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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희귀 암 등 아시아형 질병 예측을 위한 대규모 연구 착수

기사입력 2025.06.30 10:06
싱가포르 국립병원 주도…아시아 특이 질병 맞춤형 진단·예측 모델 개발에 정밀 의료 접목
  • 아시아인을 위한 정밀 의료 기반 질병 예측 연구가 본격화한다.

    글로벌 민간재단 타노토재단은 지난 6월 28일, 아시아인에게 흔히 발생하는 암과 조기 발병 제2형 당뇨병을 대상으로 한 싱가포르 기반 의료 연구 프로젝트에 장기 자금 지원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번 다년간의 연구는 질병의 조기 진단과 예측 정확도를 높이고, 환자 치료 결과를 향상시키며, 공중보건 정책 수립에 기여할 수 있는 데이터 기반 인사이트를 도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 NCCS와 SGH가 아시아형 암 및 젊은 당뇨병 연구를 위해 타노토재단으로부터 연구 자금을 확보했다. /사진 제공=Tanoto Foundation
    ▲ NCCS와 SGH가 아시아형 암 및 젊은 당뇨병 연구를 위해 타노토재단으로부터 연구 자금을 확보했다. /사진 제공=Tanoto Foundation

    기존 예측 모델 한계… ‘마른 당뇨’ 놓치는 아시아인 문제 제기

    첫 번째 연구는 정상 체중임에도 당뇨병에 걸리는 젊은 아시아인을 조기에 선별할 수 있는 예측 모델 개발에 초점을 맞춘다.

    프로젝트를 이끄는 싱가포르종합병원(SGH)의 내분비내과 전문의 다프네 가드너(Daphne Gardner) 박사는 “많은 젊은 아시아인 환자들이 마른 체형이고 고혈압 같은 동반 질환도 없어 기존 스크리닝 기준으로는 고위험군으로 분류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체질량지수(BMI)와 가족력 중심의 기존 모델에서 벗어나, 지방 분포, 연속혈당측정(CGM), 건강 행동 패턴 등 비전통적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차세대 예측 도구를 개발할 계획이다. 싱가포르에서는 젊은 성인의 약 20%가 정상 체중임에도 당뇨병 또는 전당뇨 상태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예측 모델은 향후 국가 차원의 조기 선별 기준을 개선하고, 젊은 층 당뇨병 증가라는 아시아 지역의 공중보건 문제에 대응할 기반 자료로 활용될 전망이다.

    아시아 고유 암종 정밀 분석… 유전체 기반 진단 가능성 모색

    두 번째 연구는 아시아에서 상대적으로 많이 발생하거나, 서구 데이터로는 특성을 설명하기 어려운 암종을 대상으로 한다.

    국립암센터 싱가포르(NCCS)의 종양내과 전문의 제이슨 찬(Jason Chan) 박사는 ▲아시아 여성 유방암 ▲T/NK세포 림프종 ▲담도암(쓸개관암) ▲기타 드문 아시아 암 등 4개 암종에 대해 유전체 분석 기반의 정밀 연구를 진행한다.

    이들 암은 일부는 전 세계적으로 드문 희귀암이지만, 아시아 지역에서는 발병률이 높거나 예후가 불량한 경우가 많다.

    찬 박사는 “이러한 암은 대부분 서양 환자를 기반으로 설계된 치료법으로는 대응이 어렵다”며 “아시아 환자의 유전적 특성을 분석해 새로운 진단 기준이나 바이오마커를 도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연구 데이터는 익명 처리 후 오픈 액세스(Open Access) 방식으로 공개되어, 아시아를 비롯한 전 세계 연구자들이 공동 연구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정밀 의료의 방향성, ‘치료’에서 ‘예측’으로 전환 중

    이번 연구 프로젝트는 단순한 치료 기술 개발을 넘어, 정밀 의료의 방향을 ‘치료 이후’가 아닌 ‘예측과 조기 개입’ 중심으로 전환하는 흐름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서구 중심의 의료 빅데이터가 아시아인의 질병 특성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아시아형 정밀 의료 생태계 구축의 필요성도 점차 강조되고 있다.

    타노토재단의 이멜다 타노토(Imelda Tanoto) 이사는 “정밀 의료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의 삶을 바꾸는 방법”이라며 “아시아의 다양성과 유전적 특성을 반영한 연구가 더 많은 사람들의 건강에 실질적인 기여를 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국에도 시사점…‘아시아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정밀 의료’ 가능할까

    이번 프로젝트는 싱가포르라는 국가 차원을 넘어, 아시아인의 건강 문제는 아시아의 데이터로 풀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국내에도 던진다.

    한국 역시 최근 젊은 당뇨병 환자 증가, 희귀 암 발생 증가, 정밀 의료 인프라 확대 등에서 유사한 과제를 안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국가건강검진 체계는 BMI와 혈압 중심에 머물러 있고, 아시아인을 기반으로 한 예측 알고리즘은 부족한 실정이다.

    정밀 의료는 ‘특별한 치료’가 아닌, 더 많은 사람을 위한 정확한 예측과 조기 개입 시스템으로 진화 중이다. 이번 싱가포르 사례는 기술적 가능성뿐 아니라, 공공보건 시스템과 어떻게 접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중요한 힌트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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