보조 플랫폼과 의료기기 제품의 구분이 모호하면 소비자에게 오해를 줄 수 있다”며 “질병명이나 치료 효과를 단정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법적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신중한 표현과 명확한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AI 재활 운동 플랫폼이 치료와 운동의 경계를 넘나들며 확산하고 있는 지금, 서비스 목적에 따른 인증 기준 명확화와 실효성 있는 가이드라인 마련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식약처도 디지털 헬스 분야의 규제 명확화를 위한 검토를 진행 중인 만큼, 향후 제도 개선의 속도와 방향성이 산업 발전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 김정아 기자 jungy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