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 활성이 높을수록 수술 후 생존 기간 최대 3배까지 차이”
-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췌장암 수술 환자의 예후를 더 정밀하게 예측할 수 있는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특히 기존 병기 중심 분류로는 설명되지 않던 생존 결과의 차이를 ‘면역 활력’이라는 수치 기반 분석으로 설명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삼성서울병원 암병원 췌담도암센터 박주경(소화기내과), 한인웅(간담췌외과), 장기택(병리과) 교수팀은 최근 AI를 활용한 종양 침윤성 림프구(TIL, Tumor-Infiltrating Lymphocyte) 공간 분석을 통해 췌장암 환자의 생존 예측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논문은 세계적인 외과 학술지 ‘자마 서저리(JAMA Surgery, IF=15.9)’ 최근호에 게재됐다.
-
TIL은 종양에 침투한 면역세포로, 암세포에 대한 면역 반응의 활력을 보여주는 지표다. 그간 병리학적으로 중요성이 제기됐지만, 의료진이 직접 밀도를 측정할 경우 시간이 오래 걸리고 관찰자 간 차이가 커 실제 임상에서 활용이 어려웠다.
연구팀은 루닛의 AI 기반 면역 형질 분석 플랫폼 ‘Lunit SCOPE IO’를 활용해 수술받은 췌장암 환자 304명의 조직 내 TIL 밀도와 분포를 정량 분석했다. 이를 통해 환자의 종양 미세환경을 기반으로 면역세포가 풍부한 ‘면역 활성형(immune-inflamed)’과 면역세포가 거의 없는 ‘면역 결핍형(immune-desert)’ 등 면역 표현형을 분류했다.
분석 결과, 면역 활성형 환자군은 수술 후 생존 기간 중앙값이 35.11개월로, 면역 결핍형 환자군(11.6개월)보다 약 3배 길었다. 무진행 생존 기간 역시 각각 14.63개월과 6.57개월로 두 배 이상 차이를 보였다.
특히 이번 연구는 병기 중심의 기존 예후 분류 체계보다 면역 활력이 예후 예측에 더 실효적일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시했다. 병기상 2기 환자 중 면역 활성형에 속한 환자는, 1기지만 비활성형인 환자보다 생존율이 더 높게 나타났다.
박주경 교수는 “이번 연구는 AI가 암 치료 방향을 결정하는 데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며 “면역 미세환경에 대한 정량적 분석은 향후 췌장암 환자의 맞춤 치료 전략 수립과 정밀 예후 예측에 핵심 도구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과 ㈜루닛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 김정아 기자 jungy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